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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는 이야기/U Town Daily

교육중과 어머니

by mmgoon 2018. 8. 29.





일하고 있는데 막내직원이 또 온다.

이 친구 얼굴을 살펴보니 아무래도 또 내가 뭔가 반드시 했었어야 하는 일을 하지 않았다는 표정이다.


"아아아- 부장님~"

"왱?"

"사이버 연수원 필수과정을 하나도 이수하지 않으셨다구여"

"사이버? 난 지질직종이라서... 해킹 따위는...."

"그게 아니고여 이거 바보인가? 인터넷 강의로 반드시 들으셔야 하는 것들이 있는데 부장님은 실적이 0 이에여"


그러니까 봉사실적이 0인 덕분에 며칠 후부터는 퇴근해서 곰돌이를 만들어야 하는 것에 더해서

난생 처음으로 인터넷 강의라는 것도 들어야 한다는 얘기였다.


"그... 인터넷 강의는 어떻게 하나?"

"일단 사이버 연수원 홈페이지에 가셔서 로그인을... 아아 부장님 한 번도 이용하신 적이 없으신가여?"

"뭐랄까 사이버 연수원이라는 곳은 내게 남극과 마찬가지로 미지의 땅이야"


막내는 모든 것을 포기한 얼굴로 나를 지도해서 연수원 등록을 도왔다.


"글면 이 중에 뭘 들어야 해?"

"그게염. 울 회사를 다니는 직원이라면 반드시 이수를 해야하는 성희롱 예방교육, 청탁금지, 사이버 보안, 스마트 중독 예방, 장애인 인식 개선과목을 들으시면서 100점을 반드시 획득하셔야 통과하구여, 여기에다가 부장님은 전략적 성과관리 과목도 이수하셔야 한답니다"

"허억- 그걸 언제까지 들어야해?"

"다음 달 까지여"


막내가 떠나가고 재미없는 EBS 버젼인 (나는 EBS도 안봤다. 이런 식의 교육에 약하단말야 -_-;;;) 강의를 틀자 약 3분만에 졸음이 쏟아진다.

진정 프레젠테이션 파일을 동영상으로 만든 것 같은 수준이다.

대충 틀어놓고 다른 일을 하려고 하니 이 영악한 녀석은 중간중간에 돌발퀴즈도 나오고 계속적으로 '다음'을 클릭해야 넘어간다.


암튼 이런 이유로 인해서 흐윽- 어제 집에 돌아가서 가정폭력에 대해 듣는데 


'가정 폭력을 예방하기 위해서는 가족들간에 지속적인 대화를 나눠야한답니다'


뭐 이런 내용이 나오기에 추석 계획을 상의하려고 어머니에게 전화를 했다.


"아아, 그러니까 어머니가 이쪽으로 오실래요 아님 제가 올라갈까여?"

"그럴 필요 없다"

"넹?"

"추석 연휴에 의사들 모아서 인도로 의료봉사를 간단다"


이렇게 해서 깔끔하게 추석에 대한 사안이 해결(?)되었..... 이 아니라 무려 10여년만에 맞이하는 추석연휴에 암것도 할 일이 없는 상황이 되었다.

평생 처음으로 사는 이 도시에 그것도 꼴랑 몇 개월밖에 되지 않았는데 5일 정도나 되는 연휴에 뭘 한단 말인가.

아아- 어머니도 미리 말씀해주셨으면 뭔가 그럴사한 계획도 세우고....

추석에 인터넷 강이나 들어야 한단 말인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