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노이 구시가 이야기

누군가가

"하노이야? 호치민이야?"

라고 묻는다면

"당근 사이공이지"

라고 대답을 합니다.

지난 8년 동안 살았었기 때문에 익숙하고, 작은 골목이랄지 작은 골목에 숨은 맛집이나 술집이나 등등

비록 이런저런 문제점들이 많지만 (하아-) 정서적으로 저는 사이공 스타일이 좋습니다.

그렇지만 하노이가 부러운 부분이 있다면 바로 하노이 구시가 소위 36거리라고 하는 곳입니다.

이미 수 많은 여행자들이 찾는 곳이 되었지만 아직도 골목골목을 누비는 즐거움이 있는 곳이죠.

추운 거리를 걸어서 퇴근을 하다가 시원한 36거리가 생각나서 포스팅을 합니다.

아아 가고프다.

간단한 역사

하노이 구시가는 하노이가 탕롱(Thang Long)으로 불렸던 시절 궁정 바깥쪽에 만들어졌습니다.

1010년경 부터 지금의 하노이는 탕롱으로 불리며 리(Ly)왕조하 당시 다이비엣(Dai Viet)국의 수도였습니다.

이 시기의 베트남은 경제적 군사적으로 많은 발전을 하던 시기였습니다.

탕롱은 세 부분으로 나뉘었습니다.

가장 바깥쪽은 라탄(La Thanh)으로 불렸는데, 홍(Hong)강, 또릭(To Lich)강, 킴우(Kim Nguu)강으로 둘러싸인 곳이었습니다.

라탄이라는 말은 이전에 이 지역이 다이라(Dai La)시 였기 때문에 붙여진 이름이라고 하네요. 응?

라탄에는 높은 성벽이 둘려져 도시를 방어하는 역할을 했습니다.

중간부분은 황탄(Hoang Thanh, 황성, 皇城)이었습니다.

가장 안쪽부분은 깜탄(Cam Thanh, 금성, 禁城)으로 불렸는데, 왕과 그의 가족들이 사는 곳이었습니다.

라탄과 황탄 사이는 일반시민들이 거주했기 때문에 상업지구가 형성이 되었죠.

탕롱의 도안몬(Doan Mon). 맨 안쪽의 금성으로 들어가는 문으로 후기 레(Le)왕조 시기인 15-18세기에 건설되었다.

탕롱시로 불리던 당시 현재의 하노이 구시가는 사람들이 찾아와 물건을 구입하거나 파는 가장 번잡한 지역이었답니다.

이후로 1000년 동안 이 지역은 예전의 모습을 간직하고 비슷한 상업지구의 역할을 했죠.

베트남 사람들이 하는 말 중에 "하노이 밤 사우 포 풍(Hà Nội băm sáu phố phường)이란 말이 있는데, 

무슨 뜻이냐면 하노이 구시가에는 36개의 거리가 있다라는 말입니다.

그런데 하노이 사람들에 의하면 이건 틀린 말이랍니다. 엥?

36이라는 숫자는 증꽝(Dương Quảng)이라는 사람이 쓴 시에서 구시가의 36 거리를 읊었기 때문에 왔다고 하네요.

바로 아래 시입니다. 네네, 해석은 불가하지만 이런저런 거리 이름들이 보이네요. -_-;;;

Rủ nhau chơi khắp Long Thành,

Ba mươi sáu phố rành rành chẳng sai;

Hàng Bồ, hàng Bạc, hàng Gai,

Hàng Buồm, hàng Thiếc, hàng Hài, hàng Khay,

Mã Vĩ, hàng Điếu, hàng Giầy,

Hàng Lờ, hàng Cót, hàng Mây, hàng Đàn,

Phố Mới, Phúc Kiến, hàng Ngang,

Hàng Mã, hàng Mắm, hàng Than, hàng Đồng,

Hàng Muối, hàng Nón, cầu Đông,

Hàng Hòm, hàng Đậu, hàng Bông, hàng Bè,

Hàng Thùng, hàng Bát, hàng Tre,

Hàng Vôi, hàng Giấy, hàng The, hàng Gà.

Quanh đi đến phố hàng Da,

Trải xem hàng phố, thật là cũng xinh.

Phố hoa thứ nhất Long Thành,

Phố dăng mắc cửi, đàn quanh bàn cờ.

Người về nhớ cảnh ngẩn ngơ,

Bút hoa xin chép nên thơ lưu truyền.

