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치민에서 방콕
문제는 항상 여행 전날 만취를 하는데 있다. 이번에도 어김 없이 신나게 술을 마시고 아침에 일어나자 머리와 속이 장난이 아니다.
대충 손에 잡히는 대로 짐을 꾸리고 차를 타고 탄손녓 공항에 나왔다.
예상보다는 적은 수였지만 평소보다는 많은 사람들이 공항에 있었다.
역시나 구정 연휴인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체크인도 immigration도 사뭇 괜찮은 속도로 진행이 되었다.
게이트 6번에서 기다리면 되겠군 하는 맘을 먹고 아침대신 빵을 하나 사먹으면서 빈둥댔다.
10:30분 비행기니까 10시부터 보딩을 시작하겠지 했는데...
왠걸 아직도 내 비행기 앞서서 게이트 6에서 출발할 캐세이 퍼시픽이 버벅거린다.
작디작은 탄손녓에 평소 비행기편보다 많은 증편에 게이트가 바닥난 것이다.
게다가 중국사람들과 베트남 사람들 항상 느리다.
어디선가 헤메고 있는지 계속 "this is the last call for...." 하는 말이 나온다.
결국 30분이나 dealy해서 게이트 9에서 체크인했다.
비행기가 뜨고 예의 그 무뚝뚝하고 비효율적인 베트남항공의 기내서비스가 시작되었다.
이번 점심은 의외로 태국식 커리였다. 약간 매웠지만 맛은 의외로 괜찮은 편이이었다.
그리고 방콕 도착.
베트남에는 하얀 아오자이를 입은 고등학생들에게 매료된다면 태국은 검정 치마에 하얀 블라우스를 입은 여대생들에게 매료된다.
(네네 아저씨 입니다요 -.-).
새로 산 청바지로 바로 갈아입고, 한쪽 손에는 새로 산 티세트를 들고 바에 들어가서 맥주를 홀짝이면서 지나가는 사람들 (여자만) 신나게 바라봤다.
바텐더가 다가와서 내 쇼핑 가방을 보고는 묻는다.
"쇼핑? 뭘 산건가요?"
"하하 당신은 상상하지 못하는 것"
아유타야
다음 날 아침에 일어나서 내게는 베트남의 후에 같은 느낌을 주는 아유타야로 갔다.
예의 느끼고 싶었던대로 그 고즈넉함이 있는 곳이었다.
폐허의 잔재 앞을 넘어서 뒤쪽의 폐허가 약간 지나쳐 황량해진 들판같이된 곳을 걸어다니자 그 많은 사람들은 다 없어지고 고요함이 흘렀다.
왠일인지 더운 날씨도 없어지고 300D을 셔터소리만 지나가듯이 들린다.
스님이 혼자 앉아 담배를 피고 있는 나무 정자 한쪽 구석에 걸터 앉아서 잠깐 생각에 빠졌다. 가이드가 다가왔다.
"피곤한가요?"
가이드가 묻는다
"아 조금 다른 종류의 그런것"
"그나 저나 우리 요사이 대장금에 빠졌다구요. 한국음식 정말 대단해요"
"아아 정말? (난 대장금을 본적이 없다)"
아유타야에서 돌아오는 길.
직업이라는 것은 무섭고도 드러운 것이라서 가이드는 돌아오는 차속이 졸린데도 자꾸 내 얼굴을 본다.
하는 수 없이 눈을 감고 자는 척을 하자 이내 잠에 빠지는 가이드.
계속 아유타야에서 본 것을 생각했다.
저녁에 한껏 춘절맞이에 한창인 방콕. 이제는 중국식 시끄러운 춘절 그러니까 우리의 고요한 설날을 사랑하기로 했다.
이쪽이 더 설을 좋아한다는 생각도 있고...
저녁을 먹으러 일본식 덮밥집에 갔다.
"아아 이게 저희집에서 가장 인기있는 덮밥입니다"
"이게 뭔가요?"
"그러니까 기무치와 함께 볶은 돼지고기 덮밥이지요"
일식집 최고의 인기메뉴를 먹으면서 대장금이라는 드라마를 생각했다.
