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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는 이야기/사이공데일리

주변인간들이 일탈성에 대하여



나는 뭐랄까 예전에 해봤던 분석에 의하면 초자아가 약한 인간이다.

그러니까 한 번 마음을 먹으면 기존이라든가 관념이라든가 하는 것들은 안중에 두지 않는 그런 스타일이다.

영화에서라면 완전 사악한 인간이 되었거나 뭔가 특이한 삶을 살았거나 

암튼 적어도 이런식으로 공사에 들어와서 한 달에 한 번 돈을 받는 생활을 하지 않았을 것 같다.


그런 내가 남들이 보기에는 어느 정도 평온을 유지하고 살 수 있는 까닭은 

어려서부터 마음속에 하고 또 한 다짐 '나는 평범할꺼야' 때문인 것 같다.


지금도 전혀라고 말해도 좋으리만큼 '멋대로'의 삶을 즐기시는 어머니,

아직도 전혀라고 말해야 할 만큼 '평범함'을 포기하고 사는 그리고 돈벌 생각도 안하는 동생

한 시대를 풍미했던 할아부지, 아부지....

수 십 년째 정신 안차리고 신나게 사는 삼촌들....

암튼 내가 첫 월급을 들고 집으로 온 날이 우리 가문이 물경 30년만에 '정기적인 물질'을 받은 날이었던 것으로 기억한다.


덕분에 내가 회사 때려치고 뭔가를 하려고 할적에 동생이 외국으로 애정도피를 하고

내가 국제결혼이라도 하려고 했을적에 어머님이 장사말아먹고

사회적으로 고민좀 하려고했더니 삼촌들이 도망다니고


결국 일탈의 순간순간에 내가 뭐랄까 노말한 삶의 마지막 보루가 되는 바람에 


'네네 저는 워낙 노말하니까요' 


하는 식으로 행동해왔던 것이다.


뭐 이제는 다른 나라로 도망쳐서 이들의 행동들을 강건너 불보듯이 하고 있는 처지니까 다시 일탈의 마음이 슬슬 불어왔었는데,


오늘 우연히 울 교수님 그러니까 나한테 석사학위 주시고 박사의 기회를 박탈한채 바로 "마음의 허전해" 한마디를 남기시고 잠적해버리신, 

2년 내내 개신교 신자인 내게 불교를 전도하신, 정작 본인도 카톨릭에서 전향한지 얼마도 안돼신, 

비오면 술드셔야 되는 (아아- 장마철 -_-;;;), 

아침이면 차와 명상을 즐기시는 바로 그 교수님의 소식을 알게되었다.


현재 모모 신학대학 교수로 일하시고 계신 것이다. 

그렇다면 결국은 나와 같은 종파가 된 것이다.

왠지 이 사실을 알고 모모대학 홈페이지에 올라온 교수님 사진을 보고나자 일탈의 생각이 사아악 하고 파블로프의 조건반사로 없어져 버렸다.


내가 어떤 삶을 앞으로 꾸려나갈지는 잘 모르겠다.

이렇게 살다가 다 때려치우고 서울 한 구석에다가 베트남식 카페를 차릴지도 모른다.

하지만 당분간은 그러니까 일탈성주변인간들이 계속 이런식으로 난리치는 동안은 오늘 같은 일들이 몇번이고 일어날 것이라는 생각도 든다.

뭐 내일은 주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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