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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난감 이야기/카메라

산요 Xacti VPC-E6 구입 및 개봉기

by mmgoon 2005. 11. 22.





1. 구입전부터 구입하기 까지 얘기


이 기종을 처음으로 만난 곳은 얼리어댑터 사이트였다.
그때 나는 뭐랄까 일종에 딜레마에 빠졌던 시기였다.

기존에 가지고 있던 캐논 300D로는 뭐랄까 조금 생각하고 찍는 사진을 찍었고,
로모로는 아무생각 없는 사진을 찍어서 이 들 둘이 주는 차이의 즐거움을 만끽하고 있었다.

예를들면 평소에 회사에서 빈둥거리는 옥이 뒷모습이나 놀러가서도 취한상태의 밤거리 등등은 로모가 담당을 했고,
이건 정말로 멋지게 담고 싶거나 기록을 용도로 나중에 슬라이드쇼로 보는 필요에는 300D가 척척 일을 해내고 있었다.

이러는 와중에 결국 3년이 지나는 동안 수천장을 찍어대던 로모녀석이 퍼져버리는 결과를 가져왔고, 수리를 맡겼음에도 다시 문제를 일으켰다.
결론적으로 가방 한구석에 자리를 잡고 불규칙적으로 생활을 담아가던 도구가 사라지자
문제는 손발을 맞추던 300D 녀석 마져도 영 손에 안잡히는 결과를 가져왔다.
결국 나는 로모의 대용품을 찾기 시작했다.

그 대용품으로 처음 선택한 녀석이 소니 T-7이었다. 쿠알라룸프르에서 교육을 받는 동안
소니센터를 지나갈 때만다 예의 '저 바로 소니에요' 하는 이미지에 껌뻑죽어서 난생처음으로 카메라라는 물건을 충동구매하게 된다.
뭐 결론적으로 돈이 없어져서 호텔도 싼데로 옮기고 했지만 -_-;;;

그런데 이상하게도 이 녀석은 너무 섬세하고 아름다와서 쉭- 꺼내서 픽-찍는 그런 것이라기 보다는 멋지고 쉬크하게 생긴 여성이 핸드백에서 척 하고 꺼내서 찍기에 딱 좋은 그런 구조와 화질과 느낌과 사용감을 가졌다. 뭐랄까 T-7은 T-7이지 로모의 대용품 역할을 거부하는 그런 녀석이었던 것이다.
결국 녀석은 가끔 맥주마시러 가는 바에서 자랑삼아 꺼내는 용도로 사용중이다.

이렇게 이런저런 시간이 지나는 동안 결국 사진을 찍는 것을 멀리했고, 어느날인가 사진을 정리하다가 보니까 솔직히 사진이 취미에요 라고 말하기가 어려운 정도의 생활을 하고 있는 자신을 발견했다.

문득 새로운 서브디카로 전환을 하고 싶은 생각이 들었다. 뭐랄까 완벽한 니콘 시스템을 구축한 인간이 서브티카로 엡슨 똑딱이를 구입하는 그런 마음이었다.

일단은 외관이 단순하고, 5백만 화소 이상이고, 적당한 가격에, 적당한 줌을 가지고 있는 녀석을 찾았다.
니콘은 예의 그 니콘스러운 컴팩트형 디자인 그러니까 손잡이가 있고 약간 튀어나오는 렌즈가 보기 싫었고 (화질을 얘기하는 게 아니다)
캐논은 아직도 익시계열이 최고의 디자인이지만 역시나 2% 부족했다. 뭐랄까 로모의 느낌이 아니었다.
그러다가 우연히 얼리에서 소개하는 E6를 봤는데 뭐랄까 '아 이런 디자인' 하는 느낌이 들었다.
우선 디자인이 단순하다. 단순한 네모모양에 둥근 렌즈 그리고 3배 광학줌이지만 T-7처럼 렌즈가 돌출형이 아니다. 뒷면도 절제된 버튼들이 배열되어 있고, 3" LCD도 맘에 든다.

산요라는 브랜드 네임도 마음에 결렸지만 뭐... 여기저기서 보면 산요가 이런저런 회사에 납품도 많이했고, 게다가 렌즈가 미놀타제이다. 미놀타제 렌즈는 (이게 필름버젼과 비슷하다면) 똑딱이 카메라나 레인져파인더 계열에서 나름대로 컬러를 보여준다. 마음데 걸리는 것은 렌즈가 약간 어두운 것인데... 흐음...

