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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는 이야기/사이공데일리

언제부터인가

by mmgoon 2005. 7. 26.




대학교때였다. 미팅중이었다.


"그러니까 저는 역마살이 있대요"

"아아"

"그래서 저는 돌아다니는 걸 너무 좋아하구요 이사도 많이 다니는 편이거든요"

"그렇군요 저는 태어나서 계속 한 집에서만...."

"정말여?"

"넹. 집이 최고져"

"외국여행도 안가셨겠네요?"

"군대나 다녀오고 나서염"


그녀는 1차, 2차, 술먹으러 가서까지 본인의 소위 '역마살'을 강조했고 자신은 세상과 자유로와 떠돌면서 살거라고 했다.

내 타입이 아니었고 (믿어주셈. 차인게 아니어요) 돈도 하나도 안내는 주제에 안주도 열라 많이 먹는 이유로 (가난한 학생이었어염 -_-;;) 

그녀와의 계속적인 만남은 이루어지지 않았다.


그런데 생각해보면,

아마도 순수한 100% 추측이지만 그녀는 나를 좋아했었던 것 같다.


그러니까 스토리가....

그녀는 나를 엄청나게 좋아했는데 (그래서 잘보이려고 안주도 많이먹고....아닌가?) 

내가 연락도 없고 소문에 다른 여자를 만난다고 듣고 해서 엄청나게 상심을 하고 

용하다는 저주전문가를 찾아가서 (어째 판타지물로 -_-) 그녀의 역마살을 내게 씌운 것이다.


덕분에 제대이후 처음 외국을 밟은 이래로 여기저기 다니고 있다.

지금까지 입사이래로 2년을 한 곳에 살아본 적이 없다.

베트남에 와서는 한달에 한번은 외국을 나간다.

얼마전에 방콕에 놀러갔다와서 조신하게 쉬고 있는데 오늘 일이 생겨서 다음주에 KL에 가야한다.

가는김에 아는 넘들 보려고 이메일도 보내고,

린한테 가방 꺼내놓고 대충 닦으라고 전화하고,

옥이한테 호텔이랑 비행기표 부탁하고,

바로 일상으로 빠져버린다.


처음 비행기를 탈적에 감동과,

새파란 여권을 쥐고 보고또보고 했고

짐을 몇번인가 확인하고 또 확인하고

가이드북을 보고 또 보고 했던 것이


지겨운 비행시간을 어찌 보낼까 생각하고

이젠 갈색의 여권을 대충 챙기고

없으면 가서 사면 된다고 생각하고

가서 물어보지 하는 생각으로 바뀌었다.


언제부터인가

떠나는 것이 쉬워졌다.


뭐 아직은 이런 삶을 즐기고 있으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