내일은 파타야라는 곳에 간다.
파타야
차를 타고 파타야에 왔다.
내 생각에는 예약을 하면서 단지 파타야까지 차편만 구한 것으로 계산했는데
가이드와 기사 아가씨 둘다 아에 자기들도 놀러가려는 것처럼 짐을 싸들고 왔다.
나를 호텔로 체크인 시켜놓고는 자기들은 이제 내일까지 할 일을 다 했다는 것처럼
"저희는 여긴 비싸서 근처로. 헤헷"
하더니 쉭하고 없어져 버린다. 결국 여자 가이드에 여자 기사가 있어도 이 세상은 별로 재미있는 방향으로 진행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떠나기 전에 들은 말이 생각났다.
"파타야는 물이 좋지. 하아- 바닷물 말고 바에 가면 말이야"
아직도 태양은 뜨겁다.
무엇을 할것인지 모르겠다. 릴랙스....
그리고 파타야의 밤을 구경했다.
알카자쇼를 시작으로 해서 이런저런 눈을 즐겁게 하는 일들로 부터 약간은 구역질 나는 일들까지 가득한 도시였다.
역시나 수영하러 오는 그런 도시는 아닌 것이다.
우리로 치면 타락이라든가 욕망들이 너무 자연스럽고 때에따라서는 가격도 매겨져 있는 그런 도시다.
뭐 아주 나쁘다는 얘기는 아니고...
세번째 들린 바에서 한국 사람들이 아가씨랑 말도 안돼는 영어로 흥정하는 장면을 바라보면서 (의외로 날 심심하지 않게 했다) 있는데
바텐더 녀석이 말을 걸어온다.
남은 병을 다 비우고 일어섰다.
결국 이 도시는 술을 마시러 온 곳도 아닌 듯한 느낌을 받았다. 뭐 나쁘다는 얘기만은 아니고...
"어제 밤에는 뭐 했어?"
"아녀 걍 길만 걸어다니다가 잠잤어요"
"그쪽은 나이트 클럽? 아님 바?"
"결국은 ㅇㅇ바"
"하아 비싼데..."
다시 방콕에 돌아와서 체크인을 했다.
내일은 칸차나부리관광이다.
뭘 볼까.
칸짜나부리
"내일 아침에는 꼭 일찍"
결국 여행와서 보통은 일어나지 않는 시간에 일어나서 콰이강의 다리를 보러갔다.
별거 아닌 박물관, 별거아닌 다리
하지만 모든 게 현실이었다는 것이 그냥 그런 생각을 들게 했다.
22에 죽은 군인의 무덤을 봤다.
나라면 벌서 10년도 넘게 죽은 인간인 것이다.
그 사람보다 10년도 넘게 산 내가 무슨 가치가 있을까 잠깐 생각했지만 뭐 더운 하늘 아래 잠깐 정도의 생각이었다.
다리를 건너서 기차가 오기를 기다렸지만 오지 않았다.
"태국 기차는 영 믿을게 못되죠"
돌아오는 차 속에서 처음으로 이런저런 얘기를 했다. 학교얘기 전공얘기 술마시는 얘기 아버지 얘기
호텔로비에서 돈을 계산해주고 악수하고 가이드와 기사를 보냈다.
이젠 다시 돌아갈 준비를 하고 잠을 잘 예정이다. 언제나 그랬듯이 바뀐 것은 없다.
옷가지 몇개, 신발 몇개, 주방용품 몇개, 사진들.
떠나기 전에 스타벅스에 들려서 커피를 한 잔 했다. 당분간 별다방 안녕 하고 마음속으로 말했다는...
호치민 귀환
호치민에 돌아오자 익숙한 기사가 태워주는 차를 타고 익숙한 내 집으로 들어와서 익숙한 티비를 보고 익숙한 침대에서 잤다.
돌아오기 위한 여행이라고 했던가?
아직 나는 돌아가고 싶지는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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으음 여행다니면서 끄적거린 글들인데 지금보니까 영 우울 하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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