솔직히 오래부터 계획된 여행이었다.
대충 이 나이 정도되면 이런저런 일들이 엮여있고, 이걸 휘리릭 버리고 떠난다는 것은 어쩌면 좋은 아이디어만은 아닐 수 있기 때문에 시간을 두고 다람쥐가 도토리를 모으는 마음으로 준비가 진행되었다.
뭐 이렇게 쓰면 대단히 정교화된 그런 여행이었을 것 같지만 실제는 절/대로/ 그런 여행은 아니었다.
일단 나는 지쳤고 (샐러리맨이란 -_-;;;) 이번 여행의 성격에 대해서 알지 못했다.
시작은 이메일이었다.
“이 이메일을 받는 사람들을 초대합니다. 자자 내가 태국으로 복귀(?)했고,
이제 코로나도 잠잠한 것 같으니 연말에 이리로 오라구.누나가 다 계획이 있음"
“콜"
“간만에 모이는구만”
그래서 모든 것을 녀석에게 맡겼고 (나는 그리 생갹했었다) 녀석이 보내라는 돈을 송금하고,
녀석이 오라는 날에 맞춰서 비행기표를 예약한 것이 모든 여행준비였다.
태국은 우리나라와 전기 플러그도 같으니 무슨 준비가 필요하단 말인가?
그리고 회사에서 위아래로 내가 연말에 없을 것이라는 갸륵한 소식을 전달하고, 마지막 날까지 속썩이던 일을 뒤로 하고 비행기를 탔다.
얼마만에 놀러가는 비행기인지 기억도 안나는 채로 수안나품 공항에 내려서 입국하고 집을 찾아 밖으로 나왔더니
픽업을 해주기로 한 친구 녀석이 안보인다. -_-*
“야 어디야?’
“아아 추돌 사고가 났다고. 40분만 기달려”
태국의 자동차 보험처리 덕분에 느즈막히 녀석은 도착했고,
오랜만에 본 친구들이 그렇듯이 사랑스런(?) 대사를 던지고 내 짐을 녀석 차에 싣고 옆자리에 올랐다
“야, 뭐 짐이 이렇게 많아?”
“야 이씨 7일 여행에 트렁크 하나라고. 글고 한국은 겨울이야. 뭐가 문젠데?”
“아아 그러니까 이번 여행은 저렴 여행이라서 이 차에 6명이 탈 예정인데, 이런 식으로는 자리가 모자랄듯"
“야 보낸 돈이 적지 않은데 저렴 여행이라니?”
“그러니까 이번 여행은 고급과 저렴으로 나뉘는데 암튼… 내 차를 타야한다고"
녀석에 설명에 따르면 방콕의 크리스마스는 고급으로 나머지는 저렴이란다.
덕분에 자기 차로 6명을 태우고 여기저기 다니는 방식이란다.
내가 방콕 이외에 다른 곳도 가냐고 물었더니
“아아, 니들은 내가 그렇게 여행 관련해서 이런저런 의견 달라고 해도 반응도 없고 말이지"
“우리는 널 믿는다고"
“시끄러. 글고 너 지질학과니까 지도 잘 보지? 구글 내비 보고 어떻게 가야할지 알려줘"
“너 여기 사는 사람이야"
“그렇지만 파타야에 살지. 방콕은 처음으로 차를 가져왔다고.
글고 니가 지도를 보면서 내비를 자청한다면 이 차에서 가장 좋은 좌석을 차지할 수 있다구"
“아아.콜"
여행이 시작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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