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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틀사이공/호치민 이야기

호치민에서 붕타우 가던 소련제 수중익선 이야기

 

 

예전에 베트남 살적에 붕타우(Vũng Tàu) 출장을 자주 다녔습니다.
처음 붕타우 가던 말 호치민시 박당 (Bach Dang) 항구엘 갔더니 뭐랄까 80년대 우주적인 디자인의 배가 기다리고 있었습니다. (참고로 지금은 붕타우 가는 배는 박당 항구에서 떠나지 않습니다)

이 배는 1990년 소련 (네 그렇습니다) 모르예(Morey) 조선소에서 만든 352형 수중익선입니다. 
이 수중익선을 러시아 말로 보스코드(Voskhod), 베트남말로 따우 깐 암 (tàu cánh ngầm)이라고 합니다.

1995년 도입 초기부터 이 수중익선들은 하구와 연안에서 좋은 운항능력을 보여서 최소 21척이 베트남으로 인도되었고, 남부 베트남 이외에도 깟바(Cát Bà), 하이퐁(Hải Phòng) 등에서도 운영되었습니다.
한창때에는 사이공에서 석유의 도시인 붕타우까지 사이공강과 바다를 통해 연간 50만명의 사람들을 실어날랐습니다. 당시 뱃삯은 20만동이었던 것으로 기억합니다.

배에 오르면 물수건과 물한병은 언니가 주었고, 중간중간에 스크류가 그물에 걸려서 배를 세우고 그물을 슥슥 끊고 다시 달리기도 했다지요. 그리고 화장실은.... 밑에 강이 훤하게 보였죠.

 

 



이후 점점 붕타우로 가는 길들이 만들어지고 수중익선들이 노후화하면서 선박수가 줄어들기 시작했고, 2014년에 화재사고로 인해서 운항중지가 됩니다.
결국 2016.12월에 공식적으로 이 수중익선의 운항이 종료되었습니다.

 


이후 한참 있다가 신형배가 도입되었고 (베트남 느린 것이야 뭐 -_-;;) 2017년부터 다시 호치민-붕타우 구간의 선박 운행이 재개됩니다.
물론 새 배들은 이전에 시끄렵고 기름냄새 나고 그랬던 소련스타일 배보다 훨씬 좋지만 가끔은 이 오랜 수중익선을 타고 붕타우로 향해 가던 그 시절이 생각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