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리틀사이공/호치민 이야기

베트남 결혼식 이야기 - 호치민 지역을 중심으로

by mmgoon 2019. 1. 6.

 

우리 나라도 그렇지만 나름대로 역사가 긴 베트남에서의 결혼식은 이런저런 의미가 있고 절차도 복잡합니다.

베트남에서 근무하시는 분들은 이래저래 결혼식 피로연에 초대받기도 하고 그러실 겁니다.

혹시나 사랑의 결실로 베트남 남자 혹은 여자분과 결혼을 하게 된다면 특히나 베트남 결혼 풍습과 문화에 대해 아실 필요가 있습니다.

 

참고로 베트남에서의 결혼식의 의미는 이전 우리나라와 같이 상당히 큽니다. 

저는 베트남에 있을 때 호치민에서 살았기 때문에 아마도 호치민을 중심으로한 남쪽 그리고 도시 지역의 결혼 풍습을 경험했습니다. 

그러니까 개인적인 기억과 인터넷의 힘을(?) 이용해서 만든 포스팅입니다. 

북쪽이나 중부의 결혼풍습은 좀 다르다고 하는데.... 네, 잘 모릅니다 ^^;;

 

 

이야기를 시작해봅시다.

원래 베트남 결혼은 전통적으로 6개의 행사로 이루어지는데 예전에는 이걸 서로 다른 날에 치뤘다고 합니다. 

그렇지만 요사이는 현대화되어서 3개 행사로 이루어지고 있습니다. 음 그렇군요.

 

 

이 3개의 행사는

 

레 담 오 (lễ dạm ngõ, 허락을 받는 행사)

 

먼저 레담오는 우리의 상견례와 같이 결혼하는 두 사람의 가족들이 공식적으로 만나는 행사입니다.

 

좋은 날을 골라서 신랑과 그의 가족들이 전통적인 선물 그러니까 빈랑나무 열매와 일종의 견과류, 달콤한 과자 등을 들고 신부의 집으로 향합니다. 

이 선물들은 반드시 짝수로 맞춰야 한답니다.

 

신랑의 부모는 신부집에 조상님을 모시는 제단에 예를 올리고, 신부측 부모들에게 사귀는 것에 대한 허락을 요청합니다. 

네네, 결혼이 아니라 '사귀는 것'에 대한 허락이죠.

 

이 행사가 행해지는 이유는 예전에는 중매로 결혼을 했고, 우리나라처럼 신랑 신부가 결혼할 때까지 서로 알지 못했던 전통을 기리는 행사입니다. 

현대의 이 행사는 예전 전통을 기리는 정도의 의미가 된 것이죠.

두 가정은 같이 식사를 하고 결혼식을 어떻게 진행을 할지 이야기를 나눕니다.

 

뭐 대충 이런 분위기랍니다.

 

보통 이 행사는 결혼식 수 개월전에 합니다.

경우에 따라서는 약혼식 1년 혹은 2년 전에도 한다고 합니다.

 

 

 

 

레 안 호이 (Le Anh Hoi, 약혼식+결혼식)

 

베트남에서의 약혼식은 가족들이 친척들과 친구들에게 결혼에 대해 공식적으로 알리는 자리입니다.

여자는 공식적으로 반려자가 되고, 남자쪽은 가족 구성원으로 받아들여집니다.

이 때부터 신랑은 장인, 장모를 아버지, 어머니로 부를 수 있습니다.

 

요사이는 이 약혼식을 단순화해서 결혼식 아침에 치루는 경우가 많습니다.

그러니까 약혼식을 바로 결혼식 전에 결혼식과 합쳐서 치루는 것이죠.

그리고 현대의 결혼식은 피로연이 주를 이루기 때문에 이 약혼식이 실제 가족들이 모여서 하는 결혼식이라고 생각하시면 됩니다.

