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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는 이야기/사이공데일리

낭비의 주말풍경 흑흑흑

by mmgoon 2018. 1. 28.




사람이 돈이 들어오면 올수록 겸손하고 절약하는 자세를 취해야 하는 것이 응당 사람의 도리인 것입니다.

문제는 이렇게 확실한 진리(?)를 알고있으면서도 실생활에 응용은 너무 힘든 것이 사실이죠.

지난 포스팅에서 '월급이 들어왔다' 라고 적었듯이 간만에 미스터 킴의 통장에는 마른 논에 물이 들어오듯이 월급이 들어왔고 그 동안 유명무실했던 카드에 힘이 실렸죠.


교회를 갔다 와서 그냥 평소에 다니던 곳에서 점심을 먹고 수퍼에 다녀올 생각이었으나

왠일인지 뒷주머니에 힘(?)을 느끼면서 그 동안 강제적으로 멀리했었던 사이공 센터의 타카시마야 백화점으로 갔습니다.

정말 스스로에게 위로를 한다는 심정으로 그 동안 먹고 싶었던 새우 튀김이 올라간 일본식 카레를 점심으로 먹어줬습니다.

아아- 맛도 좋고 스탭도 친절하고.... 만족스러웠죠. 흠흠... 카드의 힘이란.


솔직히 여기까지 했으면 오늘 포스팅은 없었을 텐데 문제는 그 다음에 일어났습니다.


그러니까....


베트남에 있기는 하지만 보통의 인간들은 왠만해서는 가지 않는 수퍼가 있습니다.

뭐랄까 그러니까 외국인들을 위한 곳이라고 하면서 갖가지 여러나라 (주로 서양식) 음식 재료들과 음료들이 존재하는 곳이지만 문제는 가격이 상상을 초월하는 가격입니다.

덕분에 성탄절이나 앞두고 에일을 산다든지 베트남에서 구하기 어려운 민스파이 등이나 베트남에선 절대로 찾을 수 없는 향신료 등등이나 겨우 덜덜 떨면서 구하는 곳이죠.

(함 홈페이지 가보세여 링크)


카레를 맛있게 먹고 나오는데 앞쪽에 이 마트가 보입니다.

그런데 왠지 오른쪽 엉덩이에 있는 카트의 버프가 작동을 하고 정신을 차렸을 때는 이미 카트를 끌고 마켓을 헤메고 다니고 있었습니다.


입구에 빵 코너는 그냥 지나가려고 했는데.....

잉글리쉬 머핀이 방끗 웃고 있습니다. 아아- 생각해보니 잉글리쉬 머핀을 먹은지 넘 오래되었습니다.

슬쩍 집어올렸더니 가격이 12만동. 

어헉- 

잽싸게 내려놓으려는데 왠지 뒤에 서 있는 언니가 보고있는 것도 같고 -_-;;; 

토스트에 따뜻하게 구운 머핀에 버터와 잼을 듬뿍 바르거나 이것 저것 아에 때려 넣어 먹는 상상을 하는 순간 카트에 녀석을 담았죠.


치즈 코너에서는 마지막 남은 이성을 쥐어짜서 통과를 했습니다만


냉동코너에 왔더니 어헛- 냉동 문어 다리가 보입니다.

이걸 냉장고에서 잘 해동해서 스윽 삶아서 초고추장에 찍어먹는 본인의 모습이 떠오르자 48만동이라는 가격표를 무시하고 집어들었습니다.

그리고 그 옆 냉장고에서 냉동 블루베리와 싱싱한 유기농 라즈베리도 엉겁결에 카트에 넣은 것은 왜일까요 -_-;;;;


이미 걷잡을 수 없는 상황이 되자 왠지 마음이 가벼워졌고, 유기농 파스타니, 에일이니 등등을 줏어담았습니다.


결국 정신은 결재 카운터에 와서 돌아왔는데,


"감사합니다~"


하는 점원의 말이 떨어지고 손에 든 물건들을 보는 순간 문자로


'아아- 제대로 결재가 되었답니다. 어이고 수퍼에서 좀 쓰셨네염'


하는 내용이 오네요.


그러니까 실제로 식재료도 아닌 것들을 사느라 이번 주 생활비를 다 써버린 순간이었습니다.

 

집으로 돌아와서 사가지고 온 물건들을 정리해서 넣고 머핀 하나를 토스터에 굽고 잼과 버터를 발라서 우물거리면서 비가 내리는 창밖을 바라보았습니다.

간만에 맛있는 음식들을 먹을 생각에 기분이 좋기도 하고,

이런 식으로 살다가는 다시 마지막 주는 라면에 밥만 말아먹으면서 살아야 한다는 현실이 다가옵니다.


아아-

당분간 경제관념을 살리면서 살아야 하겠다고 다짐을 해봅니다.

왜 이리 식욕에 자꾸 지기만 하는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