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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는 이야기/사이공데일리

대망의 춘계체육대회 흑-

아아- 푸꿕섬-




우리 회사는 그러니까 엄청 구형의 시스템을 유지하고 있는 그런 곳이다. 

덕분에 아직도 춘계 추계 체육대회를 거창하게 열고 을지훈련 등과 같은 훈련에 적극참여하며 

에너지 절약 캠페인을 위한 가두홍보도 하고 그런다. -_-a


이런 맥락으로 올해도 어김없이 춘계체육대회를 연다. 

우리는 해외지사인 관계로 일인당 얼마만큼의 지원금이 나오고 알아서 행사진행하고 그 결과를 보고하라는 식으로 지시가 내려왔다.


이런 경우 한국사람들은 대부분 골프를 치러가고, 베트남 애들이랑 나는 (이렇게 써놓고 보니까 왕따같다) 어디론가 돈을 모아서 놀러간다. 

그런가 보다 하고 있는데 옥이가 왔다.


“이번엔 푸꿕섬으로 갈거에염”

“허억- 푸꿕? 바닷가?”

“당근 바닷가죠. 같이 갈거죠?”

“그럼그럼 헤엄도 치나?”

“당근이져. 푸꿕가서 헤엄안치면 뭐해요”

“그럼그럼 당근 저녁은 해산물에 맥주?”

“벌써 준비하고 있다구요. 게랑 새우랑 잔뜩~”

“쥐긴다”


순간 나의 머리속은 이미 푸꿕섬의 푸른 바다와 하얀 모래와 게들과 새우들과 수영복입은 여자애들로 가득찼다. 아아-


“비행기표 예약할께요 그럼”


그/러/나/

여기까지 생각이 (스위트하고 러브리하게) 진행되었을적에 머리속에 떠오르는 것이 하나 있었으니….

바로 지금은 시추 중이라는 현실이었다.

그렇다.

직업상 나는 시추 중에 어디 가지를 못한다. 

일주일에 7일 동안 매일 아침 08:30 오후 15:30분에 정기 회의를 해야 하고 수시로 업무판단과 지시 등등을 해야 한다.


순간, 머리속에서는푸른 바다와 하얀 모래와 게들과 새우들과 수영복입은 여자애들이 쏴아아 하고 몰려가고 있다.


“제귈. 시추중이라구”

“저런. 불쌍한…”

“흥 그렇게 말하면서도 실제로는 별로 안타깝지 않지?”

“당근이져”


흑흑-

결국 내 인생에는 두 갈래의 길이 놓여졌다.

한쪽은 하얀 모래와 게들과 새우들과 수영복입은 여자애들이 가득하지만 그 뒤에는 짤릴지도 모르는 그런 길과

다른 한쪽은 덥고 아무도 없는 사무실에 쭈그리고 나와서 한심한 곡선들이 죽죽 그려지는 모니터를 

하루 종일 쳐다보지만 계속 월급을 받는 그런 길이다.


하아-

어디로 갈가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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