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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는 이야기/S Town Daily

고장남 커피메이커

by mmgoon 2020. 5. 25.




커피 메이커가 고장이 났습니다.


전 세계가 코로나 바이러스로 케이오스에 빠진 요사이를 생각하면 별 일은 아닙니다만 

나름 오랫동안 이 나라 저 나라를 다니면서 함께했던 녀석이 갑자기 고장이 나니 뭐랄까 


'올 것이 왔구나' 


라기 보다는 당연한 일상이 하나 끊어지는 느낌이었습니다.


아마도 십 몇년 정도 전에 베트남 호치민시 어느 한 가전제품 가게에서 


'1-2년만 사용하고 한국에 돌아가서 새 걸 하나 사자' 


하는 마음으로 구입을 했던 녀석이었습니다.

그리고 이 후 한국으로 두바이로 다시 베트남으로 또 다시 한국으로 이사를 다니면서도 어느 정도 지겨우리 만큼 우리 집 한 구석을 지키던 녀석이었죠.


그렇다고 고장난 커피메이커로 인해서 하루 종일 우울했다거나 인생의 새로운 국면으로의 전환을 느꼈거나 하는 일은 일어나지 않았고 (당연하자나 -_-;;;) 

왠지 내가 늙어가고 있다는 당연한 현실만 자각을 했습니다.


그저 고장이라는 사실을 확인하고, 드립퍼로 커피를 내리고, 컴퓨터 앞에 앉아서 아마도 녀석의 몇 대 이후 모델로 보이는 새 커피메이커를 주문했습니다.

게으름으로 인해 녀석은 아직 그 자리에 있지만 녀석은 더 이상 우리집의 커피 메이커는 아닌 것이죠.


아무튼 계획대로 진행되지 않았던 그런 주말을 보냈습니다.

커피 메이커는 고장이 났고, 산책을 나갔던 길은 아름답지 않았으며, 찾아간 고기집은 별로 맛이 없었고, 계획했던 쇼핑도 하지 못했습니다.

덕분에 월요일 아침에 출근을 했더니 별로 기운이 나지 않네요.


뭔가 결여된 그런 느낌입니다.

그게 뭘까요. 궁금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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