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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는 이야기/사이공데일리

아이스 블루에 당한 옥수수씨

by mmgoon 2007. 6. 26.

옥수수씨가 놀러왔다.

(왜 밥이 옥수수가 되었는지는 앞쪽에 글을 보면 알 수 있다)

솔직히 놀러온 것은 아니고 일시켜 먹으려고 부른 것이다.

이번에도 나이키 신발 매니아인 옥수수씨는 신형 나이키를 신고 척척 거리고 와서는 

다시 묵묵히 창고로 가서 예의 그 영국적인 열심으로 며칠째 작업을 하고 있었다.


그러나,

옥수수씨가 별로 큰 돈이 되지도 않고, 집에서 열라 멀리 떨어진 이 베트남까지 온 이유는 그저 일이 좋아서가 아니다.

베트남만 오면 나를 비롯한 수 많은 인간들이 며칠이고 수 많은 바를 전전하면서 술마시고 저녁먹고 하는 그런 자유를 신나게 맛 볼 수 있기 때문이다.


그리고,

어제 며칠간 작업장에 방치해 두었던 옥수수씨가 폭발을 했고,

(음, 옥수수가 폭발하면 팝콘이 되는 것인가)

호치민의 모든 술친구들이 대동 단결을 해서 옥수수씨의 울적한 마음을 위로해주는 그런 시간을 가지기로 했다.

그러니까 모사 사장인 ㅅ씨부터, 이번에 부사장이 된 ㅂ씨, 나, 얼마전에 다른 회사로 이동한 ㅌ녀석, 

불쌍하게 도망 못가서 걸린 ㄱ, 얼마전에 마누라가 고향에 다니러가서 완전 자유인 ㅍ씨까지 원래는


 '베트남석유인골프모임'의 회원들이나 한 번도 모여서 골프를 친 적이 없는 오로지 음주 하나로 대동단결하는'


 그런 인간들이 모였다.



"알았지? 옥수수. 그러니까 바로 언더그라운드 건너편이니까 호텔에서 걸어서 오라구"

"오우케이"


작전은 이러했다.

일단은 우울하지만 요사이 왠지 자주 가게 되는 아이스 블루에서 모여서 일차를 하고

앤디네 가서 저녁과 함께 2차

팜응라오가로 이동해서 3-5차

다시 도심으로 진출해서 6-7차

뭐 이정도였다. -_-;;;;;


그런데,

아무리 기다려도 옥수수씨가 오지를 않는 것이다.

결국 전화가 왔다.


"우씨, 언더그라운드 따라서 지금 열번째 걷고 있는데 아이스 블루라는 곳은 없다구"

"아, 언더그라운드에서 보인다니까!!!"


결국 내가 나가서 옥수수씨를 데리고 오기로 했다.


"옥수수 여기야"

"어어"

"이거봐 열라 가깝자나!!!"

"허억---"


갑자기 옥수수가 광분을 했다.





그렇다.

나도 아이스 블루에 내가 찾아온 것이 아니었다. 

누군가를 따라서 처음 발을 디뎠던 것 같다. 

게다가 그리 좋아하지도 않는 까닭에 (늙은이들이 좋아라 한다) 별로 신경을 쓰지 않았다.

문제는....

이 넘들이 간판에다가 'ice blue'라고 영어로 안쓰고 베트남어로 'Da Xanh'이라고 써 놓았던 것이다. 물론 Da=ice, Xanh=blue/green 이다.


그러니 베트남어라고는 모르는 옥수수씨가 아무리 걸어다녀도 찾을 수가 없었던 것이다.


결국 광분하는 옥수수씨를 위해 우리들은 재롱을 떨어야 했다. -_-;;

게다가 1차는 내가 쐈다 T_T


암튼 옥수수씨가 아이스 블루에 (정확히는 Da Xanh에게) 당한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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