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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는 이야기/사이공데일리

미쓰 짱의 컴퓨터 라이프

by mmgoon 2018. 1. 31.

물론 이 처녀는 짱이 아닙니다.





며칠 전에 점심을 먹고 들어오는 작은 짱 (울 회사는 짱이 2명이다)을 만나서 수다를 떨었다.


"아아, 그니까 베트남이 이번 U23에서 승리를 해야한다구여"

"물론 글면 좋겠지"

"그나저나 본사 시스템이 이상한지 자꾸 에러가 난답니다"

"우리 본사 시스템이야 워낙 훌륭하니까 이상한 일도 아니야"

"글고여 지금 한국에 놀러가면 추울까나여?"

"춥다고 느끼기 전에 죽을 수도 있어" -_-;;;;


등등의 이야기를 하면서 짱 컴퓨터를 구경하는데.... 이론,


짱 컴퓨터에는 떠억하니 윈도우 XP가 아직도 깔려있다.


"엇, 아직도 XP를 쓰고 있어?"

"아아 이 녀석이 익숙하다고여. 글고 새로 나온 윈도우들은 디자인이 영~"

"뭐랄까 디자인 문제가 아니지, 뭐랄까 인터넷 보안이랄까 좀비 피씨랄까 그런 얘기라구"

"흥흥- 몰라여"

"IT 녀석이 업그레이드 안해줬어?"

"흥. 녀석이 와서 내 컴퓨터 손대려고 해서 혼내서 쫒아냈어여" 

(베트남은 누차 이야기 하지만 모계사회로 아줌마들의 힘이 세다. IT 뚱 녀석 따위는 아줌마들의 상대가 되지 못한다)


결국 짱을 붙잡고 이런저런 인터넷 보안 관련 설명도 하고, 니 컴퓨터가 좀비 컴퓨터가 되서 정부를 공격할 수도 있다고 겁도 주고 등등해서 설득을 했다.

글고 IT 녀석을 불러다가 윈도우 7을 깔도록 시켰다.


"일단은.... 미스터 킴이 그리 절박히 얘기를 하니 시키는대로 업그레이드를 하겠어요"

"아아, 부탁해" (왜 내가 부탁한 일이 되었던가 -_-a)

"그 대신 무슨 문제가 있으면 미스터 킴이 도와줘야 해여"

"응응"


새로운 윈도우를 설치하는 동안 짱은 좋다고 내 자리에 와서 수다를 이어갔고 (그래, 내 업무따윈 -_-;;;) 이윽고 뭔가 후련한 표정의 IT 녀석이 


"아아, 다 깔았다구여. 이제 보안의 구멍이 거의 메워진듯해여"


라는 말을 남기도 떠나갔다. 아마도 회사에 XP로 버티는 아줌마들이 몇몇 남은 듯 하다.


문제는,

이 후로도 짱이 전화를 해서는


"아아앙- 새 윈도우에는 크롬이 없다구여"

"기억해봐. 원래 윈도우에는 크롬이 없어. 그건 XP도 마찬가지야. 인터넷에서 다운받아서 설치하라고"


라든지


"모니터의 색조가 이상해졌어여"

"그럴리가. 뭐랄까 모니터는 드라이버로 관리하는데.... 아아- 내가 봐볼께"


혹은


"아아, 시작 버튼 디자인이 영- 아니라구여. 이제는 Start라는 말도 없어졌어여"

"그건 도와줄 수 없어. 마이크로 소프트에 진정을 넣던지 참고 사용하도록해"


등등의 대사가 이어지고 있다.

왠지 조만간 이 상황을 핑계로 점심이나 사달라고 할 것도 같다는 생각이 든다.


그나저나 아직도 XP 쓰는 인간들이 도데체 누구인지 궁금하다.