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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는 이야기/사이공데일리

올해도 어김없이

by mmgoon 2006. 11. 27.




그러니까 그 일의 시작은 금요일 아니구나 목요일 저녁부터였습니다. 

이번에 회사에 일이 있어서 뭐랄까 약간은 상황이 서먹한 분위기가 되었습니다.

문제는 그 중심에 본인의 의사와는 전혀 무관하게 제가 서있었다는 것이지요.

평소에


'뭐 아무래도 좋아. 흥-'


하는 식의 인생을 살아온 사람이었기 때문에 저를 뭐랄까 정치적 이슈의 도구로 사용하는 그렇게 사용당하게 된 처지가 그리 좋지만은 않았습니다.

정말 5년만 젊었으면 다 뒤집어 엎어버리고 싶었지만 그냥 양쪽에 찾아가서 적절한 수준의 위협을 하는 정도로 대충 상황을 수숩했습니다.


덕분에 새로온 소장 눈에는 완전히 벗어났다죠. 

암튼암튼


결국 이런 상황들이 겹쳐서 뭐랄까 마음이 휑한 관계로 

목요일에 아는 인간들을 그러니까 이번 일들을 전혀 모르는 주변에 술고픈 인간들을 모두 모아가지고 새벽까지 이곳저곳에 발자국을 남겼져.


그리고 금요일에 출근해서 옥이한테 해장 국수나 배달시키라고 찾아봤더니 없더군요.

그렇습니다.

오늘은 체육대회로 모든 베트남 녀석들을 신난다고 아침부터 붕타우로 떠난 것이고,

본사의 눈치를 지독히도보는 모모씨 덕에 한국사람들은 오전에 일하고 오후에 골프를 치는 그러니까 선택의 여지라고는 없는 그런 체육대회를 치루는 날이되었더랬습니다.


대충 인터넷보고 메일 검사하고, 현장하고 회의하고, 찾아온 넘들 만났더니 오전이 갔습니다. 

(뭐야 대충이 아니었군 -_-;;)



빈속을 추스리면서 골프장엘 갔더니 이미 경기는 시작이 되었더군요.


"야야 김과장. 어제 또 술 마셨냐?"

"그 몸으로 골프치겠어?"

"놔둬 저 인간 이게 첨이 아니자나"


등등의 따뜻한(?) 말을 들어가면서 경기를 시작했다져.


이제 골프를 시작한지 어언 3년의 시간이 흘렀습니다.

뭐뭐 모모 천재들은 채를 잡은지 3개월에 100을 깨고 6개월에 90을 깨고 1년에 싱글을 쫀다는 얘기가 전설처럼 들리기도 하고,

어떤 인간은 쪼들리는 공사 월급의 70%를 쏟아 부으면서 골프에 매진한다고 하고,

어떤 인간은 연습하다가 겨드랑이 나가고, 손 나가고, 허리 나간다고들 하지만


나야 뭐 골프에 부은 돈에 약 5~10배의 비용을 음주 및 가무에 투자를 했으며, 

한달에 한번이나 연습을 가나마나 하니 어디 다칠 일이 없고,

그니까 실력은 1년전이나 지금이나 꾸준하게 하바닥을 밑돌고 있었는데...


이번 체육대회는 그중에 최악이었습니다.

공은 사방으로 튀고, 물로 빠지고, 날씨는 덥고, 점수는 끊임없이 올라갔져. 

(참고로 골프는 점수가 내려가야 한답니다 -_-;;)



결국 골프가 끝나고 (흑흑-)

모두들 저녁 같이 하러 가는데, 이미 이리저리 고슴도치로 거듭난 인간관계로 인해서 두리번거리다가 오늘 붕타우로 가는 황가녀석에게


"자자, 외로운 밤을 보낼꺼지? 내가 심심하지 않게 놀아주지"

"조건은?"

"니가 술값을 내"

(붕타우의 외로운 밤을 너무나 잘 아는 황가는...)

"알았엄" 


했다져.


결국 다시 붕타우에서 삼겹살의 소주로 시작을 해서 여기저기를 다니면서 신나게 떠들고 다녔습니다.

