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외부에서 발표할 일이 생겼습니다.
낑낑거리고 집에서 자료를 만들어서 (아아 주말을 돌려줘) 초안을 송부하고 최종안을 넣어서 가려고 서랍을 열었습니다.
그런데 USB 드라이브 녀석들이 보이지 않는 겁니다.
그러니까 지난 회사생활 동안 이런저런 이유로 여기저기에서 생겨난 다수의 녀석들을 일부는 버리고, 일부는 서랍 속에 넣어두었었는데 한개도 보이지 않는 겁니다.
곰곰이 생각을 해보니 회사 시스템, 개인 클라우드 시스템, 보안정책 등등으로 인해서 상당한 기간동안 녀석들을 사용한 적이 없습니다.
네네 요사이 웬만한 곳들은 외부저장매체 사용이 금지되고 있으니까요.
아마도 이런 이유에서인지 모임이나 행사에서 주던 기념품 USB도 보이지 않게 된 것 같습니다.
아아 녀석들이 보이지 않은 관계로 당장 내일 발표 자료 최종본을 챙겨가지 못하는 상황에 직면했습니다.
발표하는 조직 특성상 꼭 USB에 담아가야 했기 때문이죠.
하는 수 없이 요사이 욕을 바가지로 먹고 있는 쿠팡에 들어가보니
”짜잔, 저렴한 가격의 USB를 지금 주문하시면 낼 아침 7시 전에 보내드립니다요“
”당신 정보는 지금 중국에 있겠지만 배달은 되는 것이져“
등등의 이야기를 하길래 급한 마음에 하나 주문을 했습니다.
그리고 아침에 받아서 (어떻게 그렇게 작은 녀석을 그렇게 큰 봉투에 넣어서 배달을 하는 걸까요) 휘리릭 자료를 카피해서 발표장으로 향했습니다.
발표가 끝나고 저녁을 먹고 집으로 오는 차 속에서 곰곰이 생각을 해봅니다.
‘ 그 많던 USB 드라이브 녀석들은 어디로 간 것일까?’
아마도 요 몇년 주목을 받지 못한 상황을 맞이한 녀석들은 아마도 용량이 적어서 더더욱 인기가 없는 녀석부터
“아아 이제 이 별에는 희망이 없어”
“그래 주인 녀석은 존재를 잊는 것이 분명해”
“뭘 망설여? 바로 행동으로 옮기자구”
등등의 말을 내뱉은 다음 의기투합해서 차례대로 휙휙하면서 다른 별로 떠나버렸을 수 있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네네 세꼬시에 맥주를 먹었죠).
그렇게 다시 서랍에 새로 구입한 그리고 당분간은 사용할 일이 없어보이는 막내 USB 드라이브를 던져넣었습니다.
과연 녀석은 자신의 선배들이 떠난 그 길을 찾아낼 수 있을까요?
그렇게 USB에게 버림 받은 김부장은 또 새로운 USB를 구입하게 될까요?
연말에 음주가 이어지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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