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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틀사이공/호치민 이야기

호치민 기차역인 사이공역의 역사

by mmgoon 2023. 11. 11.

 

 

호치민시 기차역은 호치민시의 이전 이름인 사이공(Sài Gòn)을 따라서 사이공역(가사이공, Ga Sài Gòn)이라고 부릅니다.
그런데 위치가 뭔가 엉뚱하다는 생각이 들죠. 그러니까 약간 외진 느낌인 호치민 3군 호아흥(Hòa Hưng) 쪽에 있습니다.

 

Ga Sài Gòn · Phường 10, District 3, Ho Chi Minh City, 베트남

★★★★☆ · 기차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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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체적으로 베트남 기차역들이 그리 깨끗하거나 신형이라는 느낌이 들지는 않지만 왠지 사이공역은 공산주의의 냄새가 물씬 풍깁니다.
오늘은 이 사이공역의 역사 이야기를 합니다.

 

 

현재 위치에 있는 역은 사실 호치민시에 설치된 세번째 역입니다.

그러니까 사이공역 이라는 이름을 단 세번째 역사인 셈이죠.

맨 처믐으로 만들어진 사이공역은 1885년 사이공에서 미토(Mỹ Tho)까지 설치된 인도차이나 최초의 철도역으로 루 뒤 깡똔(Rue du Canton) 그러니까 지금 함니(Hàm Nghi)거리 끝쪽에 있었습니다.

 

여기서부터 철로가 함니거리를 따라 서쪽으로 꽉 티 짱(Quách Thị Trang) 스퀘어 (벤탄 시장 앞쪽 공간)를 지나, 팜홍타이(Phạm Hồng Thái)와 레티리엥(Lê Thị Riêng) 거리를 지나서 쪼런(Chợ Lớn)을 통과해서 미토(Mỹ Tho)까지 연결됩니다.
쪼런은 지금은 호치민시의 일부이지만 (5군이죠) 중국인들이 많이 사는 쪼런은 사이공에 포함되지 않은 별도의 도시였고, 미토는 식민시절 플랜테이션 농장들이 발달했던 곳입니다.



아직까지 철로가 남아있던 1960년대 함니 거리의 모습

 

당시 노선은 프랑스 철도공사 (CCFGCF, Compagnie des Chemins de Fer Garantis des Colonies Françaises 헥헥 기네요)가 운영을 했습니다.
이 회사 건물은 데포아틀리에(dépôt-atelier)라고 불렸는데 현재의 함니거리 서쪽과 꽉티짱 스퀘어가 만나는 곳에 있었습니다.

1906~1908년, CCFGCF의 후신인 SGTVC (Société Générale des Tramways à Vapeur de Cochinchine)가 철도 운영권을 넘겨밨았습니다.

SGTVC는 다드랑 거리(Rue d’Adran) 그러니까 현재의 호뚱마우(Hồ Tùng Mậu)거리에서 분기하여 서쪽으로 칸호이(Khánh Hội) 선개교(Swing Bridge)를 지나 사이공 부두와 연결되는 화물용 지선을 추가로 만듭니다.

 

1901년 사이공-냐짱(Nha Trang) 노선 건설이 시작되었습니다. 

이 노선은 기존 사이공-미토 노선을 따라 루두깐톤(Rue du Canton, 당시 크란츠-뒤페레 Krantz-Duperré 대로)에서 현재의 호치민시 푸동 교차로 (Bùng Binh Phù Đổng)까지 이어진 다음 북쪽으로 분기하여 투안키우 거리(Route de Thuan-Kieu, 현재 깍망탕땀 Cách Mạng Tháng 8 거리)를 지나 화흥(Hòa Hưng) 그리고 비엔호와(Biên Hòa)까지 이어집니다.

당국은 두개 노선을 운행하기에는 기존의 기차역이 너무 작아지자 크란츠-뒤페레 대로 서쪽 끝에 있는 기존 데포아틀리에 부지에 더 큰 역을 건설할 계획을 세웠습니다. 
그러나 이 계획은 무산되었고, 현재의 함니(Hàm Nghi)와 남키코이냐(Nam Kỳ Khởi Nghĩa) 거리 교차로 옆에 임시 역사를 설치하였습니다.
1904년 1월 13일 사이공-냐짱 구간 최초 29km 구간이 개통되었을 때, 새로운 노선의 열차는 이 임시역에서 출발했고 사이공-미토 노선의 열차는 계속해서 오래된 강변인근 기존역사를 이용했습니다.

1910년 이후 새로운 할레스센트럴(Halles Centrales, 현재의 벤탄시장)의 건설과 함께 진행된 재개발 기간동안 프랑스 식민정부는 사이공-미토와 사이공-냐짱 두개의 철도 노선을 모두 새로운 시장(네네 벤탄시장이죠)의 남서쪽에 단일역사를 건설하기로 계획하였습니다

 

이 두 번째 사이공역은 1911년에 건설이 시작되어 1915년 9월에 개통되었습니다. 
이 때문에 남서쪽으로 향하는 사이공-미토 노선은 현재 호치민시의 유명한 배낭여행자 거리인 팜우라오(Phạm Ngũ Lão)에 있는 23/9 공원 모양으로 약간만 수정하면 되었지만, 사이공-냐짱 노선은 화흥(Hòa Hưng)에서 남쪽으로 이동하여 현재의 응웬틍히엔(Nguyễn Thượng Hiền) 거리를 따르는 노선으로 완전히 재조정해야 했습니다.


