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사는 이야기/사이공데일리

난리가 났었던 베트남

by mmgoon 2018. 1. 24.

그러니까 어제 점심을 먹고 들어왔더니


"그니까여 미스터킴 그게... 3시부터"

"3시? 뭐?"

"(아- 이 인간 개념없이 -_-*) 3시부터여 우리의 자랑스런 베트남이 U23 준결승에서 숙적인 카타르와 경기를 펼친다구여"

"(언제부터 카타르랑 같은 급이였단 말인가 -_-;;;) 어 진짜? 장난 아니겠네"

"글쳐. 그래서 말인데여. 길거리 응원이랄까 뭐 그런 걸 하러 가고픈데여"


결국 봄양을 시켜서 일 땡땡이 치고 2시30분부터 울 회사 뒤쪽 청년문화회관 뜰에 보여 응원하러 가고프다는 말을 전한 것이다.

물론 규정대로 하자면


"아아, 가도 좋은데 반차를 사용들 해. 사규가 지엄하니"


라고 해야겠지만, 베트남 사람들의 축구사랑과 요사이 분위기가 2002년 한일월드컵 수준임을 감안해서


"그래. 내가 회사를 지킬테니 가세요"


했다.


이 말이 떨어지자마자 정말 바람처럼 베트남 직원들과 일부 철없는 한국직원들이 사라진다. -_-a

이윽고 창문넘어로 굉음이 들리기 시작을 했고, 경기가 시작되었다.


모여서 응원하는 무리들


솔직히 중계를 보지 않아도 창밖의 소리만 들어도 어떻게 진행되고 있는지를 알 수 있을 정도였다.

그니까 요약하자면


-  패널트 킥으로 베트남이 1골을 먹고

-  이걸 다시 동점골을 넣고

-  87분에 한 골 먹어서 2:1로 패색이 짙다가

-  88분에 동점골을 넣어서 연장전으로 이어갔다


이런 심상치 않은 날, 전체 회식이 있어서 베트남 친구들이 흥분하기 전에 잽싸게 연장전이 시작되기 이전에 삼겹살집으로 향했다.

얼마나 열심히 축구를 보는지 식당으로 가는 거리는 의외로 한산했다.

기사인 하이 아저씨는 라디오에 미친듯이 귀를 기울이며 운전을 했다.


식당에 도착했을 때에는 이미 연장전이 시작되었다.

식당 종업원들도 인터넷 티비로 경기를 시청하고 있는 분위기에서 회식은 이어졌고


"아아, 날을 잡아도 꼭 오늘 같은 날"

"그러게요"

"하기사 누가 베트남이 준결승까지 올 줄 알았겠어"


등등의 대사를 날리면서 저녁과 반주를 하는데 갑자기 종업원 여자애들이 찢어지는 소리를 낸다. 그러니까


-  연장전을 무승부로 끝내고

-  승부차기까지 가서 베트남이 카타르를 이긴 것이다


종업원들도 깡총깡총 뛰고 뭐 분위기는 좋았는데 문제는 1차를 마치고 2차를 가려고 나왔을 때 사람들이 오토바이를 타고 붉은 금성홍기(베트남 국기)를 들고 몰려나오고 있었다.





결국 2차는 깨끗히 포기하고 각자 알아서 집으로 돌아가기로 했다.

터덜더털 거리면서 걸어서 평소라면 15분 걸릴 거리를 30여분만에 겨우 걸어서 바에 왔다.


"와아아. 베트남이 이겼어여"

"엉. 알아. 빨랑 시원한 맥주 줘"

"와아아앙- 근데 손님이 하나도 없어여"

"당근이지 밖을 봐봐"


맥주를 하나 마시면서 몸을 식히고는 다시 밖으로 나와 사람들, 오토바이들, 자동차들 사이를 겨우겨우 비집고 집으로 향했다.

아까보다 더 많은 사람들이 몰려나와있었다.






시내인 집으로 가면 갈수로 더 많은 사람들과 붉은 깃발들이 넘쳐나서 겨우겨우 집에 도착을 할 수 있었다.

그리고 새벽까지 그 함성은 이어졌다.


일단 베트남 결승진출 축하축하.

어제 정신 없었을 것 같은 관광오셨던 분들에게는 심심한 위로를.

아침에 회사엘 왔더니 열라 피곤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