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돌아다닌 이야기/베트남

사파 여행기 - 첫번째 이야기

by mmgoon 2007. 1. 15.








대부분의 내 여행이 그렇지만 이번에도 즉흥적이면서 순전히 남에게 그러니까 옥이에게 의지한 여행이었다.


이런저런 일들로 지난 추석부터 지금까지 계속 밤을 새거나 투혼을 불사르거나 하는 일들이 이어졌고, 

또 다시 내게 미안한 일을 하게된 윗분들이 '이대로 두었다가는 큰 일 나겠다' 하는 생각에서 갑자기 


"야야 김과장에 내가 다 알아서 할테니까 당장 휴가를 다녀와"


하셨고, 난 뒤도 안돌아보고 자리를 박차고 나왔다. 훗- 

물론 그 전에 옥이한테 가서


"자자, 난 머리 쓰기 싫고, 아주 멀리멀리 떠나고 싶어. 나 간데 다 알지? 한 번도 안간데 갈거야" 하자

"알았어요. 그럼 사파를 가셔요"


해서 사파로 떠났다. -_-;;


옥이와 옥이친구 헬렌양(모모 리죠트 근무)의 도움으로 일사천리로 예약이 진행되었다.


"알았죠? 머리는 우리가 다 쓸테니까 미스터 킴은 돈만 내놔요"

"이런 상황에서 돈 아끼려는 생각.... 버리세요"

"자자 카드 내놔여"


등등의 대화가 이어졌다 -_-;;;

두 여인네들은 정말로 훌륭하게 일을 해줬고, 

단 하루 반나절만에 내게 비행기 표와 호텔, 기차, 트립, 식사 등등의 컨퍼메이션 레터가 쥐어졌다.


결국 아침에 나와서 떠나 있는 동안의 정리를 잠깐하고 있자 옥이가


"자자 출발!!"


하면서 등을 떠민다. 그래서 시작된 여행 이야기



익숙한 탄손녓 공항 국내선 대합실, 또 익숙한 베트남항공 기내식을 통과해서 하노이에 도달했다.




이번에 하노이 사무실에 전달할 것도 있고 해서 밖으로 나오자 하노이 기사가 기다리고 있었다. (뭐 이정도는.... 개인여행에 일시키는 울 회사 -_-*)


"아아, 이거 좀 부탁해"

"네네. 그리구요 저녁은요..."

"아냐 이번에는 개/인/적/인/ 방문이야 그냥 시내까지만 태워다줘"

"그래도..."


그냥 놔뒀다가는 그 동안 하노이에 쌓아둔 인간관계로 인해서 휴식은 커녕 무슨 정기 출장 정도의 상황이 벌어지는 것이다.

겨우 기사를 보내고 마지막 날 바짱 투어를 예약한 여행사로 갔다.





그리고 이게 아마 호치민에 있는 두 여인네 그러니까 옥이와 헬렌의 마수를 슬슬 느끼기 시작한 순간이었다.


"아아 제가 예약한..."

"안녕하세요. 저는 흥이에요. 그쪽 비서한테 말 다 들었어요. 걍 여기 싸인하시고 돈주세요"

"아네, 일단 예약은 하는데요... 저기"

"걱정하시마세요. 바로 트립 끝나고 지정된 시간에 공항까지 모십니다"

"아 네 다 아시는군요 -_-;;"


지금쯤 호치민에 앉아서


'흠흠 이 인간, 이 시간 즈음이면 항바거리 여행사에 도착해서...'


하고 있는 옥이의 포스가 느껴졌다.








솔직히 처음으로 배낭을 메고 하노이를 찾은 것이다.
완전한 관광객이지 않은가?
구시가를 거닐고, 수상인형극을 보고, 작은 음식점에서 음식을 먹고, 길거리 카페에서 커피를 마셨다.
이번 여행의 주제인 '완전한 고립'을 어느 정도 느꼈다.






그리고 천천히 하노이 역으로 걸어가서 빅토리아 옷을 입은 청년을 불러서


"저기 내가 예약을..." 


했더니 누군가를 부른다.


"안녕하세요. 미스터킴 기다리고 있었습니다. 제가 이번에 사파까지 모시고 가는 걸 담당한..."


왠 프랑스 녀석이 이미 내 일정과 모든 것을 꿰어차고는 나를 끌고 (실제로는 매우 깍듯하게) 이번 예약한 빅토리아 익스프레스로 향했다.

인터넷으로 조사한 바에 의하면 뭔가 사파가는 열차라는 물건은 하노이 B역사로 움직이고 등등의 복잡한 행동들이 필요했는데, 

실제로는 뭐 그런것도 아닌지 프랑스 녀석과 나는 A역사를 통과해서 사파행 열차에 올랐다. 

(즉,  이번 내 여행기는 그리 정보화하기에는 뭔가 모자란다는.. -_-a)


"오오 미스터킴 이쪽입니다. 원래는 일인한테 전용칸은 어려운데 헬렌양이 특별 부탁을..."


내 소위 전용칸에는 두개의 침대가 놓여있었고, 웰컴 메시지와 선물이 들어있는 주머니 등등이 왠지 옆에 기차들과는 차별되게 놓여있었다.





"프라이빗 캐빈인가요?"

"네 물론이져"

"감사"

"그리고 다음칸은 르 메콩 식당입니다. 미리 와인등을 주문하시면...."

"아녀 나중에"

"편히 쉬십시요"


짐을 정리하다가 이런 생각이 들었다.

일단 옥이와 그 친구 헬렌의 포스는 대단하다.

두번째는 도데체 나는 이런 서비스에 얼마를 지불한단 말인가... -_-;;; 

(참고로 모든 비용은 카드로 그었고, 옥이는 비용을 아직 말하지 않았다)


짐을 풀고 있자 기차가 출발을 한다.

이미 어두워진 하노이를 떠나는 기차가 마음을 부드럽게 한다.

책을 조금 보다가 식당칸에가서 맥주를 한 잔 했다. 

웰컴 드링크도 그럭 괜찮았고 사이드 디쉬도 훌륭했다. 

옥아- 이거 도데체 얼마야?


나를 제외하고는 대부분 이 기차를 탄 사람들은 나이를 먹은 서양 사람들이라서 전혀라고도 좋게 혼자될 수 있었다.

조금 마음이 풀어졌고, 다시 방으로 돌아와 책을 읽다가 잠이 들었다.

흔들리는 기차를 느끼면서 자는 동안 기차는 베트남 북부로 어둠을 통과하고 있었다.


photo with Canon 300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