네네 혹시나 어께 동무하고 바닷가를 뛰던 두 한국청년을 만났다면... 저흽니다. -_-;;


녀석은 빽을 써서 10시에 출발하는 헬기로 바꾸는 바람에 충분히 자도 되지만 

나는 토요일의 골프약속 때문에 5시30분에 일어나야 했습니다.

아아- 아침에 깨니 하늘이 돌더군요.

그렇지만 골프 약속이라는게 한 번 깨면 다시는 돌이킬 수 없는 결과가 오기 때문에 (골프관련 사이트를 읽어보세요) 죽더라도 골프장가서 죽겠다는 각오로 차에 올랐습니다.


"알간 나를 거기에 ㅇㅇ시까지 안 데려다가 놓으면 아주 안녕이야. 알간?"


기사가 목숨을 내어놓고 길길히 액셀을 밟는동안 나는 차안에서 골프옷으로 갈아입고 썬크림 바르고 등등의 준비를 하고는 차에서 뛰어내려 바로 1번홀로 뛰었습니다.


"헉헉- 늦었습니다- 헉헉-"

"괜찮아? 숨돌려"

"아녀 자자 시작하시져"


티박스에 서자 하늘이 노랗고 약간 어질했습니다. 

아아- 망할-

길고 긴 하루가 예상되었습니다.


첫 샷


따앙-


이게 왠일 입니까. 공이 똑바로 갑니다. 역시나 힘빼고 치라는 골프의 원리가 맞나 봅니다.


두번째 샷


따악-


몸에 줄래도 줄 힘이 없었기 때문에 두 번째 우드샷도 그림같이 날아갑니다.


세번째 샷


피칭으로 팍찍었다고 그러니까 공은 못치고 뒤땅을 찍었다고 생각했는데 공이 하늘을 가릅니다. 온입니다.

뒤이어 투펏으로 바로 파를 잡았습니다.

동반 플레이어들이 나를 존경이라기 보다는 신기한 눈으로 쳐다봅니다. 쑥스러워서


"자자 쳐다보지만 마시고 내기돈을 주세염" 했습니다.


이런 기적은 계속이어져서 내리 9호을 모두 승리로 이끌어서 주머니가 두둑해졌습니다. 

휴계실에서 속이 쓰려 삶은 계란으로 달래고 있는데,


"야, 너 어제 술마시러 간대매 가서 연습했냐?"

"얌마 너 술 안마시고 약했냐?"


등등의 질투가 쏟아집니다.


후반에도 이 신기가 계속 이어져서 정말로 거의 대부분의 판돈이 내게로 들어왔습니다. 

문제는 돈도 돈이지만 인생 최고의 스코어를 (돈때문에 눈이 멀어 나중에야 알았습니다) 기록합니다.


집에 돌아오지 너무 피곤해서 바로 쿨쿨거리고 아침에 깨서 교회에 다녀왔더니 마음이 퀭하더군요.


11월 내내 느낌 그런 생각


'뭐 노력한다고 되는 것이 아니고, 열심히 한다고 해서 인정받는게 아니고, 사랑한다해서 사랑이 되는 것은 아니고, 최악은 최악이 아닐 수 있고'


등과 같은 소위 더러운 세상에 대한 체험이 주는 한심한 마음이 머리속을 뱅뱅 돌고 있었습니다.

대낮부터 맥주를 한 캔 하다가 문득 생각이 들었다지요.


결국에는 먼지가 푹푹 쌓인 상자들을 열고 (덕분이 이 더위에 창문을 활짝 열었다) 1년동안 묶혀두었던 크리스마스 트리와 장식들과 전구들과 인형들과 작은 선물상자들을 꺼냈습니다. 

또 열심의 마음이 들어서 (이 마음으로 그렇게 상처를 받았음에도) 미친듯이 나무를 세우고 전구를 연결하고 고양이 천사를 매어달고, 천사들을 여기저기에 두었습니다.

마지막으로 리스를 대문에 내어 걸자 어느덧 해가 지고 어두움이 시작되더군요.


뭐 마음의 성탄이 시작되기를 바랍니다.

평화

Peac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