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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는 이야기/사이공데일리

한국라면




우리 교회는 일년에 한 번씩 바자회를 연다. 

물론 수익금은 가난한 학생들의 장학금이나 구제사업에 사용된다. 한마디로 좋은 일인 것이다.

바자회에 나오는 물품은 주로 이쪽에 공장이 계신분들이 기부해주시거나 한국음식 같은 것들을 만들기도 한다.


올해 우리 구역에서는 '오이지'를 만들기로 했다. 구역장님의 진두지휘에 따라서 엄청난 양의 오이지를 만들기로 했는데... 나는....


"권사님, 저는 어쩌죠?"

"걍- 늉이나 하루 보내. 알간?"


하셔서 늉이 하루 우리집 밥하는 대신에 오이를 씼었다고 했다.

오이지를 다 담그시고는 구역장님이


"알았죠? 혹시나 오이지가 남으면 우리가 다 책임지고 사야되"


하셔서, 게다가 밥에 물말아서 오이지랑 먹는 것 좋아하는 까닭으로


"넹"


하고 대답을 했었다.


그러나 오이지의 인기는 의외로 좋아서 (권사님의 특별 비법으로 담구셨다고 했다) 모든 오이지들이 남김 없이 팔려나갔다.

그래서 정작 나는 오이지는 구경도 못하게 된 것이다.

그래서 그러고 있는데 구역장님께 전화가 왔다.


"넹?"

"그러니까 이번에 기부를 받은 '한국라면'이 남아서 우리구역에서도 한상자씩 사기로 했거든. 암튼 한 상자를 사세요"


하셔서 '한국라면인데 어짜피 먹으니까' 하는 마음으로


"넹. 한 상자 살께요" 했더니

"글면 '인삼'맛, '녹차'맛 아님 '김치'맛 뭘로 할꺼야?" 하신다.


왠지 슬슬 수상한 냄새가 났지만 일단은 그 중 나아보이는 김치라면을 주문했다.


그리고 오늘 회사에서 돌아와보니 늉이 라면을 받아논 것을 봤다.


'한국라면'


허억.... 이게... 

'한국산 라면' 이라는 뜻이 아니라

라면 이름이 '한국라면'인 것이다.

게다가 인삼맛!!!!


약간 어질 했지만 일단은 찬장에 정리를 했다.

흑-흑-

포장지를 보자 이거 베트남 한 소도시에서 척척 거리고 생산된 녀석의 역사가 보이는 듯하다.

결정적으로 Ramen Han Quoc 이라는 글자도 보인다. 울나라를 한꿕이라고 부르는 나라는 베트남 밖에 없는 것이다.


조금전에 출출해서 라면을 삶을까 하다가 왠지 싶어서 걍 있던 컵신라면을 먹고 있다.


아아-

맛보기가 두려워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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