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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는 이야기/사이공데일리

효자동 이발관

by mmgoon 2004. 9. 9.

뭐 이런 분위기





워크샵을 마치고 회사로 돌아왔더니 분위기가 장난이 아니다.
베트남과 한국의 월드컵 예선이 있는 것이다.

"오오오오 김대리 빨간 옷 준비했어?"

"아아 신난다 안정환 사진 찍어야쥐~"
"베트남 베트남 베트남 ....."
"알았져. 그니까 베트남을 응원해염~"
"제귈 베트남 넘들 기본적으로 한 명 퇴장 시킬텐데...." (베트남 전략이다. 결국 두리가 당했다 -_-a)

이런 식으로 회사를 난장판으로 만들더니 4시30분쯤 되자 모두다 경기장으로 가버렸다.

'이러다가 소장한테 깨지겠다' 

하는 생각에 소장방을 봤더니....
소장님도 이미 빨간 옷을 떨쳐 입고 경기장엘 갔다.
역시나 대~한~민~국~ 짝짝짝 짝짝 이다

아마도 발령 후 처음으로 5시 땡하고 사무실을 나섰다.
저저번주에 다이아몬드 플라자에서 깎은 머리가 영 아니라서 (이제 3단 분리가 된다 -_-;;) 이과장님한테 들은 예전에 하노이 대우호텔에서 근무했고 김우중 회장이 칭찬에 칭찬을 했다 던 그 이발사 아저씨가 개업했다는 곳엘 갔다.

"미스터흥 디 타이반릉" (흥아저씨 타이반릉엘 가염)
"등 타이반릉아?" (타이반릉 거리?)
"야 로이. 홋톡 어다이" (넹. 이발소가 있어섬)
"예스예스예스"

흥 아저씨가 모는 차를 타고 타이반릉 막다른 골목에 다다르자 조그마하게 삼색 등이 빙빙 돌고 있었다. 허억 이게 얼마만인가?
하얀색 철제문에는 아주 어색하게 ㅇㅇ이발관이라고 적혀있었다.
문을 열고 들어가자 마치 타임슬립이라도 한 듯이 아주 어렸을적에 봤던 이발소용 의자 3개가 있었고,
저쪽에는 이발사 보조, 면도사 등등이 빈둥거리고 있었다.
얼마전에 본 효자동 이발사의 한 장면이 파악하고 떠오르는 것이다.

들어온 나를 보고는 문소리-1이 황급히 다가와서 의자에 앉으라는 시늉을 하고,
문소리-2는 잽싸게 에어컨을 켜고 (그렇다. 이발소 안은 열라 더웠다)
문소를-3는 "싸장님~"하고 이발사 아저씨 찾으러 가고,
보조는 슬리퍼를 가져다 준다.

앉아있는데, 문소리-2가 와서 "안, 아오.... (아저씨. 옷)" 한다.
제길 달랑 와이셔츠 하나 입고 있는데 뭘 달란 말인가.....
결국 와이셔츠를 벗어주자 저쪽에 얌전히 걸어놓는다.
생각해보니 울 아부지들이 난닝구 바람으로 이발소에 있었던 것 같다.

잠시후 우리의 이발소 아저씨가 나타났다.
송강호처럼 큰 몸집이 아니라 비쩍 마른 스타일의 아저씨였다.

"어서 오십시요"
"넹. 처음 왔습니다요"
"이발하겠습니다"
"아니 도데체 이 머릴 어디서?"
"네 다이아몬드 플라자에서.... 이번에 미용사가 바뀌어서...."
"아아"
"네네"

아저씨는 목에다가 아직도 이런게 있었나 하는 종이 목도리를 둘러주고 다시 수건을 덮고 망또를 덮고는 총 5종류의 가위를 이용해서 이발을 했다.
간만에 징징 거리는 소리대시 사각거리는 가위소리를 들을 수 있었다.
이 아저씨는 정말로 말이 없는 그런 스타일이었다. 그저 묵묵히 머리만을 깎는 그런 스타일이다.
뒤에는 이발보조녀석이 눈이 뚫어져라 보고 있고, 문소리-1은 전기밥솥(??) 옆에서 수건을 접고, 문소리-2는 역시나 뒤에 서있고, 문소리-3은 보이지 않았다.

결국 이 곳을 소개해준것은 김우중 회장과 이과장님.....
제귈.....
그들 둘 다 머리에 숱이 적은 ㄷ머리다.
순간 섬뜩한 느낌이 들었다.
아아, 혹시나 ㄷ머리 전문이라면.... 제길제길

이발을 마치자 망또를 조심스레 대기하던 보조와 문소리-2가 걷어냈다.
문소리-1이 수건을 어께에 걸쳐주고 종이를 그 위에 놓고, 문소리-3이 그동안 저쪽에서 날을 갈은 면도칼을 아저씨에게 건넸다.
비누거품을 바르고 목뒤와 구렛나루를 슥슥 밀고 종이에 척하고 닥고 하는 동작을 반복했다.

이발이 끝나자 문소리-2가 말한다

"안 베 어다이" (아저씨 이쪽으로 오세염)

문소리-1부터3은 한국말이라고는 한 마디 못하는 것 같았다.
머리를 슥슥 감고 다시 자리로 오니 아저씨가 사뭇 근엄한 자세로 수건을 들고 서있었다.
머리를 슥슥 닦고 투투툭 하면서 털어서 말린다.
그렇다.
이 집은 드라이어를 사용하지 않는 것이다. 오오-

머리를 다 말리자 의자가 척척 뒤집어지면서 자연스레 눕게 된다.
아까부터 전기밥통을 지키던 문소리-1이 뜨거운 수건을 들고 (그런것이다. 그 밥통은 수건보관용이었던 것이다) 와서는 얼굴에 댄다. 
약간의 시간이 지난 후 면도시작.
면도가 끝나고 어깨와 다리를 두두려준다.

다시 일어나 앉자 아저씨가 또 와서 최후의 손질. 사각사각.... -_-;;
이 때쯤  열라 화장실이 가고 싶어졌다.

"마음에 드십니까?"
"네네"
"머리에 뭐 바르십니까?"
"아녀"
"알겠습니다. 엠어이~"

문소리-3이 휙휙 다가와서 이발소 스킨을 (아아 이 회사 아직 안망하고 베트남으로 공장을 옮겼구나) 발라준다.
문소리-2가 안경을 준다.
문소리-1이 아까 걸어둔 와이셔츠를 입혀준다.
보조가 신발을 내온다.

옷을 챙기고 문쪽으로 가서 아저씨께

"감사함다. 얼마드리면..."
"네 팔만동...."

돈을 지불하고 나오자 이미 하늘은 어두워졌다.
물경 한 시간이나 이발을 한 것이다.
70년대에서 다시 21세기로 돌아온 느낌이 들었다.

뭐 딴은 머리가 맘에 든다.
비록 이발소 스킨 냄새가 좀 심하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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