1916년도에 촬영된 두번째 사이공역




이와 함께 오래된 데포아틀리에는 철거되었고, 이에따라 크란츠-두페레 대로가 서쪽으로 확장되어 유진 쿠니악 광장(Place Eugène Cuniac, 현재의 벤탄시장 앞쪽 꽉티짱 Quách Thị Trang 광장)이라는 넓은 새 광장이 생겼습니다.

그리고 역 입구 맞은편에 인도차이나 철도(CFI, Chemins de Fer de l’Indochine)의 큰 남부본사 건물이 세워졌습니다.

그리고 사이공 항구까지 화물을 운송하기 위한 단선 노선이 크란츠-더페 대로를 따라 남아있었고, 이 노선은 쿠니악 광장을 가로지르는 연결 철로로 새 역과 연결되었습니다.

그러나 안타깝게 몇 년이 지나자 도심 중심에 자리잡은 이 새로운 기차역이 사이공의 교통 문제를 일으킨다는 사실을 알게되었고, 1920년대 중반이 되자 교통문제는 더욱 악화되었습니다.

 

 

두번째 역사의 모습




이 무렵 사이공에서 하노이까지 인도차이나 횡단철도 건설이 거의 완료됨에 따라 새 역은 예상되는 승객 및 화물 수송량 증가를 감당하기에 역의 크기가 부족하다는 결론에 도달했고, 이에 따라 도시 중심을 벗어서난 호아흥(Hòa Hưng)쪽으로 새로운 역과 기관차와 화물 창고들을 건설할 계획이 세워졌습니다.

네 지금의 사이공역 위치에 세번째 역을 건립하는 계획이 이 때 세워진 겁니다.

호아흥 북쪽의 사이공-냐짱 노선의 원래 경로는 카피텐 포콘 거리 (Rue Capitaine Faucon, 현재의 쩐꽝지우 Trần Quang Diệu 거리와 쩐후이리우Trần Huy Liệu 거리)를 따라 이어졌습니다. 
1931년 360만 피아스트(piastre, 1885-1954년까지 프랑스 식민시절 화폐단위) 규모의 프로젝트를 통해 새로운 사이공역이 건설될 호아흥 지역과 연결하기 위해 사이공-냐짱 노선을 서쪽으로 이전시키기로 결정됩니다.

또한 사이공-미토 노선도 푸람(Phú Lâm)에서 북쪽으로 우회 선로를 건설할 필요가 있었습니다.

결국 이 프로젝트는 여러 가지 어려움에 부딪혀 일부만 완공되었습니다.

1938년, 호아흥 북쪽의 사이공-냐짱 노선은 현재의 경로를 따라 경로가 변경되었고, 새로운 화물 및 기관차 창고가 이 지점에 건설되었습니다. 하지만 두번째 사이공 기차역은 그 자리에 그대로 남아있었습니다.

1958년 사이공-미토 노선이 폐쇄된 후, CFI로부터 철도운영권을 넘겨받은 남베트남 철도부(Sở Hỏa xa Việt Nam, HXVN)는 인기가 없는 도심 철도 역사를 폐쇄하고 호아흥으로 역사를 이전하는 계획을 수립했습니다. 
그러나 이에 필요한 자금을 확보할 수 없었기 때문에 오랫동안 논의되어 온 남부 철도 종착역의 북쪽 이전은 통일 이후에야 실현될 수 있었습니다.

 

 

사이공역 1964-1965



 

1967년부터 남부 철도망에 대한 베트콩과 북베트남군의 공격이 심해졌고, 1968년 뗏 공세 이후 베트남 HXVN는 열차를 운행하기가 점점 더 어려워졌습니다. 
결국 1971년에는 사이공을 오가는 정기 철도 서비스가 사실상 중단되었습니다.

1975년 통일 이후, 남북 철도 복구사업이 국가 우선사업이 되었습니다.
1976년 12월, 1945년 이후 처음으로 하노이와 사이공(현 호치민시) 사이를 오가는 열차 서비스가 운행 재개되었습니다.

현재의 사이공역인 세 번째 기차역의 건설은 1978년 옛 화물역 부지에서 착공되었습니다. 
1983년 11월에 완공되었으며, 이 역의 완공 후 도심에 있던 오래된 철로는 철거되었습니다. 
옛 도심 종점 부지는 1945년 9월 23일 프랑스군의 사이공 탈환을 도운 영국 인도군에 저항하다 전사한 애국자들을 기리기 위해 23/9 공원으로 명명되었습니다.

흥미롭게도 철도 허브로서 호치민시의 미래 발전 계획에 따르면 빈찌우(Bình Triệu)에서 호치민시로 이어지는 남북 노선의 최남단 구간을 고가도로를 이용한 고속철도로 재건하고 호치민시를 통과해 남서쪽 교외인 떤키엔(Tân Kiên)의 새로운 종착역을 만드는 계획이 있습니다. 
뭐 베트남 국가계획이 다 그러하듯이 이 것도 하나의 계획이죠. 네네. 계획대로 다 되었으면 지금쯤 베트남은… -_-;;;;

현재의 그러니까 세번째 사이공역의 역사 모습

 


뭐 이 정도인가요.

기본적으로 베트남 철로의 폭이 좁아 느리고 시끄럽고 아직 서비스도 별로이지만 한 번 정도는 기차여해을 해볼만합니다.

남북으로 긴 베트남 특성을 고려해서 고속철도를 만들고는 싶어하는데 글세요....

나중에 고속철도가 생기면 한 번 타보고 싶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