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6년 9월 20일 오전 10시에 뭐 별거 아닌 여행이 시작되었다.
보통 때라면 내가 시추선에 올라간다는 얘기는 뭐랄까 머리 아프고 중요한 결정을 내려야 한다는 것을 의미하지만 이번에는 뭐 이런저런 다른 이유로 그러니까
‘그리 중요한 일은 없지만 누군가는 가야한다’
하는 식의 결정의 결과이기 때문에 솔직히 마음은 일이라기보다는 여행이다 (부장님 용서하세요―).
붕타우에 온 김에 자재창고를 확인하기 위해서 평소보다 조금 일찍 출발을 했다.
뭐 자재창고에 가면 도무지 일이 언제 끝이 날지 가늠하기가 힘들고, 무엇보다 요 며칠간 준비한 일에 이제는 지쳤기 때문이다.
앞으로는 절대로 능력없는 인간들하고 같이 일하지는 않을 것이다.
암튼암튼
아침에 호치민에서 배를 타고 붕타우에 도착을 했다.
같이 온 ㅅ씨와 점심을 먹고 호텔에 체크인 했다.
늘 오는 그 호텔에 이제는 얼굴도 서로 아는 처지인 리셉션과 간만에 즐거운 인사를 했다.
“근데여, 미스터킴 비자가 안보이는데염”
“그럴 리가. 잘 찾아바바”
“에이 못찾겠어여. 괜차나여 미스터킴 잘아니까”
으음, 뭐 잘 아니까... 붕타우는 뭐 대충 작은 사회를 구성한다.
대충 다 알고 간데 또 가고 등등...
부디 붕타우에서 바람피지 마시기를. 다 내게 보고가 됩니다.
체크인을 하고 약 30분을 쉬고는 택시를 잡아타고는 창고에 갔다.
그런데 현장 기술자 녀석들이 암것도 해논게 없다.
베트남이다.
말한다고 듣는 애들이 아니다.
“야, 이 인간에 어째 암 것도 안했어. 죽고 싶어 앙!!!”
“흑흑흑- 미스터킴이 올줄 몰랐다구요”
“이게 내가 오면 일하고 안오면 안해. 쥐긴다 이 시끼”
결국 그 동안 일 안하고 논 현장 기술자 녀석을 약 30분간 구박을 하고 나서
“알간? 내가 배에서 내려서 여기를 좌악 봤을 적에 이 시방서대로 안 만들어 놓았으면 다 쥐겨 버릴 거야. 알지? 나 단순한거?”
“넹- 흑흑- 충성-”
뭐 이런 식이였으니 창고에서 시간이 많이 걸릴리 만무했다.
식식거리면서 택시를 타고 호텔에 돌아오는데 전화가 왔다.
“하아이- 붕타우에 왔어요?”
“엥? 어떻게 알았어?”
“웅웅- 이럴수가 저번에 술먹고 말해줬자나여”
생각해보니까 지난번에 호치민에서 애덜이랑 마시고 있는데 언제 붕타우 오냐고 묻길래 술김에 솔직히 말한 기억이 난다.
바보 아아- 이제는 바를 바꾸고 싶었는데...
“응응. 지금 붕타우. 호텔로 돌아가고 있어”
“그래여?”“내가 책임지고 오늘 애덜을 싹 몰아가지고 매상을 팍팍 올려드립지요”
“흠흠흠. 좋아여. 근데여. 지금 울집에 에어컨이 고장났거든여”
“근데?”
“그래서 집에 있기 넘 더운데 나 바로 출근하기 전까지 커피사줘염”
“아아- 알았어”
결국 집에 에어컨 고장난 여자애랑 카페에서 태국 공포영화를 보면서 빈둥거렸다.
뭐 그리 나쁜 것은 아니었고, 또 황당한 경험을 어디서 한단 말인가.
결국 여자가 에어컨 고장 났다고 남자에게 말하는 이유는.... 별거 아닌 것이다.
같이 커피를 마시면서 공포영화를 봐주면 되는 것이다.
여자애는 출근하러 가고 다시 호텔방으로 돌아와서 이런저런 리포트를 보고나자 배가 고팠다.
마음 같아서는 한국식당에 가서 라면에 밥이나 말아먹고 싶지만 같이 온 ㅅ씨가 맘에 걸렸다.
하아-
결국 이 인간을 데리고 (수많은 즐거운 저녁을 포기하고) 30대 후반의 남자와 40대 후반의 남자가 먹는 그런 식의 조용한 식사를 했다.
나는 폭찹 녀석은 아보카도와 새우.
그리고 이 인간 절대로 무리를 하는 그런 타입이 아니기 때문에 술도 대충 짧게 먹고 내일 비행기를 타려고 호텔로 쉭 하고 들어가 버린다.
생각해보니까 같은 비행기로 떠나는 나도 내일 5시에 일어나야 하니까 들어가서 자려고 하는데 전화가 왔다.
“흑흑흑- 이 나쁜 시끼야”
“야야. 왜 욕을 해”
“너 내가 여기서 외로움에 치를 떠는 거 알면서 붕타우 와서 전화를 안해. 뛰발”
“지금 어딘데?”
“지금 이쁜 여자끼고 술마시고 있는데 니가 원한다면 갈게”
“야야 거짓말 하지마라 뒤쪽에 테레비 소리 들린다”
녀석의 뒤쪽으로 우울한 하숙집의 소형 티비소리가 들려온다.
뭐 우리업계 사는게 다 그렇다. 화려하지 못한 것이다. (-_-)
“아 새뀌 꼭 아픈데 찌르고 있어”
녀석의 간곡한 부탁에 (?) 마음이 움직여서 아까 낮에 커피사준 애가 일하는 바(bar) 즉 이제는 그만 가려고 시도 했으나 이번에도 역시로 되어버린 그곳으로 녀석과 달려갔다.
“야, 내가 왔어”
“친구들 잔/뜩/ 데리고 온댔자나여”
“아아 시끄러 우리가 잔/뜩/ 먹어주면 되자나”
그동안 이런저런 일로 바빠서 붕타우에 안내려왔더니 간만에 들린 바가 친근했다.
저번에 만났을적에는 쬐그마 했던 강아지들도 그동안 많이 자라서 나를 ‘누구신가요?’ 하는 눈으로 경계도 하고
화장실 가는 길에 사는 고양이 녀석도 간만이라 그런지 반갑다는 식의 제스추어를 보이는 듯도 했다.
두 병쯤 마시다가
“흠흠, 이거봐 우리 잠깐 다녀올게”
“어디염?”
“둘이 간만에 만났는데 night crawling을 하려고”
“아아, 그러지 말고 여기서 걍 마시져. 글고 행여나 완조니 뻗어서 맨 마지막으로 우리집에 오거나 하진 말아여”
결국 시동이 걸린 두 인간은 붕타우 프론트 비치에 있는 바를 순회하면서 좍좍 마셔댔고, 결국 한참 늦은 시간에 출발점으로 다시 돌아갔다.
“아아 못살아 인간들”
“흠흠흠. 그래도 우리가 돌아와서 좋지?”
“아아 저리가여. 다 필요없어”
이런식으로 난리를 치고 어찌어찌 호텔로 돌아와 쓰러졌다.
문제는...
이게 어떻게 된 일인지 쓰러지기가 무섭게 모닝콜이 때리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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