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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는 이야기/사이공데일리

베트남 세 여인의 날 - 설이 끝났음에도 일이 잘 돌아가지 않는 이유가 이건가?

by mmgoon 2018. 2. 26.




오늘 아침에 2주만에 출근한 직원들을 모아놓고


“자자, 2주나 놀았으니 이제 일을 하자고”

“도데체 2월에 우리가 뭘 했는지 난 도무지 모르겠다고”

“알간? 암튼 화이팅하고 봄아 신년인데 회식자리나 알아봐봐”


등등의 훌륭한 팀장으로서 마땅이 해야하는(?) 얘기를 했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다년간의 경험상 베트남 설인 뗏이 끝나고 나서도 일들이 빨리 돌아가지 않는 것을 알고 있습니다.

개인적으로 2주동안의 음주가 대뇌에 미치는 영향일 것으로 생각해왔으나 오늘 인터넷에서 새로운 가능성을 찾아서 한 번 올려봅니다.




그러니까 베트남도 예전 우리처럼 (요사이도 일부 있져) 풍수지리를 따라서 이런저런 결정을 합니다.

이에 따르면 정월에는 사업이나 새로운 일들을 시작하기에 위험한 날들이 있는데, 그러니까 음력 3, 7, 13, 18, 22, 27일이 이 날들입니다.

베트남 풍수에 의하면 이 날들에 일이나 사업을 시작하면 얼마가지 못하고 망하게 된다고 합니다.


베트남에서는 이런 날들을 아이 땀 능(ngày tam nương) 그러니까 ‘세 여인의 날’ 이라고 하는데, 

중국 역사상 기록된 팜므파탈(Femme fatale)들인 말희 (末喜, 베트남 어 무어이 히 Muội Hỷ, 중국어 Mo Xi), 달기 (妲己, 베트남어 닷키Đát Kỷ, 중국어 Daji), 

포사(褒姒, 베트남 말로 바오뜨 Bao Tự, 중국말 Bao Si)를 말하고 이 들이 하, 은, 주 나라를 멸망시키는데 지대한 공헌을 한 것으로 전해집니다.

한 분(?)씩 살펴보면


말희(末喜) 또는 말희(妺嬉)는 중국 하(夏)나라 걸왕(桀王)의 후궁으로 걸왕이 유시씨(有施氏)를 정벌하려 하자 유시씨가 그녀를 바쳤는데, 

미색이 매우 뛰어나 걸왕이 그녀의 말이라면 모든 것을 다 들어주었다고 합니다.  행실은 여자였지만 마음은 장부여서 칼을 차고 관을 썼다고 하네요. 

백성들로부터 많은 세금을 거둬 망루를 세운 다음, 고기와 포를 산더미처럼 쌓고 연못에 술을 가득 담아 두어 

한 번에 삼천 명씩 술을 떠 마시는 소위 주지육림(酒池肉林)을 시전하신 분입니다. 

이 결과로 결국 은나라 탕왕(湯王)의 공격을 받아 남방으로 달아났다가 죽었다고 하네요.


중국 은(殷)나라 주왕의 비로 유소의 딸인 달기는 왕의 총애를 믿고 음탕하고 포악했는데, 뒤에 주(周)나라 무왕이 그를 죽였다고 합니다.  

사람들은 그녀가 여우귀신이 사람에 몸에 들어가서 왕을 홀렸던 것이라고 할 정도였으니 이 분도 대단했네요.  


중국 주(周)나라 유왕의 총비였던 포사는 도무지 웃지를 않아, 왕이 거짓 봉화를 올려 제후를 모이게 한 것을 보고야 비로소 웃었다고 하는 데, 

그 뒤에 진짜 전쟁이 나서 봉화가 올라도 제후들이 모이지 않아 왕은 죽고 포사는 잡혔다고 합니다. 

성격이 우울한 것일 수도 있고, 당시 엔터테인먼트 산업이 낙후해서.... 이건 아닌가 -_-;;;;;


암튼 이런 이유로 중국 역사에서 찍힌 후궁들이 남녀차별적인 사회에서 뭔가 좋지 않은 의미로 재해석 되면서 소위 나쁜날들의 전설이 탄생한 듯 합니다. 

베트남 사람들은 이들 후궁들이 실제로 인간이 아니고 옥황상제가 사람들을 시험하러 내려보낸 여신들이라고 해석합니다. 

따라서 위에 설명한 날들에 사업을 시작하면 이런 나쁜 꼬임들이 특히나 남자들에게 올 수 있다고 하네요.


어짜피 역사야 승자들이 쓰는 것이고 “그 나라는 망할만 했어” 라든지 “결국은 그 여시같은 년이” 등등의 정당화를 위해서 의미가 부각되고 

어떤 면으로는 확대 재생산되어 신화레벨이 되어버린 중국 역사상의 사건들을 또 베트남 사람들은 이런 식으로 해석하고 있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