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단 홍시.
지난 주였나 암튼 시간이 나서 5일장에 어슬렁 거리고 갔었다.
야채와 생선을 좀 구입하고 오는데 홍시가 눈에 쯴다.
"이거 대봉인가여?"
"글치"
"아직 안익은 것 같은데요"
"집에 놔두면 낼이나 모레면 부드러워져서 먹을 수 있지"
이런 식으로 홍시를 구입해서 접시에 담아두었는데...... 아직도 딱딱하다.
이게 익기는 익겠지?
하는 마음으로 약간 말랑해진 녀석을 먹었더니 떫다.
오늘 교회에 깄다가 예배를 보고 나오는데 권사님이 검은 봉투 하나를 내미신다.
"뭐에염?"
"아아, 어제 장례식이 있었다고. 떡 좋아하자나. 가져가"
"감사합니당"
간만에 조국에 돌아와 떡을 먹으니 넘 맛있어서 권사님들에게 맛있다고 한 것을 기억하시고 권사님들이 교회에 떡이 생기면 잘 챙겨주시는 편이다.
(참고로 몇 번인가 얘기했듯이 권사님들에게 인기가 좋은 타입입니다)
집에 와서 떡을 우물거리면서 티비를 보는 생각이 떠오른다.
그러니까 근 2개월 내내 거의 매 주 빠짐없이 떡을 한 봉지씩 혹은 몇 개 정도 얻어오고 있다.
일부 결혼식 기념도 있었지만 대부분 장례식을 치루고 나온 떡들이다.
"어느 분이 돌아가셨어여?"
"아아 ㅇㅇ 권사님 시어머님인데 99세셨다구. 너는 잘 모를 것임이야"
그러니까 최근에 돌아가신 그리고 잘 알지 못하는 분들 덕분에 주일 저녁은 떡으로 대신하고 있는 셈이다.
도무지 익을 생각을 하지 않는 홍시를 바라보면서 떡을 우물거리는 주말이다.
날은 흐리고 거실은 으슬거리는 느낌이고
슬슬 외로워지는 오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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