 

레안호이 행사에는 가족, 친척, 신랑 신부의 친한 친구들만 참석하는 중요한 행사입니다.

보통 회사 동료들 결혼할 경우 이 자리에 초대받을 일은 없다고 생각하시면 됩니다.

 

베트남 남부에서는 신랑의 가족들이 이 행사를 위해 짝수의 선물상자들을 준비합니다.

신부의 가정에서 결혼식 연회의 수와 선물들을 결정합니다.

보통 선물들은 술, 차, 빈랑나무열매, 초, 과일, 결혼식용 과자, 통으로 구운 돼지, 전통 결혼의상 등이 됩니다.

 

신부는 전통적인 아오자이를 입는데, 일반적으로 붉은색 혹은 금색의 밝은 색으로 된 아오자이를 입습니다. 

신랑은 아오자이 혹은 양복을 입습니다.

붉은 선물상자를 든 친구들과 친척들도 전통적으로 여자들은 아오자이, 남자들은 양복바지와 와이셔츠를 입습니다. 

들러리를 맡은 친구들은 옷을 같이 맞춰 입기도 합니다.

참석한 손님들은 아오자이나 양복을 입습니다.

 

신랑측 들러리들의 모습

 

 

약혼식날 아침에 신랑과 그의 팀 (가족, 친척, 친구들)은 붉은 색으로 덮힌 선물상자들을 신부의 집으로 가져갑니다. 

베트남말로 레밧(le vat)이라고 하는 붉은 선물상자는 신랑과 신랑 가족들이 신부집으로 약혼식 날 가져가는 것입니다. 

보통 6개나 8개를 가지고 갑니다. 안에 들어가는 것을 살펴보면

 

빈랑 나무 열매  가장 중요한 결혼 선물입니다. 사랑과 신의를 나타냅니다.
술과 차 신랑 신부가 조상들에게 드리는 감사를 뜻합니다. 
사람들은 조상 제단에 술과 차를 바치면서 결혼에 대한 승락과 축복을 빕니다.
신선한 과일 부부가 성공적인 결혼생활을 하고 다산하길 기원하는 선물입니다. 
베트남 사람들은 자녀들이 신의 선물로 믿고 있습니다. 
자녀가 많을수록 더 많은 축복인 것이죠. 덕분에 과거에는 다산의 풍습이 있었습니다.
결혼 케이크 보통 반푸테(banh phu the, 베트남 부부 케이크), 반껌(banh com, 덜 익은 쌀로 만든 케이크), 반피아(banh pia, 두리안과 계란 노른자가 들어간 케이크), 혹은 일반적인 결혼 케이크 중 하나를 상자에 넣어서  갑니다. 
이 케이크는 음양의 5가지 원소를 말하며 부부의 변하지 않는 사랑을 나타냅니다. 
어떤 지방에서는 케이크 대신 구운 돼지로 대신하기도 합니다.
전통 결혼 의상 일부 가정들은 신부에게 전통 결혼용 아오자이를 선물로 가져갑니다. 
신랑과 신랑 가족들이 이 옷을 가져가면 신부 어머니가 딸에게 아오자이를 전달합니다.


 

가운데가 빈랑나무 열매.

 

 

 

약혼식으로 가는 사람들은 조부모님들이나 부모님들이 앞서고 그 뒤로 신랑, 선물을 든 사람들, 그외 사람들 순으로 이동을 합니다. 

 

신부집에 다다르면 신부집 사람 중 하나가 나와 미리 만들어 둔 꽃으로 만든 문에서 이들을 환대하고 선물을 받고 집안으로 안내합니다.

이 때 신랑측의 선물을 들고가 사람들이 신부측 사람들에게 선물 상자들을 인계합니다.

신부측 들러리들 (보통 여자들입니다)은 선물들을 안으로 옮기고 조상을 모신 제단 앞에 놓아두고, 다시 밖으로 나옵니다.

