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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는 이야기/사이공데일리

물고기를 기르게 되다

by mmgoon 2004. 12. 14.




나는 어떤면으로는 내 한몸도 잘관리하지 못한다고 할수있기 때문에 게다가 외국에서 살고 있는 까닭으로 적어도 당분간은 애완동물을 기를 생각이 없다. 

정확히 하자면 없었다.

문제는 토요일에 모모처에서 크리스마스 파티라는 것이 있었고, 약간은 맥주의 힘으로 (아아 바보-) 무슨무슨 게임에서 이겨버렸고, 상품으로 물고기 2마리를 얻었다.
도데체 상품으로 머리에 리본을 두른 어여쁜 언니 등등의 건전한 (쿨럭) 선물은 주지 못할망정 물고기 두마리라니... 주최자의 머리가 의심스러웠다.

하지만, 아침에 내게 남은 것은 아픈 머리와 아직도 비닐봉지 속에서 빈둥대는 2마리의 물고기 였다.



일단은 녀석들을 조금더 넓은 곳으로 옮겨주고 나서 교회엘 갔다가 녀석들을 위한 물건을 사러 나갔다.

    '죽일수는 없잖아...'

오직 이 마음이었다.


나름대로 동물을 좋아하는 H에게 일단 도움을 요청했다.


"아아 어쩌다가 물고기 2마리가... 지금은 내 냉면 그릇에...역시나 스트레스를 받을까?... 

종류? 내가 알거라고 생각해? 

아아 아주 작아. 

서로 다르다구 빩간 녀석 라 흰 녀석이 비야... 아아 으음... 알았어..."


녀석의 얘기는 대충 어항과 산소 공급기를 사라 글고 달랑 두마리는 넘 적으니 3-4마리 더 사서 함께 키워라 네온 이라면 같이 사는데 문제가 없다 정도였다.

결국 교회가 끝나고 차에 올라 흥아저씨에게 물고기 용품들을 파는 가게로 가자고 말했다.
앗, 아저씨가 너무나 확신에 찬 모습으로 어딘가로 간다.
오늘의 두번째 전문가를 만나는 순간이었다.

아저씨는 물고기 및 그 용품들을 파는 곳으로 가서는 나보다 더 좋아라 하면서 알아서 흥정하고 물건을 정했고, 

물고기에 대해서 초짜인 나는 그냥 뒤만 따라 다녔다.

약 20여분 후 내 손에는 어항, 인공 수초, 밑에 깔 굵은 모래와 자갈, 유치한 장신구, 산소 공급기, 램프, 그리고 분명히 네온은 아닐듯한 초보자용 물고기 5마리가 들려져 있었다.
정말로 이렇게 많은 물고기는 추가하고 싶지 않았는데

    "오 노노 미스터킴. 그 크기 어항에는.... 그리고 5마리씩 판다구요"

해서 직접 뜰채로 잡은 것이다.

집에 돌아와 보니까 라와 비는 아직도 냉면 대접에서 놀고 있었다. 

사실 녀석들 때문에 이렇게 판이 커진건데, 막상 사들고 왔더니 다 세상을 하직해버렸다면 아마도 평생 물고기들에 대한 선입견을 가지고 살았을 것이다.

암튼, 새로산 녀석들과 라비를 상견례 시키고, 어항을 닦고, 모래와 수초를 깔고, 생수를 주문해서 물을 붇고나서 정말 설명서도 하나 없는 중국제 산소 공급기를 겨우 설치하고 작동을 시켰다.

그/러/자/
우우웅 하는 소리와 함께 산소 공급기가 회전을 하자 온 어항이 난리가난다.

공급기가 너무 큰 것이다.
거친 강을 거스르는 연어가 아닌 다음에야 저런 환경에서 살수는 없을 것이다.

제길 온몸이 축 늘어진다.
냉면사발에서 놀고 있는 녀석들이 미워진다. 

그러나, 다시 '죽일순 없다' 라는 생각으로 시내에 나가서 작은 펌프를 사왔다.

다시 물을 한 통 주문하고 (제길) 이번에는 더욱 정성을 다해 어항을 닦고 모래를 씻고 물을 붓고 산소공급기를 달고 총 7마리의 녀석들을 넣고 아까 산 램프까지 켰다.

허억~

램프가 붉은 색이다.
꼭 예전 다방느낌이 난다.
그러나 너무지쳐서 걍 만족하기로 했다.

이런식으로 '물고기 7마리를 기르는 사내'로 마무리가 되.....는 줄 알았다.

다음날 아침에 일어나 어항을 살펴보니 헉- 왠 녀석이 새끼를 낳은 것이다.

결론은...

'이젠 몇 마리 인지도 모르는 물고기를 기르는 사내'


가 되었다는 것이다. 후우-
그냥 고양이나 한마리 기를걸 그랬다는 생각이 든다.... 이름은 뭘로 하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