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블로그에다가
“아아 베트남 음식을 좋아합니다”
뭐 이런 식으로 적은 적이 몇 번 있는 것 같은데 네, 좋아하는 편입니다.
실제로 베트남에 살고 있으니 먹을 기회도 많고 매 끼 한식만 먹을 수는 없는 그런 상황이죠.
게다가 객관적으로도 베트남 음식들은 맛있답니다.
이런 제가 못 먹는 베트남 음식이 있으니 바로 홋 빗 론(Hột Vịt Lộn)이라는 녀석 입니다.
그러니까 우리나라에 곤계란에 해당되는 녀석으로 부화되기 직전의 오리가 있는 알을 삶은 요리입니다.
베트남 길거리 요리 중 하나인 이 홋빗론은 영양가가 높아 임산부에게 좋고,
몸의 열을 낮추어주는 등 여러가지 좋은 효능이 있다고 전해지지만....
그리고 실제로 먹어보면 뭐 특이한 맛도 아니지만.... 저는 못 먹습니다.
그러니까 자꾸 녀석이 쳐다보는 기분이 듭니다. -_-;;;;
홋빗론이라는 단어는 그러니까 꺼꾸로 뒤집어진 (알을 깨고 나오려는) 오리라는 뜻입니다.
이런 어원으로 인해서 이 홋빗론을 먹으면 자신의 나쁜 운명이 뒤집어진다고 베트남 사람들은 생각을 한다고 들었습니다.
그러니까 나쁜 운을 뒤집어 버린다는 의미가 되는 것이죠.
이렇게 운명을 바꾸는 역할을 하려면 반드시 홀수개의 홋빗론을 먹어줘야 한다고 하네요.
일부 사람들은 다 먹고 나서 껍질을 부셔버리는데, 다시는 악운이 돌아오지 못하게 한다는 의미라고 합니다.
이 홋빗론은 대학교들 근처에서 많이 파는 경향이 있는데, 시골에서 올라온 학생들은 돈이 궁해서 거의 라면을 주로 먹고 사는데,
이 홋빗론은 3개의 2만동 정도 하는 아주 훌륭한 단백질 공급원이 되기 때문입니다.
이렇게 저렴한 이유는 다른 길거리 음식을 판매하기 위해서는 이런저런 장비들을 갖추어야 하지만
이 장사는 초기 투자가 극도록 적다는 장점이 있기 때문이죠.
그러니까 걍 집에서 알을 삶아서 소금 등과 같이 가지고 다니면 되니까요.
물론 전문적으로 홋빗론을 판매하는 곳에서는 이 홋빗론을 타마린 소스에 볶아주거나 버터에 볶아주는 등등 하는 방식으로 판매하기도 합니다.
이런 식으로 요리 형태로 나오기도 합니다.
혹시나 궁금하신 분들을 위해서 먹는 방법을 알려드리자면....
일단 홋빗론은 체온을 낮추는 성질(음의 성질)이 있기 때문에 이를 보완하는 향채인 러우 람 (rau răm) 이나 생강을 가늘게 썬 것과 같이 먹습니다.
음양의 조화라고 할까요.
이게 러우 람
일단 알을 살펴봐서 좀은 쪽이 아래로 가고 넓은 쪽을 위로 가게 잡습니다.
국물이 이 넓은 쪽에 있으니까 살짝 껍질을 까고 국물을 빨아줍니다.
그리고 나서 살살 벗겨서 안쪽에 고기를 작은 포크로 파먹거나 (여자들 스타일), 확 까서 입에 넣어줍니다 (일부 남자들 스타일, 특히나 음주시).
개인적으로 어쩔 수 없이 먹는 상황에 봉착(?)하신 분들 중 저처럼 별로이신 분들에게 팁을 드리자면,
(즐겨 드신다면 죄송합니다)
작은 녀석을 고르세요. 네네 덜 흉측하다고 할까요 덜 째려본다고 할까요. 네 뭐.
그리고 살짝 흔들어봐서 소리가 안나는 녀석을 고르세요.
뭐랄까 안쪽에서 움직이면서 소리를 내면... 부화가 가까운 녀석입니다. 네 뭐.
작고 소리가 안나는 녀석이죠.
겁없이 크고 소리나는 녀석을 고른 결과져.
앞서 말씀드렸다시피 제가 못 목는 베트남 음식 중 하나입니다.
이런 연고로
"그럼 어디가 맛있어여?"
라는 질문에 답을 해드리기는 어려울 듯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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