바로 인터넷에 들어가서 여기저기 가격을 알아보니까 역시나 한국은 산요라는 인지도가 적은지 (아니면 이 기종에 치명적인 문제가 있던지 - 아아 이건 아니겠지 -_-;;;) 예상외로 가격이 저렴했다.

결국 떨리는 손으로 카드를 들고 슥삭 인터넷 구매를 해서 다음주에 베트남에 오는 직원에게 가져다 달라고 부탁을 했다.

다음주면은 내 손에 들어온다.
뭐 이런 저런 사이트 다니면서 이 기종으로 찍은 사진들을 봤지만 사진기란 자기가 들고 찍어봐야 느낌을 아는 것이니까 모두 기대로 미뤄두고 있다.

로모를 사기까지 3개월을 고민했다.
300D를 사기까지 6개월을 고민했다.
T-7를 사기까지 3일을 고민했다.
E6를 사기까지 2주를 고민했다.

어떤 느낌의 녀석인지 궁금하다.





2. 개봉기



첫 인상

일단 포장은 작은 종이 상자에 카메라 본체, 배터리, 스트랩, 충전용 어댑터, USB 케이블, 설치용 CD 및 사용설명 서 가 포함되어 있었다. 같이 구입한 512MB SD card와 배터리를 아래쪽을 열고 집어넣고 전원버튼을 누르자 맑은 소리와 함께 전원이 들어왔다.
LCD는 약간 어두운듯 하지만 전체적으로 보는데 지장은 없다. 적당한 크기로 손에 착 들어오는데 밋밋한 외관으로 인해서 손에 딱 붙는 느낌은 적다.
전체적으로 심플한 디자인이 마음에 든다. 무게는 그리 무겁지 않아서 휴대성은 좋다.


셔터

셔터는 터치센서식이라서 반셔터를 누를 필요가 없이 손가락을 셔터에 대면 포커싱을 시작한다.
사양을 읽어보면 초기 기동시간이 0.8초라고 하는데 확실히 빠르다. 옆자리에 있는 과장님의 소니 P-200보다도 빠른 기동 시간을 느낄 수가 있었다.
문제는 이 터치식 셔터에 익숙해지는데 시간이 좀 걸린다는 것이다. 뭐랄까 찍고 싶은 마음에 준비가 안돼었는데 사진이 찍히는 경우가 종종 있다.


LCD

3인치라서 보기에 시원하다.
나중에 찍은 사진을 보기에도 좋고...
뒤쪽의 디자인 또한 단순해서 사진이 돋보인다.
단 화면이 큰 관계로 손자국이 잘나는 단점이 있다.
촬영하다가 사진을 보는 모드로 일정시간이 지나면 자동으로 렌즈덥개가 닫힌다.
또 플레이백 버튼을 몇초간 누르고 있으면 전원을 켤필요 없이 자동적으로 사진을 보는 모드가 된다.


화질

일단은 렌즈가 어둡다는 느낌을 지울 수가 없다. 전체적으로 약간 어두운 느낌의 사진들이 실내에서는 나온다. 여러가지 촬영모드가 있는데 모드를 바꿔서 찍을 필요가 있다.
아직 야외에서 사진을 못찍어서 야외사진에 대해서는 뭐라 말하지 못하겠고....


녀석은 얘기를 떠든다

전원을 넣거나 모드를 바꾸면 "무슨무슨 모드네요~" 하는 식으로 얘기를 해준다. 한국어로 해줬으면 더 좋았을수도. 아님 뭐랄까 더 귀여운 목소리나 흠흠....
또 촬영시 큰 LCD를 이용해서 가이드를 해주는 모드로 설정할 수 있다. 촛점이 안맞는다든가 등등의 도움말이 LCD에 나타난다.


기타

같이 동봉해준 캐링 파우치는 영- 느낌이 아니다. 뭐랄까 '이건 아니야' 하는 마음이 밀려오는 파우치다.
중국에서 만들었다는 게 마음에 걸린다. 아아
USB 소켓이 노출되어 있다. 차라리 배터리 넣는 곳에 집어넣었으면 좋겠다.
삼각대를 꽂는 곳이 플라스틱이라서 약할 수 있지만 뭐 삼각대까지 사용할 일은 거의 없을테니까...


총평

참 평이한 기종이다.
무난한 600만화소에 무난한 3배줌에 저렴한 가격에 무난한 크기에 무난한 무게를 가진 기종이다.
장점은 사용이 편하고 이런저런 기능이 많다는 것이고,
단점은 심각하게 사진을 찍어대기에는 약간 무리가 따른다는 것이다.
어짜피 심각한 사진이야 300D 녀석이 찍어줄테니까 나는 개인적으로 만족하는 서브카메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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