 

그리고 신랑과 신부측 식구들은 서로 가족들을 소개합니다.

신랑측 대표 (보통 신랑의 할아버지나 아버지)가 왜 이 자리에 모였고, 신부측에 주는 선물이 무엇인지에 대해 말씀을 합니다. 

이에 답해서 신부측 대표가 감사와 선물을 받겠다는 말씀을 합니다. 

그리고나면 선물 상자들이 개봉됩니다.

 

이 후 신부의 어머니가 신부를 행사장으로 인도하고 신부의 손을 신랑에게 넘겨줍니다.

 

신부의 어머니가 신부를 데려오는 모습

 

 

그리고 차를 마시는 행사가 시작되죠.

신랑은 작은 잔에 차를 따르고 신랑신부는 이 차를 혼주 혹은 중매자와 신부측 대표에게 건넵니다.

다음으로 신부의 어머니가 몇몇 선물을 골라서 제단에 바칩니다.

신랑과 신부는 두 손을 모아 제단에 그들 결혼에 행복과 복을 기원합니다.

 

그리고 선물증정 행사가 시작됩니다.

신랑 혹은 그의 어머니는 신부에게 귀걸이를 해 줍니다.

베트남에서 귀걸이는 약혼식에 아주 중요한 선물입니다.

다른 가족들도 신부에게 목걸이, 팔찌, 돈 등 다른 보석들을 선물합니다. 이 부분은 선택사항이죠. 

 

마지막으로 신부측 가족들이 결혼 선물을 둘로 나눠 신랑측으로 돌려보냅니다.

이 분배(?)를 책임진 사람들은 반드시 손을 이용해서 해야하고 칼이나 가위를 사용하면 안된다고 합니다.

또한 상자를 덮은 천을 뒤집어야 합니다.

이렇게 분배를 하고 신부 들러리들이 신랑에게 전달을 한 후 모두 집앞에 두 줄로 섭니다.

신랑과 신부는 들러리들에게 돈이 든 붉은 봉투를 주면서 감사와 짝을 찾을 수 있는 복을 기원합니다.

 

신부측 들러리들

 

 

 

레 돈 더우 / 부 뀌 (Le don dau / Vu Quy, 결혼 피로연)

 

결혼식을 마치기 위해서 새 커플은 결혼 피로연을 엽니다.

요즘 추세는 앞선 약혼식이 끝나고 그 날 바로 피로연을 하는 것입니다.

 

신부는 그녀의 부모와 식구들에게 작별을 고하고 신랑을 따라서 새로운 집으로 갑니다.

신랑집에 도착해서 부부는 조상 제단에 향을 먼저 올립니다.

마지막으로 모든 손님들이 신랑의 집에 모여서 저녁에 있을 결혼식 전에 점심식사를 합니다.

 

요사이 호치민시의 결혼 피로연은 큰 식당이나 호텔 아니면 피로연 전문 장소를 빌려서 합니다.

재정적으로 여유롭지 못한 사람들은 골목이나 야외에서 진행하기도 합니다.

 

대부분의 경우 가족이나 친한 친구들을 제외한 손님들은 신랑신부를 이 피로연 장소에서 보게 됩니다.

손님들은 피로연장에 도착해서 사전에 초대를 받을 때 청첩장을 넣어준 붉은 봉투에 부주돈을 넣어 가서 피로연장 입구 모금함에 넣고, 

신랑신부와 기념 촬영을 하고 피로연장으로 들어갑니다.

 

둥근 테이블에 앉아 음주와 식사를 하면서 이런저런 행사 (케익 자르기, 샴페인 따르기 등등)를 보면서 식사를 하고, 

신랑신부는 테이블들을 돌아다니면서 찾아온 손님들과 인사(신랑은 원샷)를 나눕니다.

