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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틀사이공/베트남 정보

프랑스 식민시절 베트남 도시들의 문장(紋章)

아침에 일어나니 더운 토요일 아침입니다.

어딘가 나갈까 하다가 귀찮아서 빈둥대고 있다죠.

왠지 이런 분위기 덕분에 쓸데없는 내용의 포스팅하나 올려보고 싶어졌습니다.

그래서 하나 올려봅니다.

 

유럽을 돌아다니다 보면 도시나 학교, 가문 등등을 나타내는 문장(紋章, heraldry, coat of arms)이 있습니다.

이러한 문장은 12세기 유럽에서 시작되었으며 특정 가문, 주, 조직, 학교 또는 기업의 회원임을 나타낸다고 합니다.

 

예를 들어서 City of London (런던 중심부)의 문장은 아래와 같이 그리핀 2마리가 성조지 깃발이 그려진 방패를 감싸고 있습니다.

 

 

 

 

 

그리고 우리나라의 국장 (나라의 문장은 국장이라고 합니다)은 아래와 같습니다.

 

국장.png 대한민국 국가 상징을 알아보자

 

 

 

 

베트남은 프랑스의 식민지였던 적이 있기 때문에 당시에 프랑스 당국이 이런저런 도시별 문장들을 만들었답니다.

뭐 당연히 지금은 사용되지 않지만 나름 당시 프랑스 제국이 바라본 베트남의 모습 같아서 그리고 식민당국이 중요하게 생각한 도시들인 것 같아 한 번 소개해봅니

 

 

먼저 지금은 호치민시인 당시 사이공의 문장입니다.

 

당시 사이공 문장의 뜻은 다음과 같습니다.

일단 사이공 고유 식물들 사이에서 포즈를 취하고 있는 인도차이나 호랑이가 그려져 있습니다. 

가운데의 큰 배는 사이공의 조선 산업을 상징하며, 배 위의 별은 금성으로 극동 지역을 상징합니다. 

맨 위에 있는 탑으로 만들어진 왕관은 프랑스의 일반적인 행정직 계급 표시로, 5개가 가장 높다는 뜻입니다. 그러니까 사이공이 프랑스 식민의 중심도시라는 얘기죠.

라틴어로 "폴라팀 크레스캄 Paulatim Crescam"이라고 쓰여있는데, 이는 당시 1870년의 사이공 도시 격언인 "나는 조금씩 성장한다"라는 뜻입니다.

뭐랄까 식민 중심도시를 발전시키겠다는 프랑스 제국주의자들의 바람이 느껴지네요.

 

 

 

 

자 베트남의 수도 하노이의 당시 문장을 봅시다.

 

일단 하노이 문장에는 호안끼엠 (환검호)의 전설에 등장하는 검이 중앙에 있고, 하노이의 옛 이름 탕롱 (Thăng Long, 승룡)을 연상시키는 용 두 마리가 있습니다.

그 양쪽에는 평화를 상징하는 올리브 가지와 지혜를 상징하는 참나무 가지가 있습니다. 뭐랄까 유럽적인 이미지인데 기존 하노이를 유럽의 지혜가 감쌌다는 그런 느낌인가요.

상단의 태양 모양은 솔 인빅투스 (sol Invictus)라고 프랑스에서 흔히 볼 수 있는 태양을 물결치는 광선으로 묘사한 문양인데, 로마의 태양신과 관련이 있다고 전해지며, 미국 자유의 여신상에도 사용된 문양입니다. 

하단에 있는 라틴어인 "디슬리타 포티투딘 프로스페라 Dislecta Fortitudine Prospera"는 "용기는 우리가 원하는 번영을 가져온다"는 뜻입니다.

으음 그렇군요

 

 

 

 

세번째 도시는 하노이 동쪽에 있는 북부 주요 항구도시인 하이퐁(Hải Phòng)입니다.

 

하노이와 사이공의 문장이 중세 양식인 것과 달리 하이퐁시의 문장은 바로크 양식입니다.

중앙에는 베트남의 신성한 고래 신 까옹(cá Ông)이 있고, 주요한 항구로서의 역할을 나타내는 큰 닻이 그려져 있습니다. 

그 위쪽에 세 개의 원은 기독교의 성삼위일체를 상징합니다. 

아래쪽에 라틴어로 포르투남 툴릿 인 운디스 (Portunam Tulit In Undis)라고 쓰여있는데, "항구는 바다의 선물을 가져온다"는 뜻입니다.

 

왠지 사이공이나 하노이에 비해 쉽게 만들어졌다는 느낌은… 저만 드는 걸까요 -_-;;;;

 

 

 

 

 

프랑스가 개발한 고원 휴양도시인 달랏(Đà Lạt)시도 문장이 있었습니다.

 

일단 락(Lạch)족 남녀가 서있습니다.

락족은 코(K’Ho)족을 구성하는 부족 중 하나로 달랏에 원주민입니다.

참고로 달랏이라는 도시이름은 다락(Đạ Lạch) 그러니까 라크족의 호수라는 말에서 기원한 것입니다.

중앙에는 달랏이 고원지대임을 나타내는 산과 아시아 호랑이가 있습니다. 

아래에는 닷 아리이스 라에티티암 알리이스 템페리엠(Dat Aliis Laetitiam Aliis Temperiem)이라는 글이 잇는데 “어떤 이들에게는 즐거움을, 다른 이들에게는 신선함을 준다" 라는 뜻입니다.

그러니까 이 도시가 원래 식민지 관리들의 휴가지로 만들어지고 사용되었다는 것을 말하는 것 같습니다. 

 

 

지금은 베트남 도시별 문장은 없는 것 같고, 우리나라 처럼 국장이 있습니다. 

뭐랄까 공산주의풍의 국장입니다.

 

 

뭐 이제는 프랑스 식민지에서 독립한 베트남에 대해서 식민시절 이야기를 할 때마다 ‘과연’ 하는 마음이 듭니다. 

뭐 그렇지만 한 나라, 도시는 이런저런 역사를 담고 있기에 아름다운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게으른 주말 아침 포스팅이니까 느긋하게 봐주시면 좋을 것 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