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 전에 울 회사 인사쪽에 근무하는 후배 녀석이 채팅을 걸어왔다.
"아이고 부장님"
"왜?"
"아직 연차를 반도 안쓰셨다고요"
"그래? 올 해는 이사한다고 나름 쓴 것 같은데"
"아아아- 벌써 10월이라고여. 올 연말에 아에 안나오실 것 아니면 휴가를 써주세여"
"알았어. 근데 그걸 니가 왜 걱정해?"
"흑흑- 휴가 사용실적이 저조하면 이래저래 전화가 온다구여"
"알았다구. 그만 징징거려"
"아아앙-"
한 적이 있는데 오늘 알아보니 내가 휴가를 너무 안쓰면 내 위쪽 분의 점수가 좋지 못한다는 얘기도 들었다.
그리하여 지난 주말부터 야근이 있었던 것을 핑계로 금요일에 휴가를 낼까 하고 후배 녀석에게 전화를 걸었다.
"야야, 막상 휴가를 내려고 하니 별로 할 일도 없어"
"어휴 그거야 형이 알아서 해야져. 몇 살이에요?"
"오케이 그건 그렇다고 치자 (이 넘이 무시를 -_-*) 그런데 휴가 사유를 뭘로 적으면 좋을까나?"
"아아- 형님. 요사이 휴가 올릴 때 사유를 적는 란이 없다구요. 휴가는 당신의 권리라구여. 이래서 늙은 것들은"
전화를 끊고 휴가 신청서 양식을 봤더니 정말 예전에는 분명히 있었던 '휴가사유' 항목이 사라졌다.
곰곰이 생각을 해보니 직원들이 휴가 신청서를 올릴 때에도 사유를 본 기억이 없다 -_-;;;;
언젠가 부터 휴가가 허가가 아닌 권리로 바뀐 것도 뭐랄까 몸소 느꼈다고 해야하나, 그 동안 휴가 때문에 봤던 눈치가 허망하게 느껴졌다.
아무튼 이리하여 난생 처음으로 뭔가 할 일도 없는데 월차를 하루 신청했다.
물론 후배 녀석은 "아아아- 하루 가지고는 택도 없어여" 등등으로 생각할 수 있겠지만 나름 인생의 첫 경험인 셈이다.
으음...
도데체 뭘 할까 생각중이다.
'사는 이야기 > U Town Daily' 카테고리의 다른 글
가을과 돌보지 않는 집안 (0) | 2018.10.21 |
---|---|
영국 홍차의 위력 (0) | 2018.10.17 |
동네 교회 다니는 이야기 (0) | 2018.10.15 |
태풍이 지나갔다 그러나 (0) | 2018.10.07 |
태풍과 결혼식 (4) | 2018.10.06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