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에 정신을 차리고 보니 오늘 님하들이 안계시다는 것을 알아차렸습니다.
그러니까 샐러리맨들이 좋아라 하는 윗쪽이 없는 무두절인 것이죠.
냉큼 집어들었던 양복바지를 던져두고 청바지에 대충 윗도리 하나 줏어들었답니다.
오늘 같은 날은 뭐랄까 캐쥬얼한 옷차림으로 근무하고 칼퇴를 하거나 애들을 모아 무두절 기념 회식이라도 해야야하는 그런 것이죠.
이렇게 기분좋은 생각으로 룰루랄라 출근을 준비하고 있는데…
헉-
뭔가 쌔-한 그런 느낌이 듭니다.
평소에 육감이라든가 뭔가 신성한 존재라든가 하는 쪽에 전혀라고 해도 좋으리만큼 감이 없는 김부장에게
정말로 간만에 그 동안의 봉급쟁이 생활이 주는 그런 촉이 온 것이었습니다.
결국,
다시 청바지는 던져두고 와이셔츠에 양복바지에 적절한 자켓을 떨쳐입고 회사로 향했습니다.
역시나 회사를 나오니 님하들이 보이지 않고 왠지 평소보다 조용합니다.
그렇게 촉이 잘못되었나 하는 생각으로 일을 하는데 전화가 옵니다.
“아아아 김부장아 그러니까 완전 위쪽 님하에게 보고를 해야한다고”
“넹”
“아아 말이야 우리가 없으니까 니가 다 보고를 하고 결과를 알려줘”
“넹”
“그거 끝나고 다른 님하에게 가서 말이야….”
“넹”
결국 이런 식으로 일이 진행되어서 평소에 별로 만날 일이 없는 님하들에게 이런저런 보고를 드리고
이런저런 코멘트를 받는 시간이 이어졌습니다.
마지막 보고를 마치고 엘리베이터를 타면서 정말로 간만에 부장의 촉이라는 것이 일을 했다는 생각을 했답니다.
비록 자율과 MZ 세대를 말하지만 아직도 아래서 것들의 복장을 신경쓰는 우리나라 회사 분위기상 오늘 보고들의 결과는
만약 청바지에 티셔츠 차림이었다면 훨 어려웠을 것이라는 그런 마음이 들었다죠.
아아-
오늘도 무사히 넘어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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