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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는 이야기/S Town Daily

난초를 사는 방법

동대문에 일이 있어서 나갔다가 종로쪽으로 슥슥 걸어가고 있었습니다.

그러다가 종로 6가 정도에 다다르자 '종로 꽃시장' 이라는 간판이 보입니다.

 

뭐랄까 그냥 소소하게 가게들이 꽃들을 팔고 있는 그런 느낌이었고 대부분 나이가 있으신 분들이 꽃들을 구매하는 그런 분위기였습니다.

 

'오오 신기한데?'

 

하는 마음으로 이거저거 구경하고 있었죠.

 

그러던 중에 할머니 한 분이 난초들을 파고 있는 가게에서 난초들을 보고 있었습니다.

붉은 색의 꽃들이 가득한 난을 보다가 한쪽에 아직 꽃망울들만 가득한 난 하나를 봤습니다.

 

"이거 좋은 녀석이야"

"넹?"

 

왠 할아버지 한 분이 이야기 하십니다.

 

"이거 꽃 피면 향기가 좋다니까"

"그렇군요. 무슨 색 꽃인가요?"

"글세 그건 나도 모르지. 난 주인이 아니라고"

"아아"

 

이런 이야기를 나누던 중에 주인 할머니가 오십니다.

 

"그 난초 사게?"

"아아 얼마인가요?"

"그게... (아마도 하나 남은 녀석을 팔고 싶으신듯) 3만원 아니 2만8천원을 줘"

"아 그렇군요. 계좌이체 되죠? (여긴 현금 중심이다)"

"아아 되지. 잠시만"

 

하시면서 통장을 휙- 내게 주신다.

이체를 하고 신문지와 검은색 비닐 봉지에 담긴 난을 들고 집으로 돌아왔다.

 

"알았지? 화분갈이는 하지 말라고"

"넹"

"향기를 즐기는 것이야"

"넹"

 

아무래도 믿음이 가지 않는 손님을 향해서 보내시는 이런저런 당부를 뒤로 하고 집으로 왔다.

 

 

 

그렇게 일주일이 넘게 지나고 오늘 아침 졸린 얼굴로 거실로 나오자 문득 향기가 납니다.

아아-

드디어 녀석들이 꽃을 피우기 시작했습니다.

하얗고 약간 분홍기가 도는 그런 꽃들입니다.

네네 저도 난을 기를 수가 있는 것이군요.

 

향기를 즐기면서 글을 쓰네요.

여러분도 즐건 주말들 되시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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