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회가 끝나고 간만에 스시바에가서 돈까스로 점심을 먹고
흥아저씨 보내고 (열라 좋아하는군 -_-;;) 사진을 찍으러 어슬렁 거리기 시작했다.
좋아하는 신발거리를 지나고 추석맞이 월병 기념행사 하는 곳을 기웃기렸다.
그러다가 문득 팜응라오 거리에 가본지가 넘 오래됬다는 생각을 했다.
개인적으로 별로 좋아하지 않고 지저분하고 외국사람에게 가공할만한 가격을 불러버리고
무엇보다도 베트남 냄새가 나지 않는 그런곳이니까 별로 가지 않는다.
그렇지만 간만에 하는 마음으로 관광객 흉낼 내면서 걸었다.
순간,
툭툭거리면서 비가 온다.
방울의 굵기를 볼때 장난이 아닌 비가 내릴 예정이다.
두리번거리고 있는데 카페가 하나 보인다.
아아- 내가 좋아하는 스타일이 아니라 외국애들 들어오라고 만든게 분명한 모양이었지만 이제 강해지는 비에 선택의 여지는 없었다.
들어가서 소다짠을 시키고 쏟아지는 비를 바라다 봤다.
강한 비는 더이상의 손님이 들어오는 것과 들어온 손님이 나가는 것을 막았기 때문에 뭐랄까 카페안은 가족적인 분위기가 되어버렸다.
저쪽에는 서양여자애 둘이 앉아있고, 이쪽에는 뭔가 글을 쓰는 여행객 아줌마,
구석에는 젊은 베트남애를 끼고 온 미국아저씨가 히히덕 대고 있다.
창문밖에는 장사하는 사람들이 비를 긋고 있고 창문 안쪽을 구경하면서 뭐라뭐라 한다.
카메라를 만지작거리고 뭔가 끄적이고 소다짠을 홀짝이는 시간이 머엉하게 흘렀다.
비는 더욱 세차져서 이제는 앞이 하얗게 되도록 내린다.
40분이 지나자 이 안은 점점 무료해져서 전화로 택시를 불러가지고 집으로 가버릴까를 고민하기 시작했다.
물은 이제 하수도를 넘치고 아스팔트를 다 덮어버리고 인도까지 출렁거린다.
물이 저 작은 경계를 넘어버리면 바로 이 카페안으로 몰려올 것이다.
'그런다면 좀 재미있어지겠군'
하고 생각하고 있는데 밖에 있는 사람들이 꽥꽥 소리를 낸다.
하수도에 물이차자 그 안에 살고있는 여러마리의 쥐들이 탈출을 시도한 것이다.
결국 쥐에게 있어서는 그 안에서 물에 빠져죽나 나와서 사람들에게 덤비나 매한가지인 셈인 것이다.
쥐들은 속속 빠져나와 아스팔트를 헤엄쳐 도로위로 올라오려고 하고
사람들 특히나 카페 종업원들은 이 녀석들이 들어오지 못하게 막고 하면서 난리가 났다.
나야 뭐 약간은 펑키해진 분위기가 재미있었지만 안에있던 몇몇 사람들은 하얗게 질렸다.
그로부터 약 30분동안 쥐잡기가 이어졌고, 이제 비도 슬슬 약해지고 있었다.
다시 걸어나와서 셔틀을 타고 집으로 돌아와서 간만에 불고기를 해먹고 티비를 봤다.
스스로에게
'자자 오늘은 피곤했다고 뭐 신기한 것을 구경했지만 말이야'
라고 타일렀지만 왠지 몸은 아직도 움직이고 싶어했다.
사진을 백업하고 메모리카드를 비우고 다시 셔틀을 잡아타고 시내로 나왔다.
요사이 시내 여러곳에서 설날 대비(으음 표현이 -_-;;) 월병행사가 펼쳐지고 있다.
공원에 만든 등도 찍고 하다가 킨도제과라고 제일 큰 제과점에서 하는 월병전시회엘 갔다.
뭐 나름대로 각이 있는 행사인 관계로 일반인들은 제제를 받았지만 난 외국인이고 명함한장을 전해주자
영어를 할 줄 아는 언뉘(귀엽게 생기고 머리를 온통 노랗게 물들이고 붉은색 아오자이를 입은)가 옆에 차악 붙어서
이거저거 설명해주고, 시식도 시켜주고, 차도 주고 브로슈어도 나눠줬다.
기분은 좋았지만 절/대/로/ 촬영이 불가했다.
앞으로 월병 돌릴적에는 이 회사걸로 돌리리란 마음을 먹고 옆에있는 쇼핑센터에가서 카메라 가방을 충동구매하고
그 옆에 슈퍼에서 맥주를 사서 집으로 왔다.
맥주를 홀짝이다 잠이 들었는데,
헤엄치던 쥐가 월병을 입에 물고 승천을 해서...... 이런 꿈도 안꾸는 깊은 잠을 잤다.
월병이나 사서 집에다가 비치를 해놔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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