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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는 이야기/사이공데일리

베트남에서 로즈마리 기르기 - 분투기라 불러라

by mmgoon 2017. 5. 26.




어느 날인가 택시를 타고 하이바쭝 거리를 지나는데 문득 화분을 팔고 있는 것을 발견했습니다.


'어엇?'


그렇습니다.

무슨 이유에서인지 모르겠지만 그 수퍼마켓에서는 로즈마리 화분들을 진열해놓고 판매를 하고 있더군요.

베트남에서는 잘 보이지 않는 물건인 것이죠 로즈마리 화분이란.


며칠 후,

저녁 산책겸해서 하이바쭝 거리를 가서 아직도 하나도 팔리지 않은 로즈마리 화분 중에서 젤로 실해보이는 녀석을 하나 구입을 했습니다.

파는 언뉘가 


'이걸 사가는 넘이 있군'


하는 표정으로 슥슥 비닐 봉투에 담아주네요.


집으로 돌아와서 책상에 놓고 은은한 로즈마리 향기를 맡으면서 인터넷을 뒤져 로즈마리 기르는 방법을 찾았습니다.

이런저런 얘기들이 있었지만 요약을 하자면,


- 녀석은 아건조 지역의 녀석임

- 덕분에 많은 태양빛이 필요함. 고로 실내에 두면 안됨

- 그리고 물을 너무 많이 주면 안됨. 아건조 지방이라니까!!


결국, 예전에 스페인 남부에 알메리아 지방으로 지질조사를 갔었던 기억을 떠올렸고,

생각하보면 덥고 척박해보이는 이 지방 산에 수 많은 야생 로즈마리들이 가득했었다는 것을 기억해냈습니다.




이를 바탕으로 (나는 이과대) 로즈마리에게 최적의 환경을 제공하기 위해,

깨끗히 실내 재배를 포기하고 빛이 잘 드는 베란다에 녀석의 자리를 만들고

물은 아건조 기후에 해당하도록 3일에 한 번 정도씩만 공급을 했습니다.


그리고 녀석은...

깨끗하게 죽어버렸습니다. T_T


인터넷에 나와있는대로 하라는 대로 다 했고, 마지막에는 살려보겠다고 이리저리 베란다에서 최적의 자리를 찾기 위해 이동을 시켰음에도 불구하고... 녀석은 생을 깔끔하게 포기하더군요.


'역시나 식물들은....'


이란 우울한 생각으로 지내다가 어느날 문득 이전에 로즈마리를 구입한 가게를 지나는데,

아직도 거의 그대로이더군요.


'도데체 녀석들은 어떻게 저렇게 살아있지?'


라는 의문을 가지고 바라보는데 녀석들 위쪽에 


'50% 세일입니다'


라는 표시가 보이더군요. 네네, 아무래도 베트남에서 로즈마리 화분을 구입하는 사람은 극도로 적은 것 같습니다.


왠지 오기가 생겨서 이번에는 화분 두개를 구입해서 집으로 가져왔습니다.

파는 언니는


'결국 니가 다 사가겠군'


하는 눈으로 포장을 해줬습니다.


그리고 곰곰히 우리집에서 갖은 정성을 다 쏟은 녀석이 죽어나가는 동안 아마도 그다지 사랑과 정성을 받지 못한 녀석들이 생존한 이유를 곰곰히 생각해봤습니다.


열대우림 기후에서 로즈마리를 기른다는 것은.... 이라든지

녀석들의 생존전략은... 


뭐 등등이져.


결국,

이 두녀석은 베트남 스타일로 그러니까 베란다에서 쨍쨍 햇볓도 보게 해주지만 물을 듬뿍듬뿍 줬습니다.

그리고 요사이 우기를 맞이해서 녀석들은 엄청난 비뭇을 흡수해야 합니다.


뭐 이런 식으로 몇 주가 지난 지금




녀석들은 구입당시보다도 더 무성해졌고 (솔직히 구입할때는 상태가 그닥 좋지 않아 50% 세일이었죠)

잎들도 녹색이 더 진해졌습니다. 훗훗-


결국, 

베트남에서 로즈마리 기르기란

충분한 햇빛과 물 

바로 이것이었죠. 아건조 지방을 재현해서는 안되는 것이었습니다. 


주말에 시간나면 흙 좀 사다가 꺽꽂이나 해볼까 생각중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