린과 나와의 관계는 조금 미화하자면 우렁각시같은 관계고, 우울하게 말하자면 하숙집관계다.
오늘도 집에들어갔더니 예의 조개넣은 시금치국과 생선조림과 호박부침과 김치겉절이를 해놨다.
부치개는 냉장고에 넣지 말라고 했는데 자꾸만 냉장고에 넣고,
이런식의 조합이 도데체 며칠을 이어지는지 몰라서 오늘은 반항의 의미로 (만나지 못하니 의사전달을 할 수 없다 -_-;;;) 저녁을 안먹기로 했다.
골프연습을 가려고 옷방에 들어가서 티셔츠를 입는데 이게 또 커져있다.
얼마전엔가 우연히 린을 만나서 할 말도 없고 해서
"린아, 면티들은 조금씩 주니까 빨래할때....."라고 했더니
빨래하고나서 이 인간이 다리미로 열라 펴대는 바람에 사이즈가 점점 커지고 있다. 하아~
당근 티들은 '주인님 차라리 죽여주세요' 수준이 되어가고....
또 생각해보니까
저번에 고등어조림 먹고 싶다고 했더니 대구를 졸여놔가지고
"으음, 이것도 맛있긴 한데 고등어를 졸여줘 아님 메기든지" 하고나서 사족으로
"오오 대구는 매운탕 끓이면 맛있겠다. 으아 소주에~"
했더니
다음날 고등어 매운탕을 끓여놨었다.
그러고보니까
가끔 저녁먹고 들어간다고 전화하거나 하면 전화너머로 기쁨도 120% 증가를 느끼고
또 가끔 놀러가서 올 필요 없다고 하면 200%의 기쁨 증가를 표현했다.
더더군다나,
영국에서 사온 드립퍼하고 케틀을 살짝 부셔놓고나서 (그러게 그게 빡빡 닦는 물건이 아니라니까 T_T)
꽁치 사오라고 준 돈으로 꽁치는 두마리만 사고 베트남식 드립퍼랑 이상한 주전자 사와가지고 "이쁘죠?" 하고 헤헤 거리기도 했다.
으음...
저저저번주 토요일에 골프치러 안가고 집에서 빈둥거리자 노골적으로 불편하다는 식의 반응도 보였던 것 같구만.
생각해보면 여긴 우리집인데 왜 내가 그런 식의 분위기를.....
허억~ 게다가 내가 망꺼웃 먹고프다고 몇 주 전부터 얘기했는데 비싸다고 브어이만 사다 깍아놓는것은 명백한 개김인데....
베트남 자몽인 부어이
여기까지 생각하고나서 한 번 기회를 잡아서 린한테 주의를 줄까하는 마음을 먹고 연습장엘 다녀왔다.
다녀와서 샤워를 하고 티비를 보는데 (정다빈이란 애를 처음 보는 순간이었다) 열라 배가고파지는 것이었다.
'아니되지. 이러면' 했지만 참다참다 결국 다 늦은 시간에 밥을 싸사삭 비우고, 내친김에 깍아놓은 브어이까지 다 먹어버렸다.
제귈 이제 내일 린이 돌아와서 싹싹 비운 밥상과 텅 빈 브어이 통을 보고나서
'으음 이인간은 역시 이런 스타일이야' 혹은 '암거나 잘먹으니 역시나 암거나 해야겠군'
이런 생각을 할게 분명하다.
아아 연약한 인간 밥에 넘어가다니
린이 맘바뀌어서 망꺼웃 사오기나 기다려야 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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