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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는 이야기/U Town Daily

의외로 오래 가는 물건들




조금 전에 간단한 계산이 필요해서 (아아- 이젠 간단한 계산밖에 할 줄 몰라) 옆에 놓아둔 카시오 계산기를 꺼냈다.

녀석은 대단한 기능은 없지만 단순한 공학용 계산기가 할 수 있는 단순한 계산을 척척해낸다.

문득,

이 녀석을 언제부터 소유하게 되었나를 생각해보니

으음.

내 기억이 맞다면 2004년경 지구통계학 모델링이라는 듣기만 해도 머리아픈 교육을 받을 때 무료로 나눠줬던 것 같다.

그렇다면 장장 15년간을 배터리 교체 한 번 없이 고장도 안나고 베트남-한국-이라크-베트남-한국으로 다니면서 묵묵히 계산을 해왔다는 것이 된다.

뭐 엄청난 수식 계산을 하는 직업이 아니니 약간의 불만 정도는 있지만 계속 사용 중이다.


이런 식으로 내 주변에는 의외로 오래된 그리고 오랬동안 사용하는 물건들이 있다.



먼저 커피 메이커.

이 녀석은 예전에 베트남 살적에 그러니까 2003년경에 


'아아, 한국 들어가서 좋은 걸 사고 저렴한 걸 사서 쓰다가 버려야지'


하는 마음으로 단순한 녀석을 구입했었는데, 베트남-한국-두바이-베트남-한국으로 이어지면서도 고장 한 번 나지 않고,

오늘 아침에도 커피를 뽑아내고 있다.

내구성으로만 보자면 아마도 필립스의 중국 공장 노동자가 영혼을 갈아넣어서 만들었나보다 싶다.

몇 번인가 새로운 커피 메이커를 사려는 생각을 했지만 뭐, 커피 메이커가 커피를 내리는 것 이외에 무슨 일을 할까 싶어 계속 사용중이다.



생각해보니 토스터기가 있다.

회사에 취칙해서 분가를 하면서 구입한 녀석이다. 그니까 1998년이었던가 -_-;;;

당시 아침으로 토스트를 먹지는 않았지만 난생 처음으로 한 분가의 로망으로 구입을 했다.

그러다가 영국 간다고 어머님 집 짐속에 쳐박혀 있다가 베트남 갈 때 챙겨갔고 이 녀석도 한국-베트남-한국-두바이-베트남-한국으로 이어지는 삶을 살고 있다.

지난 토요일에도 냉동된 식빵을 따끈하게 토스트해내는 능력을 보여줬다.

아마도 역시나 필립스 중국 공장 노동자의 혼을 갈아넣은 녀석으로 여러 나라를 다니면서 다양한 종류의 전기를 흡수하면서도 고장이라고는 모르는 그런 녀석이다.

역시나 귀엽게 생긴 수 많은 토스터들에 마음이 빼았겼으나 

토스터를 주식으로 삼는 것도 아니고 (주말 오전용이다) 토스터가 빵을 굽는 것 이외에 하는 일이 별로 없는 관계로 부엌 한쪽 구석 자리를 차지하고 있다.



그리고 아이케아 물 컵이 있다.

우울한 영국 유학시절에 저럼하고 튼튼하게 보여서 2개를 구입했었다.

물로 그 이후에도 컵들을 구입했지만 이래 저래 다 깨졌다. 

하지만 이 두 녀석은 아직도 살아남아서 영국-한국-베트남-한국-두바이-베트남-한국의 삶을 살고 있으며,

중간중간 마음을 빼앗겨서 이쁘장한 컵들을 구입했었지만 그릇을 씻다가 이쁘장한 컵들이 이 들과 부딧히면 반드시 이뿐 컵이 깨어지는 놀라운 역사를 보여주고 있다. T_T



여기까지 쓰고 문득 생각해본 이 포스팅의 주제는...

토스터, 커피 메이커, 계산기나 아이케아 물컵을 살 때 신중하라는 것이다. 응?

아아- 어제 음주로 속이 별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