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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는 이야기/사이공데일리

간만에 Geologist 흉내를 내다

by mmgoon 2006. 12. 15.


가끔은 회사생활을 하다가 보면 도대체 내가 뭐하며서 살고 있는지 궁금해지기도 하지만...

대학교 1학년때 술 마시고 안암동 로터리에서 외쳤던 그 직업 그러니까 geologist로 아직까지 살고 있다. 그런걸 오늘 느꼈다.


이야기의 시작은...


어쩌다가 보니 소위 베트남 모모처에서 주관하는 기술세미나에 참석하게 되었고 

그 결과로 약 이틀 동안에 밤샘 바로 그 날 밤에 베트남에서 처음으로 야외지질조사 (필드트립)을 떠나게 되었다.

그 동안 베트남에 와서 남들이 해오는 조사자료를 그저 읽고 평가하고 리포트르 쓰는 그런 작업만 했지, 소위 우리의 선배님들이 말씀하시던


'지질은 야외에 있는거야'


라는 그런 정신에 완전히 위배되는 삶을 살아왔었고, 

적어도 오늘 밤까지는 나도 확실한 '닌텐도 지올로지스트' 혹은 '로봇 지올로지스트'라는 생각을 품었었는데,



필드를 간다는 생각에 배낭이나 찾아볼까 하고 짐들을 뒤졌는데 바로 이걸 발견했다.





정말로 나도 모르게 전혀 의도하지 않고도 소위 말하는 'geologist의 본능'으로 

한국에서 영국, 영국에서 한국, 다시 한국에서 베트남으로 나오면서 이 가방을 나도 모르게 짐속에 넣었었던 것이다.

아직은 죽지 않은 geologist의 소위 spirit을 느끼면서 (포스라고 해도 좋다) 한 번 뭐가 들었는지 살펴보자.


이게 뭐 하는 가방이냐면...

가방을 열어보면...




이런 것들이 나온다. 하나씩 살펴 보면...


일단은 지층의 주향과 경사를 측정하고, 나침반으로도 사용되는 클리노 메터가 있고, 

(일부 거울로 단장을 하기도 한다는 얘기가 -_-;;;), 거울은 그 용도가 아뉩니다요.




두께나 길이를 재는 데 사용되는 줄자가 그 뒤를 이어 등장.  이 두 가지는 모두 허리에 찰 수 있습니다.




작은 입자나 구조, 조직을 관찰하는 루뻬가 있다. 




다 모아보면...





그리고 암석시료를 채취할 때 사용하는 망치들... 지질학과의 상징!!!!




위쪽에 있는 것이 하드타입 (화성, 변성암용), 아래쪽이 소프트타입 (퇴적암용). 

뭐 소프트 타입이라고 해서 정작 '소프트' 하지는 않지만서도... 맞으면 다 죽는다 -_-;;;

그리고 옆에 보이는 파란색 판은 기록할 때 사용하는 클립보드... 보통은 여기에 지도를 껴서 사용하고, 기록은 하드커버에 노트를 사용한다.



샘플백.... 뭐 어디서나 볼 수 있는 지퍼백...




자자, 그리고 나서 이 녀석들이 담겨있는 바로 그 가방을 살펴보면, 일단 표면에 Estwing이라고 선명하게 로고가 있다.





아주 질긴 재질로 되어 있어서 거친 환경에 적합하고, 샘플(그러니까 암석)들을 넣고도 별 문제 없이 이동이 가능하다. 

자세히 들여다가 보면...


맨 앞쪽에는 지도나 등등을 잠깐 넣을 수 있는 포켓이 있다.




오른쪽에는 물병을 넣을 수 있는 포켓이 있다. 일부 이 곳이 염산병 넣는 곳이라고 하는 인간들이 있는데.... 

미쳤냐? 염산은 콘택 렌즈용 식염수 통에 가지고 다니면 된다.




오른쪽에는 필기구 등등 약간 긴 물체나 앞에서 본 클리노 미터등을 넣을 수 있는 포켓이 있고, 

그 위에 이것저것 걸 수 있도록 손잡이(?)가 있다.



어깨걸이와 다시 허리에 묶을 수 있는 스트랩이 있어 여기저기 올라 다닐적에 안정감을 준다.



안쪽에는 2중으로 구분되어 뒤쪽에는 서류들을 담아 나름 안전하게 보관할 수 있다.




이 가방의 가장 큰 특징은 이런식으로 망치를 매어달고 다닐 수 있다는 점이다.

역시나 지질학과는 망치!!!




실제로 노두로 이동해서 가방열고 망치꺼내고 등등은 너무 귀찮다.

개인적으로 망치는 여기에 매달고, 클리노메터는 허리에 차고, 루뻬는 목에 걸고, 

기록용 노트는 저 가방 맨 앞쪽에 넣거나 해서 조사를 하는 것이 편하다.

뭐 오늘은 간만에 예전 추억에 젖어서 이거저거 꺼내면서 즐거웠다는 얘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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