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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TX3

공주역 기행 그리 깊은 밤은 아니었습니다. 그렇지만 역으로 향하는 길은 가로등 하나 없는 아주 깜깜하고 좁은 길이었기에 택시기사 아저씨는 연신 전조등을 상향으로 켜가면서 운전을 해야 했습니다. 불빛이 보이고 택시에서 내려, 사람이 하나도 보이지 않는 역사로 들어왔습니다. 그리고 계단을 걸어 올라서 승강장으로 나갔습니다. 기다란 승강장에는 오롯이 나 하나만 서 있습니다. 불들은 들어와 있지만 주변은 마을 하나 보이지 않는 깜깜함으로 둘러싸여 있고, 마치 영화의 한 장면 같은 그런 풍경이 연출됩니다. 아직 기차가 도착하려면 10분 정도 남았고, 바람 소리가 들리고, 저 멀리서 짓는 멍멍이의 컹컹 거리는 소리가 바람을 타고 들려옵니다. 과연 이 승강장에 기차가 오기는 할까? 하는 생각과 혹시나 그냥 지나치면 어쩌지? 하는.. 2024. 1. 31.
간만에 기차여행 생각을 해보면 예전에는 회사일이라고 여기저기 잘 돌아다니는 편이었는데, 코로나가 시작되고는 회사 밖으로 나간 적이 거의 없다. 대부분 화상회의로 처리를 하고, 심지어 자택에서도 일을 할 때가 있는 상황이다. 그러다가 오늘은 뭔가 고지식한 사람들이 주관하는 모임이 하나 생겼다. “아아 그러니까 코로나 상황이긴 하지만 무조건 얼굴을 보고 이야기를 해야겠다고” 뭐 이런 상황이 벌어졌고, 덕분에 아침에 회사와서 일들을 처리하고 점심을 님하와 먹고 바로 짐을 꾸려서 정말로 간만에 서울역에서 KTX를 탔다. 아직은 음식도 먹지 못하고, 왠지 사람들이 서로 멀리 떨어져 앉기를 바라는 그런 눈초리이고, 마스크를 쓰고 앉아서 가야하지만 뭐 간단에 KTX에 오르는 것은 나름 즐겁다. 그러니까 오늘은 뭔가 새로운 것이 많은.. 2021. 6. 7.
부산행 2 크리스마스 이브의 저녁길이었다.퇴근하고 지하철역으로 내려갔더니 뭐랄까 평소의 2-3배 되는 사람들이 역에 가득했다.아무리 크리스마스 이브이지만 이건 너무하다는 생각으로 지하철을 끼어타고 서울역으로 오자 더 많은 사람들이 바글거렸다. 사람들을 뚫고 물과 샌드위치를 구입해서 부산행 KTX 159호 열차에 올랐다.뭐랄까 성탄절 전날이었지만 미국사무소에서 주문이 왔고 종일 이 주문을 스스슥하고 해서 다시 미국으로 날리느라고 지쳐있었다. 배는 별로 고프지 않았지만 도착시간을 생각하면서 샌드위치를 우물거렸다. 기차는 출발을 했고, 차들이 꽉꽉 막히는 도시를 벗어나자 어두운 풍경이 주변을 감싼다. 이렇게 멀어지기 쉬운 도시를 그리 어려워하면서도 떠나지 못한 것인지 스스로가 궁금해졌다.기차는 아무런 감정도 없이 어두운.. 2019. 12. 2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