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끄적거림들/유코이야기

08 유코는 떠나고 (fiction+nonfiction)




점심을 먹으러 식당엘 가다가 소위 토끼언덕이라고 불리는 곳을 바라봤다. 

역시나 자그마한 토끼 언덕에는 이제는 짙어진 색을 보이는 파란 잔디와 이름을 알 수 없는 하얀 꽃들이 만발해 있었고, 조그마한 사슴 한 마리가 한가로이 풀을 뜯고 있었다. 


'아아 봄이야' 


하는 마음으로 지나치다가 문득 든 생각 


'도데체 토끼들은 다 어디로 갔지?' 


그리고 생각을 해보니까 작년 이맘때만 하더라도 저 언덕에는 갓 태어난 새끼들과 그 녀석의 어미들로 추정되는 녀석들과 이제는 몇년 지나서 나름대로 잘난척하는 

수많은 토끼들이 모여서 통통거리거나 풀을 뜯거나 하다가 서로 다다다 내지르면서 언덕의 패권을 다투던 장이었다. 

그렇지만 올해는 도무지 이런 녀석들의 짧은 꽁지조차도 볼 수가 없게 된 것이다. 


그렇다고 토끼들이 싸그리 멸종을 하는 새로운 병이 돌았다던가, 그동안 토끼고기를 잘 먹지 않았던 영국넘들이 새로운 토끼 요리를 개발했다던가, 

한국소사이어티에 토끼고기가 정력에 좋다는 얘기가 돌았다던가, 달에서 우주선이 내려와서 에겜에 사는 모든 토끼들은 달로 이주시켰다던가 하는 얘기를 들은 적이 없다. 


곰곰히 토끼들이 없어진 이유를 생각해봤다. 


'도데체 토끼들을 어떤 대상이 없앤 것인가 아니면 토끼녀석들이 

'더 이상 에겜(Egham)은 싫어' 하고 없어진 것인가....' 


순간 앗! 하는 생각이 들어버렸다. 

얼마전에 에겜을 떠나간 유코가 생각나버린 것이다. 



결국에 시나리오는 이런식으로 진행이 되는 것인데.... 


유코 녀석이 이제 영국생활을 마치고 일본으로 돌아가는 시간이 온 것이다. 

그동안 에겜안에서 한 발자국도 나가지 않던 녀석은 마지막으로 런던을 돌아볼 결심을 한다. 

그런데 운 나쁘게도 바이러스성 질환을 앓게 된다. 

녀석의 판단으로 에겜은 상당히 위험하다고 생각해서 녀석의 감시역으로 있던 토끼들을 설득해서 본부를 일본으로 옮기게 된다. 

덕분에 토끼언덕은 사슴이 독차지 하게 된다. 


이렇게 될 경우 문제는... 

비록 같은 유코지만 한 1/2 정도는 실제의 유코이고 나머지 1/2 정도는 내 글속에 유코인데, 어디에다가 이 들 둘에 경계선을 그어야 할 지 난감하다는 것이다. 


아앗!!! 그렇다면.... 

내가 바로 '뭐든지 써버리면 그렇게 된다'는 엄청난 힘을 가진 사람이된다. 

막상 이런 생각을 하니까 세상이 달라져 보인다. 

평소에 나에게 찍힌 인간들이 처참한 비명소리들이 들리는 듯 하고, 인생의 부귀영화가 손에 잡힐 듯이 보인다. 


아아, 빨리빨리 글을.... 

이번엔....... 에로소설이다!!! -_-;;;;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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