뭐랄까 성격상 새해를 맞이했다고 해도 새로운 각오라든가 이전과는 다른 삶이라던가 등등 이런 새로운 계획을 세우지 않습니다.
그냥 새해를 핑계로 연휴에 빈둥대다가 다시 원래 있었던 자리로 돌아와서 하던 일을 계속하는 그런 것이라고 생각을 합니다.
네네 하지만 연휴는 좋아하죠 -_-;;;
그런데 올 해의 시작은 평소와는 조금 달랐습니다.
아니 조금이라는 표현을 쓰기에는 1월 2일 출근하자마자부터 님하들의 주문이 쏟아졌습니다.
“아아아 아주아주 높은 님하에게 보고를 해야되니 니가 자료를 당장 준비해봐봐”
해서 허둥지둥 자료를 만들고 있는데 다시
“아아 이번에 아주 높흔 님하들끼리 이야기 하다가 이런 것을 하기로 했어. 당근 니가 자료를 준비햇”
라고 하시길래
“글면 무엇을 먼저 하나염?”
하고 물어봤더니
“아아아아 둘 다 중/요/하다고. 이 넘 지가 보고안한다고!!! 둘 다 동시에 줘!!!”
연초부터 요사이 회사 분위기도 별로 좋지 않은데 자신의 생사여탈권을 쥐고 계신 높은 님하들에게 보고가 생겨버린 울 님하는 날카롭게 반응을 했고,
덕분에 연초에 출근해서 느긋하게.폴더 정리라든가 이메일 정리나 하고 애덜 불러서 술이나 먹자고 하려던 계획은 몽땅 날아가버렸습니다.
시간이 지날수록 더더욱 날카로와지는 님하에게 후다닥 자료를 드리고 피드백을 받아 이것저것 고치고, 최종안을 다시 들고 님하의 님하에게 컨펌을 받으러 들어갔습니다.
“그랴요 이 정도면 님하가 이해하실듯요”
“넹”
그렇게 일단락되었다는 마음으로 나오려는데
“아아, 이번 건은 기술쪽 내용이니 김팀장도 들어가라구”
하시길래
“아아, 그 님하는 너무너무 높아서 저는 별 도움이….”
했으나, 차가워지는 눈초리를 거역하지 못하고 결국 아주아주 높으신 분에게 보고하는 그러니까 김팀장 따위가 갈 필요도 없는 그런 곳에 가서 1시간 30분 동안 꼴랑 2마디 하고 나와야 했다죠.
집으로 돌아와서 고량주를 한 잔 하니 마음이 풀립니다. (아아 알콜 중독은 아니겠지?)
그렇게 월요일에 회사에 다시 나오니 옆쪽 팀장녀석의 얼굴이 하얗습니다.
“아아 형, 장난 아님. 손님들 잔뜩 모시고 토끼들을 만나러 가야함”
“불쌍하게 되었구만. 그런데 너 이런 일들 좋아라 하지 않아?”
“무슨 소리에여. 흑흑흑-”
울 회사 높은 분들 + 울나라 토끼들 + 호주와 일본토끼들 사이에서 허둥댈 녀석의 모습을 떠올리면서 (불쌍한 넘) 자리에 돌아와서 보고서를 쓰고 있는데 님하한테 전화가 오더군요.
“아아 이번에 토끼들 얘기 들었지?”
“넹 (불쌍한 한 녀석을 아침에 만났져)”
“그게 말이야. 점점 판이 커지고 있어. 덕분에 님하의 님하의 님하가 호주와 일본 토끼 넘버원을 만난다고”
“아아 글쿤여 (그 불쌍한 넘이 더 불쌍해 지겠군여)“
“그러니까 너도 가라고“
”넹?“
”그러니까 팀장 한 녀석은 호주를 다른 한 팀장은 싱가폴을 담당할 예정인데 너는 둘 다 가라고“
”넹? 요사이 체력이…. 몸이….“
님하의 차가운 눈을 뒤로하고 자리로 돌아오자 톡이 오네요.
”아아 형님도 가신다면서여“
”시끄러“
”왜그래염. 날카롭게“
아아 왠지 올해의 시작은 높은 님하들과 연결된 일들이 창궐하고, 슬쩍 빠질 수 있는 일에 얽히는 그런 느낌이듭니다.
정신없는 1월이 지나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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