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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는 이야기/사이공데일리

의지하는 삶



유학생활 동안에는 정말로 하나부터 열까지 내 손으로 해야했다.

솔직히 평생 살면서 하나부터 열까지 내 손으로 하는 그런 일을 해 본 적은 그 때가 처음이었다.

그런 삶은 힘들었고 외로웠고 심지어는 이유없이 우울했다.


그러다가 이곳에 와서 살기 시작하자 이번에는 그 반대의 경우가 정신없게 한다.

일의 양이 한국에서의 딱 4배가 되어버리자 아주 많은 부분을 비서에게 의지하지 않으면 업무가 수행되지 않는다. 


덕분에 옥이는 다른 비서들이 하는 일에 몇배를 헉헉거리면서 해내야하고, 


나는 내 기술적인 업무이외에 다른 일들이 어떻게 돌아가는지 알지도 못하고 산다. 

음, 이건 하나부터 한 여섯까지 정도만 하는 셈이다.


집안일은 더더욱 심해서 예전에 즐겨했던 파스타는 사다두었던 재료가 어디서 썩어가는지 모르겠고,

밤에 와인이라도 마시려고 하면 와인 오프너를 찾아서 헤매야 한다.

도무지 내가 없어도 청결함을 유지하는 우리집.

이건 하나부터 다섯도 안되는 느낌이다.


얼마전에 앨리스님이 파워북을 저질렀다는 얘기를 들었다.

순간 '이거야' 하는 마음에 전자상가로 나가서 파워북을 찾았다.

뭐 결론은 '여긴 베트남이야 그게 뭐지?' 가 되었지만, 


뭐랄까 이제는 하나부터 열까지 내것이 필요하다는 것을 느꼈다.


의지하는 업무와 전적으로 의지하는 집안일과 의지하는 놀이와 등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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