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신을 차려보니 월요일 아침에 회사에 나와 앉아 있군요.
지난 금요일부터 오늘까지 한 마디로 정의하자면 '감기와 이사' 입니다.
아래는 주말에 잠깐씩 쉴 때 적은 글입니다.
아아-
언뜻봐도 피로와 감기가 느껴지네요.
요사이 호치민은 계속 더워지고 있습니다.
어제 교회 다녀오다 잠깐 수퍼에 들렸는데 '허억-'하는 소리가 나올만큼 더워졌네요.
소위 가장 덥다는 4월이 성큼거리면서 오고 있는 것 같습니다.
모두들 건강에 신경쓰세요. 특히 베트남 사시는 분들은요. 저는 거의 에너지 게이지가 바닥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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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짐정리 하면서 쓴 글)
늘 겹치기 요정이 주변을 맴도는 접니다.
뭐 이제는 '당연하지. 녀석이 어떤 놈인데' 하는 마음으로 잘 버티고 있었지만 이번에는 녀석이 좀 심하게 굴었다지요.
왠만해서는 이 녀석한테 욕하는 것은 싫어하지만 (보복이 두려워) 투덜거려보자면
그러니가 처음으로 온 것은 감기였죠.
며칠 전 잠을 자기 전에 왠지 몸이 좋지 않아서 약이라도 먹을까 하고 찾아봤더니 아직 약통이 들어있는 짐이 도착하지 않았다는 것을 기억해 냈습니다.
그래서 약국이라도 갈까 했는데 저녁이라 귀찮기도 하고 해서 '뭐 괜찮겠지' 하는 마음으로 자고 일어났더니 다음 날 몸이 장난이 아니었습니다.
병원에 예약하고 부들부들 떨면서 병원에 내려갔더니
"아아 미스터킴 열이 38.9도라구요. 일단은 독감인지 검사부터 하시져"
라고 의사선생님이 하시는 바람에 피도 뽑고 (이건 적응이 안되 도무지),
콧구멍 두 곳에 뭐랄까 이상한 막대기를 쑤싯쑤싯 해서 일종의 시료르 채취했습니다 (이건 도무지 견딜만한 것이 아니져).
결국 분석결과 독감은 아닌 단순한 지독한 감기라는 것이어서 (뭐야 이게 다행이야?) 해열제와 항생제를 처방받아서 회사로 돌아왔습니다.
그렇게 그 날은 약 기운에 감기 기운에 정신을 못차리고 앉아만 있다가 (사장님 죄송) 집에와서 그대로 뻗어버렸습니다.
그렇게 일찍부터 잠을 청했음에도 다음날이 되자 몸이 완전히 감기에 빠져버렸더군요.
아아- 나이가-
결국 하루 쉴까 하다가 오후에 약속들이 줄줄 있는 것을 보고 오전만 휴가내고,
오후에 가서 약기운에 머엉-한 상태로 일을 보는데 전화가 왔습니다.
"그러니까요. 미스터 킴. 기다리고 기다리시던 짐이 드디어 도착을 했습니다. 그래서 내일 바로 가져다 드릴께요. 그럼 아침 9시반에 뵈어요"
두바이에서 인도를 돌아 요사이 말레이지아 항공이 없어졌을지도 모르는 말라카 해협을 통과한
내 이삿짐이 겹치기 요정의 장난덕에 감기로 라면 끓이기도 벅찬 이 몸 상태에 도착을 한 것이죠.
그렇다고 온 짐을 오지 말라고 할 수 없어서, 일단은 집으로 돌아와 짐들이 들이닥칠 내일을 고려해 가능한 감기를 치료하기 위한 모든 수단을 실행했습니다.
- 엄청난 수의 술약속들을 취소했고
- 처방된 약들을 일단 과다 복용을 하고
(뭐랄까 과학적인 근거는 없지만 심장 전기충격 줄 때 100주울에서 안깨면 200주울 하는 식으로 -_-;;;)
- 눈에 띄는 모든 비타민을 물에 타서 먹거나 삼켜댔고
- 여기에 고추가루 심허게 푼 라면에 밥을 말아 땀을 주욱 빼고 먹어준 다음에
- 이불을 뒤집에 쓰고 가능한 많은 땀을 흘려댔다
이렇게 하고 아침에 일어났더니.... 별 차도가 없군요 (민간요법들이란 -_-;;;;)
아침부터 들이닥칠 짐들을 생각해서 대충 씻고, 아침거리를 찾으니 바나나 밖에 없어서 일단 바나나를 2개 먹고, 약들을 과다 복용하고 짐들을 기다렸습니다.
왠일로 (꼭 이런 날에는) 지각도 없이 정확하게 9시30분부터 이삿짐 아저씨들이 들이닥쳐 하나 둘 종이 상자에 들어있는 짐들을 집안으로 들였고,
꼬박꼬박 이것 저것들을 물어 보기 시작했습니다.
"자자 미스터 킴 여기 보세요 짐들의 확인 부탁합니다"
"네네, (순전히 약기운에) 맞는 것 같네요"
이렇게 짐들이 들어오고 아저씨들은 점심을 먹으러 갔고, 잽싸게 아래층에서 점심을 해결하고 나서 아저씨들을 기다렸습니다.
오후는 짐들을 풀고 가구를 조립하고 짐을 정리하는 시간이었는데
"아아, 미스터 킴. 이놈의 침대 인간이 조립 가능한 것이 맞나요?"
"아아 그게 아이케아 건데.. .."
하면서 결국 내가 조립을 했습니다.
"미스터 킴. 테이블 조립했는데 이 부품이 남네요"
"아아아 그건 아래쪽에 미/리/ 넣었어야 한다구요"
"미스터 킴 자자 여기 스탠드 2개를 조립했어요. 참, 취향 특이하군요"
"하아- 두개 스탠드를 섞어서 조립하면 어떻해요"
"미스터 킴. 이거 짐 맞아요? 버릴까요?"
"아녀요. 짐 맞아요. 이쪽 장식장에 넣어주세요. (참고로 geologist들은 돌을 수집합니다)"
"이것도 장식장에 넣어요?"
"아녀 그건 (나름 고급의) 향신료 세트니까 부엌에"
하는 식의 대사가 이어졌고, 다시 열이 오르고 목이 부어올라 약을 먹고 거실로 돌아와보니
"자자, 얼추 다 되서 저희는 이만......"
하면서 아저씨들이 태반이 정리가 안된 짐들을 놔두고는 샥샥샥 떠납니다.
결국 오늘까지도 약 기운에 짐을 정리하고 정리하지만 도무지 집이 깨끗해질 가망이 없네요.
이래서 법정스님이 '무소유'를 외치셨나? 아마도 스님 이사 상당히 많이 해보셨는듯 -_-;;;;
암튼, 겹치기 요정 녀석의 이번 감기+이삿짐 조합은 조금 고약한듯합니다.
아아 월요일에 출근할 수 있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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