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래도..."
모든 이야기를 듣고 내가 말을 시작했다
"헬기까지 사용한 것은 너무한 것 아닌가요?"
"뭐 그런면이 없지는 않지만서도..."
불안한 얼굴의 남자가 말을 했다
"우리 조직도 이제 헬기정도는 마음대로 사용하는 것이 좋다는 의견도 있었고..."
"지금 무슨 말을 하는 거에요!"
여자쪽이 신경질적으로 남자의 말을 막았다.
"당신은 피의자의 신분으로 여기 와있는 거에요. 이번엔 쉽게 끝나지 않을거라구요"
"이번엔? 나는 처음 잡혀왔는데?"
여자는 왠일인지 약간 당황을 했다. 목소리를 다시 가다듬으면서...
"암튼 그건 중요하지 않아요. 당신의 이번 3호 고양이건으로 혼줄이 날 겁니다"
"3호?"
"당신은 당신 고양이 이름도 모른다 말인가?"
이번에는 남자쪽이 소리를 쳤다.
"내 말은 어떻게 그 고양이가 3호라는 걸 알았는가 하는 말이죠. 보통의 고양이의 이름은 3호 같은 식으로 짓거나 하지는 않기때문이죠. 그리고 이름표라든가 목걸이라든가도 없었을텐데..."
이젠 나도 짜증이 났기 때문에 소리를 지르고야 말았다.
나와 남자와 여자 사이에는 잠시 머쓱한 시간이 흘렀다.
나는 이런 머쓱한 시간이 흐르는 것을 참지 못하기 때문에 내가 먼저 입을 열었다.
"다 필요없으니까 일단 유코를 불러와 주면 좋겠어요."
"아니 그게 그렇게 단순한 문제가 아니라..."
"아아, 당신네 정보부 사람들이 생각하는 것처럼 복잡한 문제가 아닐거라구요. 걱정하지 말고 유코나 보내주세요"
남자는 여자의 눈치를 슬적 보고는 전화로 뭐라고 뭐라고 했다.
그러자 RSPCA 직원 하나가 고양이 상자를 가져다가 놓고 나갔다.
"이게 어떻게 된 일인지 설명해주었으면 좋겠어"
나는 고양이 상자에서 폴짝 빠져나온 고양이 3호에게 물었다. 유코는 내 얼굴이 그다지 좋지 못하다는 것을 확인하고는
"그보다 이걸 먼저 봐주세요"
하면서 왠 카탈로그를 내밀었다.
그것은 요크에 있는 한 쇼핑몰의 크리스마스 상품 카탈로그였다.
"이것봐요. 이거. 참 이쁘죠?"
"으음... 이쁜 걸. 게다가 플라스틱이 아닌 야생화를 이용한 리스인걸."
"그래요. 그렇죠? 그래서 요크에서 돌아오기 전에 만나서 같이 쇼핑을 하려고 전화를 했어요."
"뭐? 난 요크가 아니라 노리치에 있었단 말이야. 그리고 내 모발폰에는 아무 전화도 오지 않았단 말이야"
"그랬나요? 그래서 심각하냐느니 며칠째 그러느냐 등등을 물었군요. 난 당신이 감기 걸린줄 알고...."
이제 모든 사실을 알 듯 했다.
결국 밤마다 우리집에서 났던 슬픈 소리는 유코가 카라오케로 고양이 노래 부르던 소리였고,
신고한 사람은 나한테 전화를 걸려던 유코가 RSPCA로 전화번호를 잘못 누른 것이고,
그 다음은 흥분한 RSPCA가 잘못 대처를 해버린 것이었다.
사건이 여기까지 진행되자 남자와 여자 요원은 심각한 목소리로 이야기를 나누고 더 심각한 얼굴로 여기저기 전화를 해대더니 부자연스러운 미소를 띄고 내게 다가와서는
"아아 이거 실례를 해버렸습니다. 부디 용서를 하시고.... 이제 나가셔도 좋습니다"
라고 했다.
"뭐 그 정도는 이해를 합니다. 조직이라는게 실수를 할 수 있지요. 그런데 정보부가 RSPCA까지 장악을 했다니 참 놀랍군요."
솔직히 녀석들이 '미안합니다'라는 말을 한 마디만 했어도 그냥 집으로 가버리려고 했지만 '나가셔도 좋다'라는 표현을 듣자 나도 가만히는 있지 않으리라는 마음이 울컥 들어버렸다.
"아아, 저기 저 선생님. 정보부와 RSPCA 건은...."
"뭐 나도 일을 구태여 크게 만들고 싶지는..."
결국 한 시간 뒤에 나와 유코는 녀석들이 제공해준 헬기를 타고 요크로 날아가서 녀석들이 빌려준 카드로 신나게 크리스마스 쇼핑을 하고 관광도 하고 놀다가 마지막 기차로 집으로 돌아왔다.
귓전에는
"아아 이 비용을 어떻게 처리해야하지?" 라든가
"이번 일은 우리선에서 묻어버리는게.." 등등의
말이 들리는 듯 했지만서도 방안에다가 크리스마스 장식을 하고 나자 왠일인지 포근한 마음이 들어버렸다.
"아아 좋은 걸"
"그렇죠? 역시 크리스마스는 장식으로부터 시작되요"
"요크셔티를 한 잔 마실까나?"
"이번에 사 온 티폿에다가 끓여올께염"
뭐 이러니 저러니 해도 이제 크리스마스가 다가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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