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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는 이야기/사이공데일리

커뮤니케이션 현황




예전에 35,000원을 주고 삐삐를 임대하는 방식으로 처음 소유를 했다.

당시는 호출기들이 20여만원 가량하던 시절이었고, 

게다가 얼마전까지는 무선매체 사용에 따른 보안교육까지 받았다고 전해지는 마당에서 

비록 임대방식이지만 35000원은 저렴한 가격이었기 때문에 처음으로 나래이동통신에서 호출기를 하나 마련했다.


약점은 있었다. 

문자호출은 안돼고, 서울을 벗어나면 수신이 불가했다. 

하지만 나는 젊었고, 이제 삐삐가 생긴 것이었기 때문에 1.5볼트짜리 AA형 건전지를 넣고는 신나했었다.


문제는,

삐삐라는 물건은 '통신'을 위한 물건이었기 때문에 나라는 요소 이외에 누군가가 존재를 해서 

거기다가 전화를 걸어줘야 한다는 사실을 생각하지 않았다는 거다.


나라는 인간의 인간관계는 지독히도 좁아서 '얼굴만 아는' 그런 관계는 거의 없다.

게다가 친구라는 인간들은 거의 숙식을 같이하거나 혹은 그렇지 않은 인간이라고 할지라도 동선이 정해져 있으므로 

술이라도 마시고 싶으면 모모 오락실이나 모모 당구장이나 모모 카페에서 머리를 툭 치면서 "야 나가자" 하면 되었다.


그래서 찌라시에 내 삐삐 번호를 인쇄해서 종로에 나가 뿌리기 전에는 그닥 삐삐가 쓸모 없었다는 얘기가 되어 버렸다.



요사이는 베트남도 무선통신이 발달해서 게다가 울 회사는 뭐랄까 잘나가는 회사니까 휴대폰을 하나씩 나눠준다.

영국에서 쓰던것과는 다른 폴더형의 이런저런 기능도 보인다.

오늘 무심히 그동안의 통화실적을 봤다.


1등 : 기사인 흥아저씨 70% 

2등 : 베트남어 새임인 후엔새임 20% (문자메시지 90%)

3등이 차마 없다. 정말 가물에 콩나듯이 '점심 먹으러가는데 어디에요?' 용 전화만 여기저기...


외국에 사니까. 아는 인간이라고는 어짜피 거의 없으니까. 등등의 핑계가 있다.


하지만 결국 삐삐를 쓰던 그 인간이 다시 휴대폰을 잡은것 뿐이니까가 가장 타당한 이유인 것이다.

이 세상에서 가장 어려운 단어는 communication 인 것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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