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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는 이야기/S Town Daily

시간이 비었다는 주제에 대하여

by mmgoon 2020. 11. 21.



지금은 그러니까 약 2시간 정도 빈 시간이 발생한 상태이다.

으음 일반적으로 이 일은 주말에는 잘 일어나지 않는데 어찌어찌하다 보니 그런 2시간 정도의 시간이 발생을 해버린 것이다.

이 곳에서 집까지의 거리나 이동의 수고스러움을 고려한다면 난생 처음 찾아온, 정보도 없고 특별하지도 않은 이 거리에서 어찌어찌 2시간 정도의 시간을 보내야 하는 그런 상황이다.


서울의 한쪽에 자리잡은 이 곳은 도무지 아무리 주변을 둘려봐도 특별한 곳이나, 구경할 곳이나, 뭔가 빈둥거릴 것을 찾을 수 없는 그런 곳인듯 싶다.

물론 나중에 이 동네 출신을 만나서


"아아, 그 곳에 오셨으면 이것 저것 등등 하셨어야죠"


정도의 이야기를 들을 수도 있겠지만 뭐 난 이 약속과 저 약속 사이에 떨어져 버린 소극적인 방랑자이기에 미친듯이 무엇인가 특별한 일을 위해 노력할 수도 그럴 마음도 없는 것이다.


결국 어느 동네에나 있는 그런 정도에 커피숍에 들려서 카푸치노를 시키고 저쪽 테이블에서 큰 소리로 떠드는 할아버지들과 

반대쪽 테이블에서 공부를 하는 듯한 젊은 학생들 사이에 자리를 잡고 앉아서 

왬(Wham)이 아닌 다른 가수가 적당히 변형해서 부르는 라스트 크리스마스(Last Christmas)를 듣고 있다.

의외로 아마도 주변에 별 것이 없기에 이 커피숍은 많은 사람들이 들락거린다.

덕분에 고즈넉하거나 조용한 분위기가 아닌 관계로 이메일들을 체크하고 답장 몇 개 보낸 다음 큰 집중이 필요하지 않은 일을 생각해보고 있다.

뭐 아직까지는 성공적인 아이디어가 나오지는 않았지만서도.


다시 주제로 돌아와서.

이전 지금보다 젊었던 시절에는 이렇게 중간에 틈같이 생기는 토막 시간을 사랑했었다.

평소라면 절대로 가지 않을 장소에 앉아서 뭔가 나를 모르는 사람들 사이에서 보내는 시간을 즐겼던 것 같다.,

지금은...

평소라면 절대로 있지 않을 장소에서 모르는 사람들에 둘러싸여 있는 것은 비슷한데 이 자체가 기쁨이 되기 보다는 뭔가 시간 때울 것을 찾고 있다.


이렇게 늘 항상 뭔가 목적을 가지고 일을 해야하는 것에 익숙하게 길들여진 까닭이라고 생각된다.

덕분에 월요일에 보내도 되는 이메일 답장들을 보내고, 컴퓨터에 있는 파일들을 정리하고, 또 다시 일을 찾는 것이다.

창 밖으로 보이는 낡은 담벼락을 바라보면서 이런저런 스토리들을 떠올린다든지, 지나가는 청소차의 디자인을 본다는지, 이 동네는 어떤 동네일까 상상을 해본다는 일들이 이젠 익숙하지 않기 때문일 것이다.


얼마 전에 문득 어느 순간 일을 멈춘 후에 삶을 생각해봤다.

뭐.... 아무것도 떠오르지 않았다.


'아직은 그 시절이 다가오지 않아서지'


라고 이야기를 할 수도 있겠지만 뭔가 지금 사는 방법의 약 7.5% 정도를 변화를 줘야 한다는 마음이 들었다.

이렇게 2시간도 제대로 멍때리고 놀지 못하는 것은 아무래도 수정이 필요한 것이다.


으음....

도데체 그 7.5%에 해당되는 내 삶의 부분이 무엇일까 궁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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