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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는 이야기/S Town Daily

다사다난한 한 해

 



직업 특성상 글로벌한 상황에 영향을 많이 받는다고 할 수 있다.
그건 것을 고려한다고 해도 올 해는 참으로 다사다난 했다.

일단은 연초부터였다.

“어헉- 미국 공장이 작동하지 않아여”
“망할 텍사스가 이렇게 추울수가 있어?”
“지사원들은 일단 전기들어오는 집에 모여있어여”

텍사스 한파로 전기가격이 폭등하고, 생산시설을 얼어붙는 황당한 일로부터 2022년을 시작했다.

이어서 러시아 형님들이 우크라이나와 싸움을 시작하자 엉뚱한 가스가격이 미친듯이 올라갔다.

“엉엉- 봄이 왔는데 가스가격이 안내려가여”
“내려가기는커녕 미친듯이 올라가여. 유럽애들이 돌았나봐여”

어찌어찌 정신을 차리려는데 환경단체들이 몰려왔다.

“어떻게 발표내용에 하나도 맞는 것이 없지?”
“조상의 영혼이 고소사유가 될 수 있는거야?”

그리고 고환율이 찾아왔다.

“이제 그 돈으로 이 컴퓨터를 살 수 없져”
“이번에 새로운 환율을 적용한 소프트웨어 구독료 인상이랍니다”

이 와중에 현장 설비들은 심심할까봐 일년 내내 소소한 고장들로 님하들에게 보고거리를 만들어줬다.

“뭐? 또 고장났어?”
“아아 그게염 지난 번에는 E10917이었고여 이번에는 E10916이 문제를 일으켰습니다”
“아 몰라몰라. 그래서 수리에 얼마나 걸리는 거야?”
“하아- 이 호주 토끼들이 느려서 일주일은 걸릴 것 같아여”

뭐 대충 이런 보고를 싸돌고 올라가는 김부장 같은 인간들을 일년 내내 만나신 사장님은 연말을 맞이하여 송년회를 여셨다.

“그래요. 올 해는 잊기 어려울듯”
“그런 의미에서 이번 송년회는 조용하게 마련했어요”

더 이상 사건사고는 보시기 싫다는 남하의 마음을 반영하여 미친듯한 장기자랑 등은 사라지고 다트게임, 제기차기 등과 같은 누가 봐도 안정적인 송년회 프로그램이 진행되었다.
그/런/데/

“어헉-“
“앗, ㅇㅇ 부장 괜찮아?”
“아아 다리가 다리가”
“119불러. 빨랑”

제기를 차던 ㅇㅇ 부장이 갑자기 다리를 잡고 쓰러졌고, 우리는 제기차기하다가도 다리에 부상을 입을 수 있으며, 제기차기가 우리 생각보다 위험한 운동이라는 것을 알게되었다.

결국 ㅇㅇ 부장은 병원으로 갔고, 남은 자들은 묵묵히 술만 마셨다.

“자자, 2차 가지 마시고 집으로들 가요”
“넹”

뭐 이런 식으로 한 해가 끝나가고 있다.
예상 못했던 일들이 방끗방끗 웃어대었던 그런 한 해였다.

저쪽으로 다리를 절뚝거리면서 ㅇㅇ 부장이 지나가고 있다. 
으음… 연말에는 휴가 내고 빈둥대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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