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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는 이야기/사이공데일리

11월을 맞이한....

by mmgoon 2005. 11. 2.




예전부터 서른 즈음에라는 말을 듣고도 나는 별 생각이 없었다. 

서른 즈음이 되서야 나는 뭐랄까 슬슬 인생이라는 것이 즐거워졌기 때문이다. 


황금같은 10대라든가 즐거운 20대 따위를 경험하지 못한 나로서는 30대가 되서야 비로서 내 몸을 내 맘대로 움직일 수 있었고, 

평생 미루어왔던 취미생활을 시작했으며, 처음으로 내 맘대로 뭔가를 결정하고 앞으로 나아가기 시작했다.


이것은 아무 생각없이 눈치만 보고 살아온 10대와 

너무나 큰 이데올로기 속에서 개인의 상실이라는 그리고 쁘띠의 부적응이라는 괴리를 지니고 소리만 컸던 20대와는 

전혀라고 할 수 있으리만큼 다른 즐거움 이었다.


뭐랄까 30대는 내 해방의 시기인 셈이다.


그리고 나서 시작된 외국생활은 나를 처음부터 다시 리셋을 줬기 때문에 

이제는 늙은 삼십대야 라고 한자리를 지키는 모습과는 다른 숨을 고르고 있었다.


그러다가 얼마전에 업무상 아는 여자와 저녁을 지극히 업무적으로 같이하게 되었다. 

5명이 3개의 국적을 가지고 만나서 서양식이 기본이고 약간은 베트남식이 가미된 음식을 새로 생긴 5스타 호텔에서 먹는 

그러니까 한마디로 지극히 개인이 배제된 와인 이야기로 시작해서 골프 얘기로 끝나는 formal business dinner에서의 일이었다.


"아 수요일에 하노이에 올라가신다구요?"

"아 네 뭐 일도보고 술도 한잔 하고"

"하하 여자들을 꼬셔보려구요?"

"그런면도 절대로 부인할 수 없죠"

"후후 그렇지만 걔네들은 당신한테 너무 어리다구요."

"어리다?"

"최소한 10살은 차이가 나잖아요. 뭐랄까 당신은 이쪽 사람이죠. 저쪽으로 옮기기에는 이미 하하하"


그런 저녁이 있은 다음에 인터넷으로 소위 요사이 한국의 문화라는 코드를 이해하고 싶어서 여기저기를 다녔고, 

이런 저런 논쟁을 읽었고, 이런저런 리플들을 살펴봤다.

그리고 나서 도데체 30대 중반정도의 남자들은 다 무엇을 하고 있는지 궁금해졌다.


그러니까 평범하게 학교를 졸업해서 직장을 가지고 뭐랄까 이제는 신입사원은 아니고 모모 과장이라든가 이런 직책을 단 

그러니까 정기적인 수입 혹은 그에 준하는 수입이 보장되는 그런 인간들은 어떤 문화를 가지고 있는지 도무지 알수가 없었다.


단편적으로 가끔 친구를 만나서 신세 한탄을 하는 정도...라고 하지만 이건 20대부터 50대까지 공통적인 것이고,

일부는 마라톤에 미친듯 했으나 누가 마라톤을 문화라고 부르는가.

아직 미사리는 40대가 주 고객이라서 여기까지는 미치지 아니했고,

미친듯이 골프를 쳐대는 것도 아닌 것 같고 (하지만 골프에 열광하는 것도 같아보이고),

회사가 끝나고 집에 돌아가서 씻고 티비보는 문화가 주류인지 이런 문화는 일상성이 너무나 많기 때문에 

혹은 대부분의 사람들이 부끄러워하기 때문에 잘 나타나지 않는 듯 하고,

아니면 한국의 30대들은 너무 바빠서 문화라는 말 자체가 그러니까 고3때처럼 사치스러운 것일 수도 있고,

요사이는 웰비잉이라서 술도 잘 안먹는 것 같고,


으음 역시나 몇 년간이나 떠나있는 그 곳에 그러니까 밖으로는 잘 나타나지 않는 그런 문화를 이해하기는 

어려운 것인지도 모른다는 결론에 도달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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