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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는 이야기/U Town Daily

곰돌이 인형 만들기




얼마 전 우리 팀 막내 직원이 오더니


"아아아아- 부장님 큰 일 났어염"

"왜?"

"우리 팀 봉사점수가 넘 낮아여. 이런 식으로라면 연말에 꼴등하겠어여"

"봉사점수가 뭐야?"

"아아- 그게 말이져.... ...."


그러니까 직원의 말에 의하면 울 회사는 뭔가 사회적으로 좋은 일을 하기 위해 각 부서마다 년간 봉사점수를 부여하고 

뭔가 좋은 일을 하면 포인트를 쌓아 이 점수를 채워야 한다는 것이었다.


"엉엉. 게다가 부장님 점수는 아에 0이라구여"


이렇게 해서 주변에 봉사할 거리들을 찾고 있었는데 공고가 떴다.


'급하게 헌혈이 필요로함. 니들이 주사 싫어하는 것을 고려해서 헌혈하면 오후에 쉬게해주겠음'


모모기관에 가서 봉사를 하거나 하천주변에서 청소를 하는 것에 비해 그냥 누워만 있으면 해결되는 헌혈이 훨 나아보여서 잽싸게 헌혈을 하러 갔다.


"아아, 건강은 문제 없으시고여?"

"네네. 어찌어찌 살아있져"

"글쿤여. 혹시나 최근에 외국여행하신 일은 없으시져?"

"아아 그게 베트남에서 살다가 2달전에 들어와서...."

"허억- 그러면 안된답니다"


결국 헌혈이란 것이 마음만으론 안된다는 사실을 알고 소위 '헌혈을 통한 봉사의 기회'를 놓쳐버렸다.



이 후 이런저런 이유로 봉사의 기회를 놓치고 있는 가운데 막내 직원이 다시 찾아왔다.


"부장니임!!! 이제 남은 봉사가 거의 없어여. 그니까 이걸 하시져"

"이게 뭔데?"

"그니까여 불쌍한 아이들에게 손수 손으로 만든 인형을 선물하는 거에여"

"수제인형?"

"네 글쳐"


물론 순간 망설였으나 우리 부서에 피해가 가서는 안된다는 마음과 막내의 눈길을 생각하며 그러마 했다.


"글면여 일단 무슨 인형 만드실지 고르시고여 제게 11000원을 주세여"

"으음... 젤로 쉬워보이는 곰돌이로 할께"

"넹."

"그냥 만들면 되는거임?"

"아니져. 일단 제가 모아서 등록하면 곰돌이 재료가 올거에여. 

 성의를 다해 만들어주시고 그걸 제출하면 제대로 만들었는지 그쪽에서 검사해서 통과하시면 봉사점수를 얻을 수 있답니다"


아아, 이거 QC가 있었군. 하는 마음이 들었지만 이미 엎질러진 물이다.


곰곰히 생각을 해보니 바느질 키트가 아직 풀지않은 그러니까 '당분간 필요없음' 카테고리로 분류된 짐속에 있다는 생각이 든다.

집에 가서 다시 짐을 풀어서 뒤져 바느질 세트를 찾아내고,

곰돌이 키트를 받아서 침침한 눈을 비벼가면서 손바느질을 해대고,

이걸 기한내에 막내에게 전달을 해야한다.


봉사의 길은 멀고도 험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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