네네, 과도한 음주로 인해 정신을 놓아버리는 신랑들을 여럿 경험했죠 ^^;;

 

 

 

 

 

 

신혼여행

 

베트남은 우리나라 처럼 결혼식이 끝나고 바로 신혼여행을 떠나지는 않습니다.

몇 달 있다가 가거나 아에 가지 않는 경우도 있습니다. 

이런 이유로 지난 주말에 결혼식에 갔었는데 다음 주에 출근하는 직원들을 만날 수 있었답니다.

 

 

 

결혼 중매

 

과거에는 중매결혼을 했기 때문에 보통 신랑 신부는 서로를 알지 못했습니다.

일단 결혼 적령기가 되면 부모들은 중매쟁이를 찾아가 중매를 부탁했습니다.

중매쟁이는 서로 비슷한 조건의 가정들을 연결해줬죠.

덕분에 중매쟁이들은 과거에 결혼에서 아주 중요한 역할을 했었습니다.

물론 가족의 어른들끼리 만나서 나중에 서로 결혼시키자고 약속을 해서 결혼하는 일도 있었습니다.

 

현대에는 중매결혼은 구세대적인 것이 되어버렸습니다만 중매쟁이들은 결혼식에 아직도 한 부분으로 남아았습니다. 

아직도 중매쟁이가 앞서서 신랑쪽 사람들은 신부의 집으로 안내하는 역할을 합니다.

 

 

 

 

전통스타일의 6가지 행사

 

베트남 남부 여러지역 특히 호치민시 같은 경우는 거의 대부분의 결혼식 행사들을 하루에 합니다.

그렇지만 메콩강 유역 같은 곳에서는 며칠 동안 6개의 행사 (베트남 말로 룩레 luc le, 六禮)를 하기도 합니다.

베트남 여친이 있으시다면 어디 출신인지 물어보세요. 후훗-

 

룩레 (우리말로 하면 육례가 되겠네요)를 살펴보면 다음과 같습니다.

 

- 레 지압 로이 (Le giap loi, 소개 행사) : 신랑의 부모들이 중매쟁이와 함께 신부의 집으로 가서 자녀들의 결혼에 대해 이야기 합니다.

 

- 레 통 로이 (Le thong loi, 연결 행사) : 신랑의 식구들은 신부 식구들은 집으로 초대합니다.

 

- 레 꺼우 탄 (Le cau than) : 두 가정이 결혼에 합의하고 나면 신랑의 식구들은 신부쪽 식구들에게 2개의 선물상자를 보냅니다.

 

- 레 담 오 (Le dam ngo, 허락 행사) : 신랑의 가족들은 신부에 가족을 찾아가 신부를 데려오는 것에 대한 허락을 부탁합니다.

 

- 레 안 호이 (Le an hoi, 약혼식) : 이 행사는 커플이 결혼하겠다는 공식적인 발표의 자리입니다. 보통 결혼 1-2개월 전에 합니다.

 

- 레 온 더우 (Le don dau, 결혼 피로연) : 다시 한 번 신랑과 신랑 가족은 신부에 집에 장식한 차를 타고 꽃바구니를 들고 신부와 신부 가족을 찾아갑니다. 

이 행사 이후에 피로연이 시작됩니다. 

 

 

 

뭐 이렇게 베트남 결혼 절차에 대해서 알아봤습니다.

현대화가 되고 도시에서의 삶이 녹녹하지 않아지면서 이래저래 결혼 예식들이 단순화 되고, 서양 예식에 영향을 받고 있는 것이 사실입니다.

 

그렇지만 아직까지도 결혼은 베트남 사람들의 인생에서 아주 중요한 행사이며, 우리나라 사람들의 눈에는 허례허식으로 보일 수도 있을 만큼 화려합니다. 

스멀 웨딩이라니 가당치도 않죠.

 

베트남 친구와 결혼을 하려는 남성/여성분들은 이런 문화적인 차이로 인해서 투닥거릴 일들이 있을 겁니다.

뭐 love conquers all 인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