실제로 하노이 구시가에는 76개 이상의 거리가 있고 넓이는 1평방 킬로미터 정도의 면적입니다.

하노이 정부는 지속적으로 구시가를 지키기 위한 많은 노력을 기울여 오고 있기 때문에 이 76개의 거리가 다 보존되어 있습니다.

사실 구시가 바깥쪽 많은 지역들은 재개발(이라 쓰고 난개발이라 부른다)들이 이루어졌지만 보존된 구시가들은 아직도 독특한 특성을 지니고 있죠

거리 이름에 얽힌 이야기

하노이 구시가에 가장 유명한 것은 수공예 거리들입니다.

과거에는 각 지역의 수공예 기술자들이 탕롱의 현재 구시가로 모여들어서 장사를 시작했습니다.

이들은 자신의 기술에 따라 거리를 조성하였고, 여러가지 물건들은 생산했죠.

배로 이동하는 장사꾼들이 이 지역을 방문해서 공예품들을 사들였고 거리는 발전을 했습니다.

이 후로 사람들은 그 거리의 주요 생산물에 따라서 거리 이름을 붙이기 시작했습니다.

많은 거리들이 "항(Hang)"이라는 말로 시작하는데 항은 베트남 말로 '가게'라는 뜻입니다.

이렇게 지어진 거리 이름은 현재는 그리 잘 맞지 않습니다.

예전에는 한 종류의 물건만을 생산해서 판매했다면 요즈음은 다양한 물건들이 판매되고 있습니다.

몇몇 예를 들어보자면,

항마(Hang Ma) 거리의 경우, 원래는 장례용품, 제례용품, 제사용 종이장식 등을 판매하는 곳이었으나 현재는 제사, 장식용품이나 장난감을 판매하고 있습니다.

항쩨(Hang Tre) 거리는 아직도 대나무와 목재 수공예품을 팔고 있죠.

항티엑(Hang Thiec) 거리는 많은 금속제품을을 팔고,

투옥박(Thuoc Bac) 거리는 아직 몇몇 상점들이 베트남과 중국의 의약품들을 팔고 있습니다.

현재의 항마거리

요사이에 와서 주요 제품이 바뀐 거리들도 있습니다.

항꽛(Hang Quat) 거리는 예전에 부채를 파는 거리었으나 요사이는 제사용품을 판매하고

항부옴(Hang Buom) 거리는 예전에 가장, 돗자리, 돛 등을 팔던 곳이었으나 현재는 사탕, 과자, 케이크 등을 판매하고 있죠.

몇몇 거리 이름의 유래를 살펴보면 다음과 같습니다.

-  항봉(Hang Bong, 봉은 면화를 말함) : 예전에는 면화를 이용한 이불이나 벼개를 만들고 팔던 거리

-  항박(Hang Bac, 박은 은을 말함) : 보석을 팔던 거리. 

이 거리의 제작자가 왕에게 부름을 받고 은화를 만들기도 했다고 하는데, 탕롱성으로 이주해서 은화를 만드는 공장을 세웠다고 합니다. 

현재에도 항박은 보석들을 판매하고 있죠.

-  항다오(Hang Dao, 다오는 디우dieu를 잘못 발음한 것으로 붉은 옷을 말함) : 옷감들을 팔던 거리. 

-  항루옥(Hang Luoc, 루옥은 머리빗을 말함) : 나무, 물소의 뿔, 플라스틱으로 만들어진 머리빗을 팔던 파는 거리.

-  항차이(Hang Chai, 차이는 베차이ve chai라는 말에서 왔는데, 재활용하는 병과 금속이라는 뜻) : 가난한 사람들이 고물들을 주어 모여있던 거리. 

-  항가(Hang Ga, 가는 닭을 말함) : 닭, 오리, 비둘기 고기를 팔던 거리. 

거리 이름에 항(Hang)이 들어가지 않는 곳들도 있습니다.

예를 들어 짜까(Cha Ca), 꾸아박(Cua Bac), 꾸아동(Cua Dong) 등등입니다.

짜까(Cha Ca)거리는 유명한 하노이식 가물치 요리인 짜까를 파는 식당들이 모여있는 거리입니다. 

실제로 이 블로그에도 몇 번이나 언급한 짜까라봉(Cha Ca La Vong, 주소: 14 Cha Ca)도 이 거리에 있죠.

짜까 라봉!!! 맛있죠.

꾸아박(Cua Bac)은 북쪽 문이라는 뜻인데 아직도 예전 하노이의 원래 북문이 있습니다.

