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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는 이야기/사이공데일리

기다리면서




솔직히 30대 후반이 되면, 그것도 전형적인 한국 회사에 과장정도의 생활을 하면서, 게다가 외국지사라는 곳에 살면은, 

뭐 그렇지 않은 사람들도 있겠지만, 문화생활이라는 것은 어디선가 공짜표가 생기거나 인간관계였거나를 제외하고는 (솔직히 이런 것도 외국에서는 힘들고) 

내가 한국을 떠나기전 그리고 과장이 되기 전 그러니까 저기 2001년 정도에 머물고 있는게 현실이다.


접대나간 노래방에서 펑키락을 부를 수는 없는 것이고 (40대중반에서 60대초반들이 접대를 받는다)

집에 돌아와서라고 해도 티비나 그것도 한국의 음악방송이라고는 볼 가능성이 0%에 가까우니까 운동이나 쑈프로나 보고, 

가끔 음악이 듣고 싶다가도 뒤져보면 푹푹 오래되고 너무 반복적으로 들어서 거진 다 외울 정도가 된 것들이 기다리고,

그나마 정보가 차단되서 뭘 들어야 좋을 지도 모르고,


뭐 무미건조한 생활이다.


그러다가 얼마전에 크라잉넛 새 앨범에 필이 꽂혔고,

자우림의 새 앨범이 드/디/어/ 나왔고,

주변에 친구녀석이 클래지콰이를 추천한데 힘입어

(30대 후반이 음반하나 사는데는 여러가지 동기가 필요한 것 같군 -_-;;)


인테넷으로 음반을 주문했다.



그리고 시작되는 기다림

10월 15일에 인터넷으로 주문을 했다. 하지만 자우림의 새 음반이 아직이라서 일단은 발매일까지 대기

10월 21일이 되자 (6일만에!!) 배송을 했다는 이메일이 도착했다.

이때부터 UPS 사이트를 매일 구경하기 시작했다.

문제는 23일이 지나 24일이 되었는데도 아직도 이 CD들이 인천에서 빈둥거리고 있다는 것이었다. 결국....


"안녕하세요. UPS 입니다"

"네네. 제가염. CD를 주문했는데 녀석들이 아직도 인천부근에서 놀고 있어서염 -_-;;"

"고객님 수령지가?"

"네네. 베트남입니다요"

"잠쉬만여.... .... .... ...  아, 네 지금 싱가폴에 가있습니다. 왠일인지 홈페지가 업댓이 안돼었네요. 

 정확한 배송예상시간은... .... .... ....  죄송합니다. 이쪽에서는..."

"아, 네 한국은 떠났군요. 감사합니다"


베트남에는 UPS 물류센터가 없으니 일단은 싱가폴로 간다.  그리고 이쪽으로 와서 통관을 하고 배달이 되는 그런 시스템이다.


결국 CD들은 10월 25일에 베트남에 도착을 했다.

다시 참지 못하고 옥이 친구인 UPS에 근무하는 ㅌ에게 전화를 했다.


"아아, 안녕~"

"오오 미스터김!! 왠일이에여?"

"그게 말야 내가 이번에 한국에 뭔가를 주문했는데 어찌되었나해서리..."

"오오 뭐에여?"

"으음 한국 음악 CD야"

"오오 나도 나도 카피해줘여"

"알았으니까 지금 어찌되고 있나 알아바바줘"

"잠쉬만여.... .... .... 아아 지금 세관에서 잡아서 문화부에 의뢰중이래여"

"후우- 얼마나 걸린데?"

"모르져. 글고 세금도 내셔야 할 듯해염"

"알고있어. 세금 상관없으니까 빨랑 처리 부탁 좀"

"넹"


글고 다시 포기하고 있는데 어제 문자가 왔다.


축하축하!!!

별 문제 없이 통과 했음.

월욜에 뵙지여~~


아마도, 큰 이변이 없는 한 월요일에 음반들을 받아볼 것 같다.

예전에는 기다리는 것을 죽기보다 싫어했는데,

이젠 거의 자포자기로 기다리는 것에 익숙해진 듯 싶다. 뭐 늙어간다.


Anyway, I goona be funky mood from Monday.

What a brilliant futur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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