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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는 이야기/U Town Daily

가을과 돌보지 않는 집안




예전에 할머님과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누다가


"ㅇㅇ야 봐봐라. 원래 제대로 돌보지 않는 집안에 쓸데없는 음식들이 넘치는거야"

"왜여?"

"뭐랄까 사람들은 보상심리라는 것이 있어서 집구석을 잘 관리 안하는 인간들은 자꾸 쓸데를 생각하지 않고 음식들을 사다가 쌓아두게 되거든"


뭐 대충 이런 이야기를 나누었던 기억이 난다.


요사이...

하늘은 맑고 기온은 상쾌한 이라는 표현이 딱 맞는 날씨가 이어지고 있다.

게다가 10 몇 년만에 맞이하는 한국의 가을이 아닌던가.

이런 이유로 집안 일은 내팽겨치고 아침부터 차를 몰고 여기저기 다니고 있다.

도데체 홈플러스에 가본 기억이 최근에 나지 않는 것으로 보아 용케도 살고 있다는 생각이 든다.


어제 저녁에 저녁을 사먹고 집으로 오다가 수퍼에 들렸다.


"자자, 이거보라구 귤이 세일이야"

"왜여?"

"아아, 장이 서면 사람들이 다 그리로 가서 대책으로 장날에만 귤을 세일하고 있지"


왠지 수퍼 아줌마의 신기한 논리에 이끌려서 귤을 한 상자나 구입하고, 좋아라 하는 연시도 사들고, 뻥튀기 하나와 함께 집으로 가지고 왔다.


그리고 오늘 아침이 되서 일어나 커피를 끓이고 뭔가 아침 요기거리를 찾아봤더니.... 당연하게도 암 것도 없다.

텅 빈 머그트리를 바라보다가 개수대에서 대충 머그컵을 하나 씻어 커피를 담고 홀짝거리면서 부엌쪽을 바라다보니

어제 사둔 귤들만 한 가득 있다.

빈 속에 귤을 먹기는 그렇고 해서, 그러면서 빈속에 커피를 마시면서 

뭔가 목적이 없는 식료품은 가득하고, 옷들은 여기저기 걸려져 있으며, 재활용품 쓰레기는 가득하고, 

대충 모든 머그컵들과 접시들은 개수대에 있는 상황들을 느끼고 있다.


으음... 가을 볓에 너무 취해있었던 것일까.

울산에는 집요정들이 없다는 현실을 망각했던 이유일 것일까.

이따가 교회에서 점심으로 무슨 음식을 줄지 고민중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아직은 집안일로 투신할 생각이 없다는게 주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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