꾸아동(Cua Dong)은 동쪽 문이라는 뜻으로 동문이 있습니다.

일부 거리들은 유명한 역사적 인물들의 이름을 따르기도 하는데 리타이또(Ly Thai To)거리, 쩐쾅카이(Tran Quang Khai)거리, 

루옹반깐(Luong Van Can)거리, 풍흥(Phung Hung)거리, 쩐냣두앗(Tran Nhat Duat)거리등이 있습니다.

현재의 하노이 구시가

현재의 하노이 구시가는 하노이 관광의 중심으로 여행사와 호텔들이 많이 위치합니다.

이 덕분에 이 지역에 상업도 발달했죠.

하노이 시 당국의 노력으로 구시가 지역은 오래된 건물들이 잘 보존된 편입니다.

예전 수공예품들을 판매하던 좁은 골목들은 이제 하노이에 온 관광객들을 위한 물건들을 판매하고 있죠.

하노이를 케쪼(Ke Cho, 분주한 상업지구라는 뜻)라고 부르든 15세기부터 서양의 방문객들과 상인들이 이 지역을 방문했습니다.

이 후 현재까지 더 많은 관광객들이 방문하고 있습니다.

하노이 사람들은 이 구시가가 하노이의 수도로서의 정신을 지켜주는 곳이라고 합니다.

구시가의 많은 건물들의 1층은 다시 지어졌지만 윗층들은 예전의 모습들을 가지고 있습니다.

덕분에 이 구시가를 여행할 때에는 머리를 들고 윗쪽을 보시면 더욱 예전의 모습들을 볼 수 있습니다.

구시가지에서 방문할 곳들

그냥 구시가지 거리들을 걸어다니는 것도 나름 재미있는 일이지만 몇몇 유명한 곳들을 소개해봅니다.

구시가는 그리 넓지는 않기 때문에 도보로 이동 가능합니다. 

네네, 워낙 사람들과 차들과 오토바이들이 얽혀서 정신이 없지만 나름 매력이죠. ^^;;

호호안키엠(Ho Hoan Kiem, 환검호)

호안키엠은 환검 즉 검을 돌려줬다라는 뜻입니다. 

이 호수의 다른 이름은 구옴(Guom, 검, 劍) 즉 칼이라는 뜻입니다.

베트남 역사에서 레(Le)왕조를 여는 레로이(Le Loi)왕이 중국 명나라와 전쟁시 킴뀌(Kim Quy, 금귀, 금거북이)신이 하늘의 칼을 왕에게 주었고,

이 칼로 강해진 왕은 전쟁에서 승리합니다.

이 후 어느 날 왕이 따봉(Ta Vong)호수(호안키엠 호수에 예전이름)에 배를 띄우고 있는데 금거북이가 다시 나타나 칼을 돌려달라고 했고,

왕은 존경의 예를 표하면 칼을 돌려줬습니다. 이 후로 환검호라고 불리고 있죠.

호안키엠 호수에 있는 탑루아

환검호는 하노이 구시가 바로 옆에 위치합니다. 

호수 한 가운데에는 탑루아(Thap Rua, 거북이의 탑)가 있고,

옥손(Ngoc Son)사, 테훅(The Huc)다리, 붓(But) 탑을 방문할 수 있습니다.

동쑤안(Dong Xuan) 시장

동쑤안 시장은 하노이 구시가에 있는 가장 오래된 시장입니다.

베트남 응웬(Nguyen)왕조 시절에 만들어져 200년도 넘었다고 하네요.

1890년 프랑스 식민정부는 이 동쑤안 시장을 다시 건설해서 프랑스풍의 건물이 되었습니다. 

하노이 구시가에서 가장 큰 시장으로 옷, 식품, 과자, 하노이 특산품 등을 판매해서 관광객들이 기념품들을 구입하는 곳입니다.

마마이(Ma May) 고택

마마이(Ma May)거리 87번지에 가면 19세기에 지어진 오래된 집이 하나 있습니다.

이 집의 주인은 여러번 바뀌었고, 현재는 하노이시 당국이 보존을 위해 소유하고 있습니다.

이 집은 하노이 건축물에 대한 역사적 건축학적인 중요한 사료로서 많은 관광객들이 방문하는 곳입니다.

추석이 되면 이 집에서 하노이 전통 공연이 펼쳐집니다.

집안을 구경하는 티켓은 1만동(500원) 입니다.

따 히에(Ta Hien) 거리

구시가에 있는 이 작은 거리는 거리 맥주로 유명한 곳입니다.

