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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는 이야기/사이공데일리

쓸데없이 버닝하는 타입




의외로 하나에 잘 빠지는 타입인 나는 뭐랄까 한 가지 일, 음식, 드라마, 여자 등등에 빠지면 미친듯이 여기에 매어달리고 뭔가를 하다가 어느 순간 쉬쉬식 하고 바람이 빠지듯이 열정이 사라지만 언제 그랬느냐는 듯이 애정이 식으면서 쿠울하게 돌아서는 그런 타입니다.


요사이 이렇게 버닝하고 있는 일은 바로 '교재 만들기'.


'뭐냐?'


하는 분도 계시겠지만 이게 의외로 무엇인가를 남에게 알려주기 위해서 이것저것 자료들을 모으고 만들다 보면 쉽사리 본연의 목적을 상실하고, 이성적으로 생각해보면 굳이 필요하지는 않은데, 자신의 만족을 위해서 쓸데없는 시간과 노력으로 슬라이드나 그림들을 만드는 그런 일들이 일어난다.


덕분에 지난 주말 발이 아파서 낑낑대면서도 이틀동안 쉬지 않고 소위 강의 자료들을 만들고 수정을 해댔다.

(참고로 이번달 들어 만든 슬라이드가 800장이 넘는다 -_-;;;;)

뿌듯한 마음으로 슥슥 살펴보고 있는데 문득 생각이 든다


'과연 이걸 누가 들을 것인가?'


특히나 '비 전공자를 위한 석유지질학'은 도무지 생각해도 주변에 학생들이 존재하지 않는다.


으음...


일단, 아랫것들은 권력을 이용해서 강제로 듣게하면 두어가지 전공은 발표가 가능하고....

수업료는 뭘로 받지? 시간당 맥주 한 병으로 할까나? 

학생들을 끌어모으기 위해 위쪽의 권력을 이용해봐봐?


등등의 마음이 들고 있는 중이다.


아마도 다음 달 정도에 


"아아, 미스터 킴 혹시 비 전공자들을 위해 간단하게나마 석유지질에 대해 이야기해줄테야?"


라고 물어본다면


"미안미안 내가 너무 시간이 없어"


라고 (다시 열정이 쉬쉬식 식어서) 쿠울하게 대답할 가능성이 농후하지만 암튼 요사이 한 장 한 장 슬라이드가 늘어가는 재미로 온 시간을 다 보내고 있다.


아아, 이 짧고 쓸데없는데 잘 생기는 열정이란.... -_-;;;;;