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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는 이야기/사이공데일리

찌의 첫 붕타우 출장일기



안녕하세요.

저는 미스터김과 함께 베트남에서 석유를 찾고있는 찌라고합니다.

울 회사에서 일한지도 어언 한달이 되어가는 군여.

어제 미스터김이 와서는


"알간? 낼 붕타우 출장이니까 준비해" 


하더군여


나름 회사라는 곳에서 가는 첨 출장이고 게다가 일 잘안풀리면 성질 있는대로 부리는 미스터김과의 출장이라서 나름대로 긴장해서 열심히 자료들을 준비했다져.

글고 생각해봄 낼 출장인데 오늘 말하는게 약간 당황스럽다져. 

옥이 언뉘에 의함 미스터김 이 인간은 외국출장도 이런식으로 갑자기 간다는군여. 성격도 참

암튼 급하게 열라 자료를 보는데, 지나가던 미스터김이


"야, 뭐하냐? 아이궁 하루 출장인데 왠 자룔 이리도 많이" 


하더군여.


솔직히 미스터김과 저는 같은 전공이랍니다. 

지금은 비록 data manager이지만 조금만 더 경력을 쌓으면 Jr. Geologist가 되고 그 다음엔 geologist, 바로 그 다음이 지금 미스터김과 같은 Sr. Geologist가 된답니다. 

훗- 

녀석 벌써부터 경계를 하는군여. 

하기사 저 나이가 되면 밑에서 신기술로 치고오는 후배들이 무서운 것이져. 네.


집에 가려고 짐싸는데 미스터김 아저씨가 오더니


"낼 늦지말고 페리터미널로 와" 하길래

"거기가 어디에염?" 했더니.

"넌 베트남 녀석이 그것도 호치민 출신이 것도 모르냐? 에궁 옥이 언뉘한테 물어. " 하더군여.


좌식 모를수도 있지. 흥흥

옥이 언뉘에게 물으니


"알았지? 똔득탕 거리에 있구, 내가 다 예약했으니까 한 10분정도 일찍가서 세 사람 표 받아놔 

(이번 출장으로 저랑 미스터김이랑 탕오빠랑 같이 간답니다). 꼭 앞쪽으로 달라고해야돼"

"알았어염"


아마도 옥이 언뉘는 남친 그니까 현재 형부와 열라 놀러 다녔나 봅니다. 

이런것도 다 알구... 나두 얌전한 생활 청산을 함 고려해바바?


집에 가려는데 미스터김 아저씨가 또와서는


"글고 내일은 창고에서 일할거니까 옷은 좀 터프한걸루 입구와" 했다져


뭐야, 평소에 좀 여성스럽게 입고 다녀줬더니 나의 센스를 무시하나? 흥-이다.




아침에 일어나서 훗훗- 긴장풀고 터미널로 가서 계획대로 표를 받고, 인간들, 그러니까 같이 출장가는 미스터김 아저씨와 탕오빠를 기다렸습니다.

이 남자들 도무지 올 생각을 안더군여.

하아- 이대로 혼자 가서 다 막아야하나

하고 생각하는데 저쪽에서 두 인간이 히히덕 대면서 옵니다.

늦었다고 한마디 하려는데,


"야 옷이 이게 뭐야!"

"군대가냐?"

"근데 슬리퍼는 뭐냐 당황스럽게"


합니다. 나 참 웃겨서.

미스터김 아저씨 본인이 '터프'하게 입고오라고 했다는 걸 모르나 봅니다.

무시를하고 표를 줬습니다.


"여기 표"

"엥? 이거 왜 뒷자리야? 승선감 별로고 냄새 나고 시끄러운데"


순간 옥이 언뉘가 '앞쪽' 달라고 하라던 말이 생각 났습니다.

뭐 잊을수도 있지. 

요사이는 남자들이 더 민감하다져. 흥-


솔직히 배타고 붕타우 가는 거 첨입니다.

그동안 버스나 오토바이로 가봤는데, 배가 더 안전하고 빠르다는군요.


배가 출발하자 엔진소리가 조금 거슬리기 시작합니다. 뭐 이 정도야.

조금 있자 배가 출렁 댑니다. 뭐 이 정도야.

바로 뒤따라 기름냄새가 올라옵니다. 뭐 이 정도야가..... 아닙니다.

결국 탕오빠가 갑판에 데리고 가줘서 찬바람을 쐬고 왔습니다. 좀 낫더군여.


선실로 왔더니 미스터김 아저씨는 헤드폰끼고 자고 있습니다. 

어떻게 이런 환경에서 저리 잘 자는지 성장환경이 의심스러워집니다.


겨우겨우 속을 달래면서 붕타우에 도착을 했습니다.

이번에 새로 지었다는 우리 창고와 사무실을 방문해서 만 언뉘한테 인사도 하고 커피도 마시고 등등 즐거운 시간을 보냈습니다.

잠시 후

미스터김 아저씨가 회의를 마치고 나오더니


“자자 찌야 놀지말고 창고로 가자” 


합니다.


처음으로 하드햇(hard hat)을 쓰고 (열라 불편하더군여) 창고엘 들어갔습니다.

허억-

이렇게 덥다니. 암 생각이 안났습니다.

정신을 추스리고 있는데 이미 저쪽에서 시료 위로 기어 올라간 탕오빠와 김씨아저씨가 소리를 질러댑니다.


“야야, 잘 받아적어. 심도 000-000, 시료번호 0000….”

“야, 포크리프트 기사 왜 안와!! 빨랑 전화때려!!”


덥고, 기계소리로 시끄럽고 등등 죽음과 같은 오전이 지났습니다.

아이구-


“자자, 이제 점심 먹으러가자. 내가 팍팍 쏠께” 


김씨아저씨가 오늘들어 처음으로 좋은 얘기를 하더군요


점심시간은 넘 즐거웠습니다.

이거저거 신기한 음식도 시켜먹고, 게다가 붕타우 창고에서 일하는 아저쒸들이 나한테 잘보이려고 온갖 아양을 떱니다. 훗훗- 이넘의 미모-


점심먹고 와서 다시 그 더운 창고로 갔습니다.

의외로 일은 순조롭게 진행되서 (이런 더운 상황에서 머리를 픽픽 잘 돌리는 김씨 아저씨가 처음으로 딱 한 번 존경스러웠다져) 대충 다 정리가 끝났습니다.


“자자, 이제 정리 다 했으니까. 다들 좀 쉬고. 찌는 이거 리스트 다 잘 해” 


라고 김씨아저씨가 말하자


다른 오빠들은 다 담배피러가고 김씨 아저씨는 취미생활한다고 사진기 들고 나가고 나만 달랑 남아서 목록 정리를 했습니다. 

흑흑-

조금전에 존경심 홀라당 다 날아갑니다. 

뛰발 조금만 기둘리. 나도 Sr. Geologist만 되면 흑흑-


일을 마치고 배를 카페에 가서 조금 쉬다가 배를 다시 타고 (이번에 앞자리. 훗-) 호치민으로 돌아왔습니다.

몸이 장난이 아니네요.

그래도 재미있었다는… 흠흠…

빨랑 진급해야되겠다는 강한 마음을 먹어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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찌 녀석 너무 첫 출장이라고 굴린게 아닌지 약간 걱정이 됩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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