저녁 시간에 가보면 사람들이 북적거리는데 관광객들과 하노이사람들은 이 곳에 모여서 시원한 맥주와 구이들을 먹으면서 큰 소리로 떠들어 댑니다.

이 거리는 특색있게 회색 블록으로 거리를 만들었습니다.

낮의 따히엔 거리. 밤에는 발 디딜 팀이 없죠.

항마(Hang Ma) 거리

항마거리는 구시가에서 가장 컬러풀한 거리로

특히나 뗏(베트남 설날), 부란(Vu Lan, 음력 7월15일로 부모를 공경하는 불교행사), 추석에는 더더욱 화려해집니다.

원래 항마 거리는 위에서 설명했듯이 장식물, 제사용품, 장난감들을 파는 곳으로

종이로 만든 등불들도 볼 수 있습니다.

저녁이 되면 동네사람들이 등불을 켜기 때문에 이 거리는 노란색과 붉은색의 등들이 가득합니다.

오꽌충(O Quan Chuong) 성문

오꽌충은 탕롱에 남아있는 21개 성문중 하나로 관측소의 형태로 지어진 곳입니다.

원래 이름은 동하몬(Dong Ha Mon, 東河門)으로 동쪽 강쪽의 문이라는 뜻입니다.

1873년 프랑스 식민군이 하노이를 공격할깨 충(Chuong)이라는관리가 사람들을 이끌고 프랑스군에 맞서 싸우다가 죽습니다.

이를 기려 이름을 오꽌충 그러니까 관리 충의 문이라는 뜻으로 이름을 바꿨습니다.

이 문은 원래 1749년에 지어졌다가 1817년에 다시 지어졌는데 레(Le)왕조의 건축양식을 볼 수 있습니다.

구시가에서 맛볼 음식들

당연한 이야기이겠지만 하노이는 예전 빌딩들만 있는 것이 아니라 전통적인 음식들도 많습니다.

하노이 구시가에 있는 몇몇 유명한 집들을 소개해봅니다.

항탄(Hang Than)거리에 분짜 (Bun Cha)

하노이 사람들에게 물으면 하노이를 대표하는 국수는 퍼(Pho)가 아닌 분짜라고 합니다.

기본적으로 쌀로만든 분(bun)이라는 국수를, 액젓을 바탕으로 한 국물에 말고 여기에 구운 돼지고기와 야채를 얹어서 먹는 국수입니다.

34 Hang Quat에 있는 집이 유명합니다만 왠만한 곳은 맛있죠. 

전통적인 맛의 퍼(Pho)

물론 하노이 사람들은 분짜라고 하지만 대부분의 외국인들에게 베트남에 대표적인 메뉴는 바로 퍼(pho)일 겁니다.

실제 퍼는 하노이에서 만들어진 국수로 주로 아침에 먹었다고 합니다.

현재는 베트만 전역에서 맛볼 수 있지만 하노이 구시가에서 먹는 퍼는 뭔가 다르죠.

하노이 사람들 주장에 의하면 49 Bat Dan 거리에 있는 퍼지아쭈엔밧단(Phở Gia truyền Bát Đàn)이 제일 전통적인 맛이라고 합니다.

개인적으로도 넘 좋아하는 집입니다.

분탕 (Bun Thang)

분탕은 국수 위에 돼지 물렁뼈, 오리알, 새우, 버섯, 야채 등등이 올라가는 하노이식 국숙입니다.

뭐랄까 하노이에서 맛볼수 있는 특색있는 국수죠. 하노이를 방문하신 경험으로 맛봄직 합니다.

32 Cau Go 거리에 있는 분탕분붕(Bún Thang Bún Bung)이라는 집이 유명합니다.

분더우맘똥 (Bun Dau Mam Tom)

이전 포스팅에서 소개한 음식인데 하노이 출신 음식입니다.

분이라는 쌀국수를 두부와 새우로 만든 젓갈인 맘똠을 얹어서 먹는 음식입니다. (자세한 내용은 이전 포스팅 참조)

여기에 고기, 오뎅, 야채 등이 추가됩니다.

초보자용은 아닌데 나름 맛있습니다.

구시가에서 유명한 곳은 꽌분더우쭝흥(Quán Bún Đậu Trung Hương)이란 곳으로 49 Phat Loc 거리에 있습니다.

뭐 이 정도인가요.

갑자기 배가 고파지는군요. 

점심엔 뭘 먹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